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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또 지하철 승강장 안전문 작업 중 사망, 서울메트로 책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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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또 지하철 승강장 안전문 작업 중 사망, 서울메트로 책임 크다

입력
2016.05.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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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28일 승강장 안전문(스크린도어) 정비 작업을 하던 용역업체 직원이 전동차와 안전문 사이에 끼어 숨졌다. 안전문 작업 도중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것은 2013년 1월과 2015년 8월에 이어 세 번째다. 세 사고 모두 2호선 역사에서 일어났으니 이 노선 운행을 담당하는 서울메트로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고는 전동차 기관사가 구의역 안전문 이상을 발견, 관제사령에게 보고하고 이게 용역업체에 전달돼 이 업체 직원 김모씨가 현장에 도착, 혼자서 작업을 하다 진입하던 전동차에 숨진 것이다. 김씨가 안전문 정비 작업을 한다는 사실을 역무실과 기관사가 알았더라면 전동차 운행 조정 등 안전 조치를 취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떨칠 수 없다. 서울메트로 측은 어찌된 일인지 김씨가 역무실에 자신이 할 일을 자세히 알리지 않았고 그 때문에 역무실 직원들이 정확한 작업 내용을 몰라 안전조치를 취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 해명을 수긍하더라도 용역업체 직원의 말에만 의존하는 보고 및 통보 체계는 문제가 있다. 그보다는 용역업체가 서울메트로나 해당 역사로 직접 알리는 게 안전조치 등을 위해 더 정확한 방식일 것이다.

서울메트로는 지난해 8월 2호선 강남역에서 비슷한 사고가 나자 안전문 작업을 2인 1조가 돼 하도록 하는 등의 수칙을 마련했지만 이번에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가 작업을 혼자 한 이유 등이 규명돼야 하겠지만 서울메트로는 용역업체에 일을 떠맡기고 나 몰라라 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주목할 것은 전문가들이 사고의 근본 원인을 한결같이 보수ㆍ정비 업무의 외주화에서 찾는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서울메트로는 비용 절감을 이유로 안전문 보수 업무를 100% 외부에 맡기고 있다. 서울메트로 구간(1~4호선)의 안전문 고장이, 이 업무를 자체 수행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 구간(5~8호선)보다 더 많은 건 이와 무관치 않다. 해당 업무를 싸게 수주한 외주업체는 인건비를 아끼겠다며 나이 어린 미숙련 기술자를 사용하는 일이 많다. 숨진 김씨만 해도 겨우 열아홉이다.

그렇지 않아도 산업현장에서 위험한 일 외주화가 빈번해 논란이 되고 있다. 외주업체에 돈을 적게 주고 위험한 일을 맡기는 것은 그 자체로 정의롭지 못할 뿐 아니라 잦은 사고를 유발하는 요인이 된다. 다중이 이용하는 지하철마저 경제적 이유를 최우선 삼아 안전을 등한시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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