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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 지도자와 면담 자리 박차고 나간 아르메니아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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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 지도자와 면담 자리 박차고 나간 아르메니아 총리

입력
2018.04.22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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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지 사르키샨(왼쪽) 아르메니아 총리가 자신이 제의한 니콜 파시니안 의원과의 면담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있다. 예레반=AP 연합뉴스
세르지 사르키샨(왼쪽) 아르메니아 총리가 자신이 제의한 니콜 파시니안 의원과의 면담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있다. 예레반=AP 연합뉴스

남(南)캅카스 지역 국가 아르메니아가 반정부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통령을 연임한 뒤 총리직을 차지해 집권을 이어가는 세르지 사르키샨 총리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9일째 계속되는 반정부 시위를 잠재우기 위해 시위대 지도자와 면담을 시작한 지 몇 분만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모습이 방송으로 고스란히 방영됐다.

영국 BBC방송과 AFP통신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사르키샨 총리는 시위대를 이끄는 시민계약당의 니콜 파시니안 의원과 생방송 카메라 앞에서 마주 앉았다. 파시니안 의원은 “당신의 사임을 논의하러 여기에 왔다”라고 포문을 열었고 사르키샨 총리는 “이건 대화가 아니라 협박이다.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활동하지 않으면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라고 맞받았다.

파시니안 의원이 “아르메니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모양인데 권력은 사람들 손에 있다”라고 말하자 사르키샨 총리는 “총선에서 8% 얻은 정당(시민계약)이 국민을 대변할 수는 없다”라고 답한 후 자리를 나가 버렸다. 이어 수도 예레반에서 열린 집회에서는 한때 파시니안 의원이 사복 경찰에 체포됐다는 보도까지 나오며 긴장은 일촉즉발로 치닫고 있는 상태다.

사르키샨 총리를 향한 반정부 시위는 낯선 풍경이 아니다. 그가 처음 대통령직을 연임한 2013년 이래 해마다 반정부 시위가 열려 왔다. 그러나 이번 시위는 마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본딴 듯한 사르키샨 총리의 ‘대통령과 총리를 오가는’ 장기집권 계획에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좀 더 근본적이다. 애초 여당 공화당은 사르키샨이 대통령이던 지난 2015년 권력 분산을 표방하며 대통령제를 내각제로 개헌했다. 그러나 대통령 연임 제한에 걸려 퇴임한 사르키샨이 지난주 고스란히 총리로 재임명되면서, 외려 동일한 지도자의 장기집권이 지속되는 꼴이 돼 버렸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사르키샨 정권의 지지자들은 그를 터키와 아제르바이잔이라는 외부의 압력 가운데서 주권과 국가안보를 수호한 인물이라고 평가하지만 반대파들은 러시아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도 외부의 위협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국가안보 정책과 광범위한 빈곤 등에 사르키샨 정원의 책임을 묻고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22일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에서 세르지 사르키샨 총리의 집권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거리를 메우고 있다. 예레반=AP 연합뉴스
22일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에서 세르지 사르키샨 총리의 집권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거리를 메우고 있다. 예레반=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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