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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탁원 패싱' 유령주식, 다른 증권사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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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탁원 패싱' 유령주식, 다른 증권사도 만들 수 있다

입력
2018.04.10 04:4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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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주에 현금배당 할 땐

조합 직원 계좌에 직접 입금

실수로 ‘주식 배당’ 이뤄졌지만

예탁원 빠진채 배당 시스템 작동

다른 4개 증권사도 시스템 유사

금융감독원이 9일 배당착오 사태가 벌어진 삼성증권을 대상으로 결제이행 과정에 대한 특별점검에 착수하기로 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삼성증권 지점 모습.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9일 배당착오 사태가 벌어진 삼성증권을 대상으로 결제이행 과정에 대한 특별점검에 착수하기로 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삼성증권 지점 모습. 연합뉴스

삼성증권의 112조원 어치 유령 주식은 한국예탁결제원(이하 예탁원)의 주식 등록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발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더구나 다른 증권회사들도 실제로는 발행되지 않은 주식을 계좌에 입고하는 게 시스템상 얼마든지 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증권이 아닌 다른 증권사에서도 비슷한 금융사고가 터질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런 가짜 주식조차 잡아 내지 못한 국내 주식거래시스템을 전면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9일 금감원 등에 따르면 삼성증권 유령 주식 발행 사고는 우리사주 배당 입력시스템의 미비가 1차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현행법 상 상장 증권회사가 주식 배당을 할 땐 일반주주와 우리사주 조합 직원 관계없이 모두 예탁원을 거쳐야만 한다. 반면 현금배당은 다소 차이가 난다. 일반주주에게 현금배당을 할 땐 예탁원을 거쳐야 하지만 우리사주 조합원에게 현금배당을 할 땐 증권사가 바로 우리사주 조합 직원 계좌에 현금을 넣어줄 수 있다.

삼성증권의 경우 애초 우리사주 현금배당을 계획한 만큼 예탁원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배당 담당 직원은 ‘우리사주 배당 입력시스템’에서 실수로 ‘주식배당’을 선택했다. 이 경우 주식배당인 만큼 당연히 시스템상 예탁원의 주식 등록 절차를 거쳐 발행돼야 한다. 그러나 삼성증권에선 예탁원 등록 절차가 없었는데도 주식배당이 이뤄졌다. 금감원은 조사 결과 삼성증권 우리사주 배당 입력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삼성증권 시스템은 주주에게 나눠 줄 주식을 발행하지 않아도 우리사주 배당입력 시스템에서 주식배당을 선택하면 발행하지 않은 주식이 입고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었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더구나 금감원이 이날 오전까지 확인한 다른 4개 증권사도 모두 삼성증권과 유사한 시스템을 갖고 있었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그래픽=송정근 기자

금감원 관계자는 “직원이 실수로 주식배당을 선택했어도 당연히 예탁원을 거치도록 시스템이 설계가 돼 있어야 하는데 왜 그렇게 돼 있지 않았는지 우리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간 증권사들이 이 같은 실수를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에 주식배당 입력 오류 발생 때 이를 감지하고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도 없어 결국 사태를 키운 셈이다. 금감원은 모든 증권사를 상대로 조사하진 않았지만 상당수 증권사에서도 이 같은 시스템 오류가 발생할 개연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도인 금감원 부원장보는 “이번 사태는 주식거래시스템에서 비롯된 문제라기 보단 삼성증권의 우리사주 배당 입력시스템과 내부통제가 미비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주식거래시스템이 가짜주식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게 이번 사태의 본질이라고 꼬집었다. 이한상 고려대 교수는 “발행되지 않은 유령주식이 핵심시스템에서 하나도 걸러지지 않고 진짜와 섞여 시장에서 거래됐다는 게 문제”라며 “삼성증권 개별회사 제재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손혁 계명대 교수는 “삼성증권 개별회사 문제를 넘어 국내 증권거래시스템에 문제는 없는지 대대적인 점검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번 사안과 별개로 삼성증권 사태 때 주가가 12% 급락하는 과정에서 내부 직원들이 이를 이용해 공매도를 하는 등 불공정한 거래를 하지 않았는지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배당 착오 정보를 알게 된 직원들이 주가하락을 예상하고 공매도에 나섰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국은 이와 관련 한국거래소 등과 공조해 불공정거래가 있었는지 여부도 철저히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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