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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남·북·러 3각 협력의 명암

입력
2014.12.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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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한국의 포항항에 화물선 한 척이 하역을 시작했다. 지난달 27일 밤 북한의 나진항을 출발한 이 배에는 러시아 하산과 북한 나진항을 연결하는 54㎞ 구간 철도로 운송된 러시아산 유연탄 4만500톤이 실려 있었다. 철도와 해상으로 운송되는 한국ㆍ북한ㆍ러시아 3국간의 복합물류 시범 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된 것이다. 한국 통일부는 1일 대변인 정례브리핑을 통해 “남ㆍ북ㆍ러 3각 협력의 첫 시발점이자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실현을 위한 기반구축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사업”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2013년 10월 서울에서 개최된 ‘유라시아 시대의 국제협력’ 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이 제안을 통해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경제협력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8일에는 서울에서 열린 제7차 세계정책회의 개회식 기조연설을 통해 “한국 정부는 남ㆍ북ㆍ러 협력사업과 남ㆍ북ㆍ중 협력사업을 통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라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조화롭게 추진되면 해양과 대륙의 교차점인 한반도에 신뢰와 평화의 통로가 열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박 대통령은 그간 중국의 시진핑 주석에게 한국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중국의 ‘실크로드 경제 벨트’, ‘해상 실크로드’를 뜻하는 일대일로(一?一路)와의 연결을 제안했다. 만약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남ㆍ북ㆍ러 3각 협력을 통해 러시아의 극동지역 개발을 목표로 하는 푸딘 대통령의 ‘신동방정책’과도 연결된다면 한국은 아시아와 유럽의 경제 통합을 앞당기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또한 남북한 간에 대화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남ㆍ북ㆍ러 3각 협력을 통해 새로운 대화와 협력의 물꼬를 틀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거대한 발전 가능성을 가진 남ㆍ북ㆍ러 3각 협력사업의 시작이 현재까지 긍정적인 평가와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미 알려진 북한의 정치적 불안정, 열악한 인프라 상황, 투자관련 법규 및 행정 제도의 미비를 제외하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몇 가지 문제점들에 대해 언급하고 대응방안을 미리 생각해 보는 것도 현 시점에서 필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우선 5ㆍ24 조치에서 나타나는 원칙과 예외의 문제다. 원칙을 유지하며 전략적 유연성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은 좋으나 5ㆍ24 제재 이후 개성공단의 존재에 대한 논쟁에 이어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정부가 예외로 간주하고 지원하고 있다는 점, 게다가 일부에서는 비무장지대(DMZ) 평화공원 설립을 북측에 제안하며 이 참에 5ㆍ24 조치를 해제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정책적 유연성보다 한국 외교원칙의 권위가 흔들리는 모습으로 국제사회에 비쳐질 수 있다. 따라서 예외로 간주됐다면 이유를 국내외에 더 적극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둘째 미국의 참여를 지금부터 권유해야 한다. 현재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실험 중이고 규모가 작지만, 만약 지역경제에 끼치는 영향력이 점차 커진다면 동북아에서 남ㆍ북ㆍ러 및 남ㆍ북ㆍ중 경제협력에서 배제된 미국이 우려를 표출할 수도 있다. 역내의 미중 간 전략적 경쟁구도를 고려한다면 미리 염두에 둬야 할 일이다.

마지막으로 한국과 러시아의 동상이몽이다. 한국의 일각에서는 한러 협력을 벌써부터 북한 비핵화와 통일정책에 연결시키려 하고 있다. 필요한 일이지만 너무 앞서가지 말고 차분히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러시아는 남ㆍ북ㆍ러 3각 협력을 경제적으로 접근하고 있지만 대미 전략적 요인과 동북아에서의 영향력 증대라는 정치ㆍ안보적인 이익도 염두에 두고 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북한과의 전략적 관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북한의 핵이 러시아에게는 안보적인 위협도 환경적인 위협도 아니라는 아르쫌 루킨 러시아 극동연방대학교 교수의 주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한권 아산정책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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