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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늘어난 희귀병… 지원 끊길까 불안한 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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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늘어난 희귀병… 지원 끊길까 불안한 환자들

입력
2015.08.08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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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추세에 환자 수 늘어, 파킨슨병은 10만명 달해

'환자 2만명 이하' 기준으로 유병인구 상한 법제화 추진돼

정부·국회 예외 인정한다지만 희소성 상실 피해 줄 이을 듯

파킨슨병 등 일부 희귀난치성질환들이 환자수 증가로 희귀병 지위를 잃을 처지다. 의료계에서는 “희귀병 지위를 상실하면 산정특례 등 지원이 함께 사라지는만큼 희귀병의 기준을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파킨슨병 등 일부 희귀난치성질환들이 환자수 증가로 희귀병 지위를 잃을 처지다. 의료계에서는 “희귀병 지위를 상실하면 산정특례 등 지원이 함께 사라지는만큼 희귀병의 기준을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파킨슨병 등 일부 희귀난치성질환이 희귀병 지위를 잃을 처지로 몰리고 있다. 노인인구 증가 등에 따라 환자수가 많아진 것이 원인이다. 문제는 환자들이다. 자신이 앓는 병이 희귀병 지위를 잃게 되면 그 환자들에게 주어지던 산정특례 등 각종 지원이 함께 사라지기 때문이다. 노인 인구 증가 등에 따라 희귀질환 환자수 증가는 앞으로도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환자들 피해를 막기 위해 희귀병의 정의와 기준을 달라진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10일 현재 희귀병 지위가 흔들리고 있는 대표적인 희귀난치성질환들은 파킨슨병 만성신부전 노인성환반변성이다. 조기검진률 상승과 노인 인구 증가 등에 따라 환자수가 해마다 늘고 있다. 파킨슨병 환자수는 최근 10만명 정도로 늘어났다. 파킨슨병은 뇌 신경전달물질의 하나인 도파민 부족으로 발병하는 진행성 신경질환이다.

현재 국내에는 희귀난치성질환의 요건을 규정해 놓은 뚜렷한 정의와 기준이 없다. 보건복지부는 유병인구 규모와 난치 여부를 지원 기준으로 삼고 있다. 복지부의 ‘희귀난치성질환 의료지원사업’ 지침에 따르면 희귀난치성질환은 유병인구 2만명 이하의 질환이어야 한다. 유병인구 2만명을 우리나라 인구 10만명당 환자수로 환산할 경우 상한선은 42.5명이다. 현재 희귀난치성질환의 나라별 환자수 상한선은 미국 75명, 호주 11명, 일본 40명, EU 50명이다. 미국과 호주는 난치 여부와 상관없이 유병인구 만으로 희귀질환을 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일본 EU와 함께 유병규모와 함께 난치 여부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국회는 현재 희귀난치성질환을 법으로 관리하는 입법화를 추진 중이다. 희귀난치성질환의 유병인구 상한선을 법으로 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지난 2012년 이후 국회에서 다수 발의됐다. 이들 법안은 ▦희귀난치성질환관리법안(이명수의원ㆍ2012년) ▦희귀난치성질환관리법안(박인숙의원ㆍ2012년) ▦만성질환 및 희귀난치성질환 관리법안(강기정의원ㆍ2014년) 등이다.

법안에 따르면 희귀난치성질환의 유병인구 상한은 현행 복지부의 지침대로 ‘2만명 이하’로 정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예컨대 2014년 11월 발표된 ‘만성질환 및 희귀난치성질환 관리법안’ 검토보고 자료는 ‘희귀난치성질환은 유병인구가 2만명 이하이면서, 질병의 발생 원인을 명확히 알 수 없고, 적절한 치료방법과 치료의약품이 확립되지 않은 질환으로 정의가 이루어져 왔다’고 밝히고 있다.

만일 희귀난치성질환의 유병인구 상한을 2만명으로 정한 법안이 최종적으로 국회를 통과될 경우 파킨슨병과 만성신부전, 노인성황반변성은 희귀병의 지위를 잃게 된다. 이와 동시에 현재 환자 수가 10만명에 달하는 파킨슨병 환자들은 희귀난치성질환자 산정특례와 의료비지원사업 대상에서 제외돼 의료비 지원이 끊긴다.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 관계자는 이들 질환에 대해 “환자수가 2만명을 초과해 희귀병이라 간주하기 힘들어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재 희귀난치성질환자 중 산정특례 대상자는 외래 또는 입원진료 시 요양급여비용 총액의 100분의 10만 부담한다. 또 소득ㆍ재산조사 결과, 저소득 건강보험가입자(최저 생계비 기준 300%)로 판명돼 의료비지원 사업대상자로 선정되면 10%의 본인부담금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한다. 2010년 기준 의료비지원 사업을 통해 의료비 혜택을 받은 희귀난치성질환자는 132종 2만5,999명에 달한다.

희귀난치성질환의 관련법 제정에 따라 치료비 지원이 끊길 우려가 높아지자 파킨슨병 등 환자들은 벌써부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한파킨슨병협회가 최근 ‘파킨슨병 환자 보호자 투병관리’조사결과를 발표하는 등 긴급 대응에 나선 것도 이같은 환자들 분위기를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최진경 파킨슨병협회 회장은 “파킨슨병 보호자 10명 7명이 경제적 부담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희귀난치성질환에서 제외되면 환자는 물론 가족의 삶이 더욱 황폐해질 것”이라고 우려감을 밝혔다.

다행히 파킨슨병과 만성신부전, 노인성황반변성 환자들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이 최종 통과되더라도 산정특례 등 기존 지원들을 유병인구 상한선 규모와 관계없이 앞으로도 계속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일보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조사한 결과 ‘희귀성난치성질환에 따른 기존 혜택은 관련 법안 통과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희귀난치성질환관리법안을 대표 발의한 이명수의원실은 이와 관련, “희귀난치성질환 의료비지원사업이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복지부 지침으로 수행되고 있어 관련법을 제정하고자 한 것”이라며 “희귀난치성질환자들의 피해가 없도록 정부 측과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 관계자도 “국회에서 관련법 제정 논의 때 이들 질환들은 법제정과 관계없이 구제해야 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면서 “보건복지부 공식 입장도 이와 동일하다”고 밝혔다.

일단 고비는 넘겼지만 파킨슨병과 같은 희소성을 상실한 질환들에 대한 현실적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의료계의 지적이다. 손영호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는 “노인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파킨슨병처럼 노인층에서 발생하는 희귀난치성질환이 만성질환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희귀난치성질환에 대한 정의와 치료, 지원 등을 보다 현실적이고 다각적으로 검토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희귀난치성질환 산정특례

건강보험 가입자 중 희귀난치성질환자로 확진 받은 환자가 국민보험공단에 산정특례를 신청, 대상자로 선정되면 입원 및 외래 진료 시 본인부담률을 10%로 경감하는 제도.

●희귀난치성질환 의료비지원 사업

산정특례에 등록된 희귀난치성질환자 중 신청자에 한해 환자가구와 부양의무자가구의 소득 및 재산기준을 조사, 최저생계비 기준 300%에 해당되면 외래, 입원 진료 시 발생한 본인부담금 10%를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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