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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간씩 일해도… 한부모가족 42%가 저소득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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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간씩 일해도… 한부모가족 42%가 저소득층

입력
2016.03.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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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이 임시ㆍ일용직에 장시간 근로

저소득층 비율 3년새 10%p 급증

초등생 자녀 54% 혼자 시간 보내

“근로빈곤 차상위 계층 지원 늘려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아이가 밤에 39도 넘게 열이 나도 집에서 물수건으로 닦아주며 버틸 때가 많아요. 응급실 진료비가 너무 비싸고, 응급실까지 가는 택시비도 만만치 않아서요…”

2013년초 남편과 사별한 후 홀로 네 살 딸을 키우고 있는 김선아(32ㆍ가명)씨는 아이가 아플 때마다 눈물을 삼킨다. 아이를 병원에 데려갈 수 없어서다. 남편을 떠나 보내고 살 곳이 마땅찮았던 김씨 모녀는 한동안 서울의 한 쉼터에 머무르다가 2014년말부터 한 원룸에서 지낸다. 여성가족부가 거주비를 일정액 지원한다. 지난 해 5월부터는 전화상담사로 취업해 형편은 조금 나아졌지만,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원룸은 2년이 거주기한이라 올해 말 비워야 하고, 일자리도 계약직이기 때문이다. 월급(118만원)은 월세와 관리비(30만원), 차비ㆍ식료품비ㆍ아이돌보미 비용을 대기도 벅차다. “딸이 여러 사람이 함께 생활하는 쉼터에서 자라서인지 정서불안 증상이 있다”는 김씨는 “심리치료를 받았는데, 50분 치료에 10만원이나 들어 한 번만 받고 포기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월 143만원도 못 벌어”

한부모 가족의 형편이 전보다 더 힘들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전국 한부모 가족 2,552가구를 조사한 여성가족부의 ‘2015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기초생활 수급 등 저소득 한부모 가구는 한부모 가구의 41.5%였다. 처음 실태조사를 했던 2012년(30.4%)보다 10%포인트 이상 늘었다. 차상위 및 저소득 한가구(가구 소득이 중위소득 52%ㆍ2인 기준 143만원 이하)가 한부모 가구의 28%, 기초생활 수급 가구가 13.5%였다.

주거 상황도 나빠졌다. 2012년에는 자가 소유(23.5%) 가구가 가장 많았지만, 지난해에는 보증부 월세가구가 26.4%로 가장 많았다. 보증부 월세는 2012년(17.8%)보다 10% 포인트 가까이 증가했다. 자가소유는 21.2%로 줄었다. 가구소득은 월 189만6,000원으로 전체가구 평균소득(389만7,000원)의 절반이 안됐다. 금융자산ㆍ부동산 부채 등을 고려한 순자산액은 6,638만원으로 전체가구 순자산(2억8,065만원)의 5분의 1 수준이었다.

한부모 대부분은 영세한 업체에서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부모의 절반은(48.2%) 하루 10시간 이상 일했다. 임시ㆍ일용근로자 비율(36.7%), 종사자수 1~4인의 영세 업체에 다니는 비율(45.5%) 등을 보면 한부모 상당수가 고용이 불안한 저임금 일자리인 것으로 분석됐다. 늦게까지 일하다 보니 미취학 자녀의 12%, 초등생 자녀의 54.4%는 평일 일과 후 돌봐주는 어른 없이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도 병원도 못 가요”

이런 형편이다 보니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는 가구도 적지 않았다. 한부모 가구 5가구 중 1가구(20.8%)는 ‘병원에 가고 싶었지만 가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유는 절반 이상(53.6%)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꼽았다. 정신건강에도 적신호가 들어왔지만 상담 등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 5가구 중 1가구(20.2%)는 ‘최근 1년간 2주 이상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끼는’ 우울 증상을 경험했지만, 병원 치료나 상담을 받는 경우는 5.7%에 불과했다. 절반 이상이 혼자서 참았고(54%), 술을 마시거나(21.9%), 친구ㆍ가족에게 이야기(13.6%)했다.

자녀와의 여가활동도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한부모는 중고등학생 자녀와 쇼핑은 연 평균 4회, 영화ㆍ공연 관람은 2.1회, 여행은 0.7회 했다. 반면 ‘2014년 청소년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청소년(9~24세) 가구는 부모와 자녀가 쇼핑은 연 11.4회, 영화ㆍ공연관람은 6.3회, 여행은 4.2회로, 한부모 가구보다 2~6배 정도 많았다.

한부모들이 가장 필요하다고 꼽은 지원은 생계비ㆍ양육비 등 현금지원(65.7%)이 가장 많았고, 시설ㆍ임대주택 등 주거지원(13.5%), 건강지원(5.7%) 아이돌봄 관련 서비스 지원(5.5%) 등이었다.

김은지 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부모 가족은 열심히 일을 하는데도 빈곤한 ‘근로빈곤층’이 많다”며 “한부모 중 차상위, 차차상위 계층에 대한 지원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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