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지용 기자

등록 : 2016.04.05 20:00

브라질 뒤흔든 '카틸리나 작전'

등록 : 2016.04.05 20:00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의 하원에서 4일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탄핵을 논의하는 가운데 야당 관계자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을 죄수로 표현한 풍선인형을 흔들고 있다. 브라질리아=AP 뉴시스

지난해 11월 25일 오전 6시 브라질 경찰이 리우데자네이루 해변가에 있는 로얄 튤립 호텔의 한 스위트룸을 덮쳤다.

이어 브라질 집권 노동당(PT) 당수 델시디오 아마랄(61) 상원의원이 잠옷 차림으로 경찰에 체포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브라질 국영 석유기업 페트로브라스와 정치권의 유착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장면인데, 이 때만해도 정권 자체가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페트로브라스 비리가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물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으로 불똥이 튄 결정적 계기는 아마랄 의원이다. 호세프 대통령의 최측근이기도 한 아마랄 의원이 경찰에 체포된 뒤 플리바겐(감형 조건 혐의 시인)을 조건으로 두 전ㆍ현직이 비리에 연루됐다고 폭로했기 때문이다. 브라질 검찰은 그의 증언을 토대로 페트로브라스 스캔들의 ‘몸통’으로 두 전ㆍ현직 대통령을 지목했다. 지난 2월 검찰에서 풀려난 아마랄 의원은 5일 NYT 인터뷰에서 “나는 부패한 사람이 아니다”라며 “브라질을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했다.

특히 여당 대표로 정치거물인 아마랄이 수사당국의 손에 넘어가는 과정 자체가 다소 어이가 없었다. 앞서 브라질 경찰은 2014년 네스토르 세르베로 전 페트로브라스 국제담당이사를 페트로브라스 스캔들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했다. 그러자 아마랄은 네스토르의 아들 버나르도(34)를 만나 “내 비리에 대해 입을 다물어주면 판사를 설득해 네스토르를 석방시켜 해외로 도피시켜 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는 100만 달러(약 11억원)와 매달 1만3,000달러(약 1.500만원)의 후원금도 약속했다. 하지만 버나르도는 대화내용을 녹음해 고스란히 경찰에 넘겼고, 경찰은 아마랄을 수사 방해 및 증거 인멸 혐의로 체포했다. 이 과정에서 도피 자금을 대기로 했던 브라질 최대 투자은행 BTG팩추얼의 최고경영자(CEO)이자 브라질 13위 부호인 안드레 에스테베스도 구속됐다. 이로써 페트로브라스 스캔들은 정치권은 물론 금융계로도 확산됐다.

검찰에 체포된 뒤 아마랄의 행보도 어지러웠다. 검찰은 아마랄의 배신으로 ‘땅짚고 헤엄치기식’ 수사를 할 수 있었다. 그는 검찰에서 “룰라는 노동당이 페트로브라스 인사 개입을 통해 선거자금을 조달한다는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룰라가 페트로브라스 스캔들의 주모자다”는 등의 진술로 룰라를 배반하고 먼저 플리바게닝을 시도했다. 아마랄은 “호세프 대통령도 이를 이어받고 선거자금을 조달했다” “수사가 시작된 이후 판사들에게 압력을 넣어 사업가들을 석방시키라고 했다”는 식의 진술로 호세프 대통령의 등에도 칼을 꽂았다.

브라질 호세프 정권의 위기는 결국 아마랄의 배신과 노동당의 자충수가 빚어낸 합작품인 셈이다. 호세프 대통령과 룰라 전 대통령은 “아마랄이 처벌을 피하려고 근거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강력히 부인하고 있지만 브라질 검찰은 룰라 전 대통령의 처벌을 자신하고 있다. 호세프 대통령은 이를 저지하려다 점점 늪에 빠져드는 형국이다. 브라질 일간 에스타투 상파울루가 국회의원 442명(전체 513명) 상대로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반 여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찬성 261명, 반대 117명(보류64명)으로 찬성이 우세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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