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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고가공원화, 너무 성급하게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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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고가공원화, 너무 성급하게 시행”

입력
2016.07.28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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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사업 성공 위해서는

주민ㆍ전문가 등 소통이 필수

삶의 질 개선과 직접 관련없는

벽화그리기 경쟁도 자제해야”

도시재생 전문가인 김정후 박사는 “높은 수준의 소통과 대화가 전제되지 않은 개발 프로젝트는 재생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도시재생 전문가인 김정후 박사는 “높은 수준의 소통과 대화가 전제되지 않은 개발 프로젝트는 재생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개발과 재생은 다른 게 아니다. 도시를 활성화하는 모든 행위는 기본적으로 개발이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지리학과 도시연구 펠로이자 한양대 도시대학원 특임교수인 김정후(47) 박사는 ‘도시재생 전도사’로 불린다. 그는 한국에서 건축가로 활동하다 “도시를 깊이 있게 연구하고 싶어” 비교적 늦은 나이인 35세에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주로 런던에서 활동하는 그는 방학을 활용해 한국에서 연간 2~3개월 정도 머물며 지방자치단체를 자문하고 도시 관련 강의를 한다. 지난 5년 간 한국에서 관공서 등 도시 관련 강단에 선 것만도 300회가 넘는다. 그런 그가 기자와 만나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은 “재생과 개발을 양립시키는 논리의 위험성”이었다.

그는 “압축성장 과정에서 사람이 빠진 채 이뤄진 비합리적 개발 시대에서 벗어나 합리적 개발을 해야 한다”면서도 “‘개발 시대가 끝나고 재생 시대가 시작됐다’거나 ‘개발은 악이고 재생은 선’이라며 개발을 적대시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도시재생은 합리적 개발을 위한 하나의 방식일 뿐이라는 이야기다.

다만 그는 “도시재생의 방법론은 민주주의 방법론과 흡사하다”는 말로 도시재생과 개발을 구분 지었다. 민주주의가 지난한 여정으로 완성되듯 도시재생을 위해서는 해당 지역 주민과 전문가, 공무원들 간 소통과 협의에 긴 시간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김 박사는 서울시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인 도시재생 프로젝트와 관련해 우려를 나타냈다. 도시재생에 절대적인 적정 기준 속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수년 내에 여러 대형 프로젝트를 끝내려는 접근 방식은 부작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그는 특히 서울역 고가공원화 사업(서울역 7017 프로젝트)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좀 더 깊이 있는 의견 수렴과 대안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프로젝트”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무엇보다 “도시와 건축 분야의 벤치마킹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박사는 “서울역 고가공원은 벤치마킹 대상인 뉴욕의 하이라인, 파리의 프롬나드 플랑테와 달리 너무 높고 교통이 혼잡한 차로 위에 위치하고 있어 관리와 사고 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수준 높은 벤치마킹은 선진 사례의 결과물이 아닌 주요 개념과 방법론을 배워 응용하는 것이다.

그는 또 도시재생과 ‘명소화’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라고 했다. 도시재생은 공동의 가치를 최대한 보존해 나누는 것이지만 명소화는 몇몇 제한된 이들만 이익을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그는 대표적인 명소화 사례로 각 지방자치단체가 도시재생 차원에서 경쟁적으로 하는 ‘벽화그리기’를 들며 강하게 비난했다. “대부분 사후 관리 방안 없이 추진해 지속 가능하지 않은 방식인 데다 벽화는 주민 삶의 질 개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 박사는 개별 프로젝트 추진보다 도시재생 시행 과정 원칙을 세세하게 담은 재생정책의 확립이 절대적으로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추진 중인 일련의 도시재생 사업에서 빚어지는 갈등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현상이었는데 사전에 대비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지금처럼 빈약한 정책을 바탕으로 도시재생을 추진하면 나침반 없이 오지를 탐험하듯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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