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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둥이'이라 불린 코미디 맏형 마지막 길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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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둥이'이라 불린 코미디 맏형 마지막 길 떠나다

입력
2016.08.2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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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코미디의 대부 구봉서가 29일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에서 영면에 들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코미디의 대부 구봉서가 29일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에서 영면에 들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 27일 90세를 일기로 별세한 원로 코미디언 구봉서가 29일 발인식과 영결식을 끝으로 세상과 영원히 작별했다.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발인식에는 송해, 이홍렬, 엄용수, 김학래, 김미화 등 후배 코미디언들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켰다.

송해는 추도사를 통해 “정계와 재계에서 많은 유혹이 있었지만 고인은 코미디만 바라보고 발전시켜 온 분”이라며 “남은 사람들이 코미디를 더 발전시켜 나가자”고 말했다. 구봉서가 세상을 떠나면서 올해 89세로 현역 최고령 코미디언이 된 송해는 고인을 추억하며 “형님”이라고 목놓아 부르기도 했다. 후배 코미디언들도 눈물을 흘리며 고인과의 헤어짐을 슬퍼했다.

발인식 이후엔 고인이 오랫동안 종교 활동을 해온 서울 종로구 평창동 예능교회에서 영결식이 진행됐다. 유족과 교인, 후배 코미디언 이용식, 임하룡, 이홍렬 등이 참석해 고인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이 교회의 장로인 원로 영화배우 신영균은 “고인은 배고프고 힘들던 시절에 웃음을 주고 희망을 줬다”며 “코미디는 메시지가 중요하다면서 책을 사서 열심히 공부하던 고인의 모습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평소 고인과 각별한 친분을 나눴던 이용식도 “평생 웃기기만 하셨던 분이 이렇게 슬프게 만들어놓고 가셨다”면서 눈물을 훔쳤다. 추모객들의 추도사가 끝난 후엔 고인이 최근 교회를 찾았을 때 후배 코미디언들이 고인을 웃겨주기 위해 개그를 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돼 웃음과 눈물을 자아냈다. 고인은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모란공원으로 옮겨져 영면에 들었다.

고인은 배삼룡, 곽규석, 이기동, 남철, 남성남 등과 함께 1960~70년대 한국 코미디의 전성기를 이끈 당대 최고의 코미디언이었다. 배고프고 힘든 시절 서민들의 고단한 삶을 웃음으로 위로했다.

1926년 평양에서 출생한 고인은 19살이던 1945년 ‘눈물 젖은 두만강’을 부른 가수 김정구 형제가 이끌던 태평양 가극단에 아코디언 연주자로 입단하면서 연예계 생활을 시작했다. 어느 날 공연을 앞두고 잠적한 배우를 대신해 무대에 오른 일을 계기로 희극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이후 방송과 영화로 발을 넓혀, ‘홀쭉이와 길쭉이’ ‘안녕하십니까 구봉서입니다’ ‘막둥이 가요만보’ ‘7대 코미디쇼’ 등 980편의 라디오 방송과 ‘애정파도’(1956) ‘오부자’(1958) ‘돌아오지 않는 해병’(1963) ‘수학여행’(1969) 등 400여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오부자’의 인기로 얻게 된 ‘막둥이’라는 별명은 고인을 평생 따라다녔다.

1969년부터 1985년까지 15년 8개월간 방송된 MBC ‘웃으면 복이 와요’는 고인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이다.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이하 생략)’로 시작하는 72글자 유행어가 이 프로그램에서 만들어졌다. 또 평생의 벗이었던 ‘비실이’ 배삼룡(2010년 작고)과 콤비로 활약하며 이름을 날렸다.

평생 코미디에 헌신해온 고인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MBC 코미디언 부문 명예의 전당에 추서됐고, 2006년 대한민국 연예예술상에서 연예예술발전상, 2013년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2009년 뇌출혈로 쓰러져 수술을 받은 뒤 건강이 악화돼 거동이 불편했지만, 지난해 3월 KBS1 '인순이의 토크드라마 그대가 꽃'에 출연하는 등 비교적 정정한 모습으로 대중 앞에 나섰다. 하지만 최근 폐렴 증세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병환을 이기지 못하고 27일 새벽 눈을 감았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원로 코미디언 고 구봉서의 발인식에서 송해(가운데)를 비롯한 후배 코미디언들이 고인의 운구차를 배웅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원로 코미디언 고 구봉서의 발인식에서 송해(가운데)를 비롯한 후배 코미디언들이 고인의 운구차를 배웅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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