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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일 외교, 명분과 실리 포괄하는 새로운 접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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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일 외교, 명분과 실리 포괄하는 새로운 접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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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0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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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성 장관이 미국 뉴욕에서 회동했다. 8번째 양국 외교장관 회담으로, 8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린 말레이시아에서 만난 이후 55일 만이다. 6월 윤 장관이 한일 수교 기념식 참석차 일본을 방문했을 때 두 장관은 다자회의를 계기로 한 정례적 만남에 합의한 바 있다. ARF나 이번 유엔 정상외교를 통한 만남도 그런 차원에서다.

회담에서는 지난달 한중 정상회담에서 합의했던 한중일 3국 정상회의 개최를 위한 실무준비 작업이 주로 논의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주목됐던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특별한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윤 장관이 “다음 단계의 실무 국장급 후속 협의를 통해 검토하겠다”고 한 것이 전부다. 분위기를 봐서는 한달 여 남짓 남은 한중일 정상회의 일정 등을 감안할 때 3국 정상회의를 통한 한일 정상회담 성사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위안부 문제다. 윤 장관이 “이 문제가 얼마나 시급한지를 설명하고, 양국관계 개선에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많이 얘기했다”고 밝혔으나 일본은 여전히 전제조건 없는 정상회담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안부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처럼 내세웠던 만큼 일본의 입장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정상회담을 수용하기는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다. 박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2차대전 당시 혹독한 여성폭력을 경험한 피해자들이 몇 분 남지 않았다”며 “살아계실 때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해결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 국장급 협의는 9차례 열렸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이라는 핵심 사안에서는 조금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양국 정상 간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할 만큼 협상을 통해 양쪽을 모두 만족시키는 해법을 도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 양국 정부 출범 이후 한번도 정상회담을 하지 못한 비정상을 계속 방치할 생각이 아니라면 우리 정부도 보다 큰 틀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한일 간에는 현안이 산적해 있다. 당장 최근 통과된 일본 안보법제가 한반도에서의 우리 군사주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가 큰 관심사다.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일 3각 안보공조의 안착을 위해서도 한일관계 정상화는 필수적이다. 위안부 문제에서는 단호한 입장을 견지하되, 그 밖의 문제에서는 실리를 챙기는 전략적 구상을 다듬어야 할 때가 됐다. 정부가 당초 밝혔던 대일외교 방안도 명분과 실리의 투 트랙 전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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