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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6년 만에 ‘살인 가습기’유죄 인정됐지만, 남은 과제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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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6년 만에 ‘살인 가습기’유죄 인정됐지만, 남은 과제 많아

입력
2017.01.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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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옥시레킷벤키저(옥시) 등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 임직원들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적용돼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2011년 ‘살인 가습기’ 문제가 공론화한 지 6년 만이다. 서울중앙지법은 6일 “살균제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충분한 검증을 해보지도 않고 막연히 살균제가 인체에 안전할 것이라고 믿었고, 심지어 제품 라벨에 ‘인체 안전’ ‘아이에게도 안심’이라는 거짓 표시까지 했다”며 업무상 과실을 인정했다.

법원은 다만 “옥시 측이 가습기 살균제 원료물질의 농도가 낮고 유독물로 지정되지 않아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인식했다”며 사기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검찰이 20년을 구형한 신현우 전 옥시 대표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배경이다. 법원은 또 같은 혐의로 징역 10년이 구형된 존 리 전 옥시 대표에겐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 가족들은 구형량에 훨씬 못 미치는 선고결과에 실망해 울음을 터뜨렸다. 지난해 말 현재 정부에 신고된 살균제 피해자는 5,312명이며, 이 중 1,006명이 목숨을 잃었다. 옥시는 정화조 물때를 제거하는 데나 쓰는 유독물질로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어 무려 453만개를 판매했다. 처벌을 피하려 기존 법인을 청산하고 새 법인을 설립했으며 실험보고서까지 조작했다. 이번 사태가 국민 생명을 외면한 기업들의 탐욕이 빚은 엄청난 비극이었음을 감안할 때 피해 가족들의 절망감은 십분 이해가 간다.

정부는 1심에서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의 법적 책임이 인정된 만큼 피해 보상 등 후속 대책 마련에 심혈을 기울여 피해자와 유족의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덜어야 한다. 검찰은 증거 보강을 통해 항소심에서 엄정한 법의 심판이 내려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한국 자회사의 제품 개발과 출시 승인 등에 관여한 옥시 영국 본사임원 수사가 이뤄지지 못한 점, 관리 감독 소홀로 피해를 키운 정부 관계자의 책임이 제대로 규명되지 못한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최근 살균제 피해구제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해 2,000억원의 지원금을 마련키로 했으나, 피해 신고건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충분한 지원이 가능할지 장담할 수 없다. 제조업체가 20여 곳이지만 상당수 기업이 아직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병원, 산후조리원 등에서 피해를 입은 경우 여러 제품이 섞여 있어 보상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 피해자 일부가 소송에서 이기면 다른 피해자들이 별도 소송 없이 구제받을 수 있는 집단소송제 도입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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