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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적 균형외교 집착하다 허수아비, 韓 주도권 쥘 이슈 선점 전략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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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적 균형외교 집착하다 허수아비, 韓 주도권 쥘 이슈 선점 전략 세워야"

입력
2015.05.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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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동맹 강조속 한중 우호 유지

양국에 국익 기초 할 말 먼저 해야

북핵 포기 여건 조성ㆍ주변국에 협조

우리가 주도적 역할ㆍ역량 키워가야

한국과 중국 등 다국적 시민단체 회원들이 1일(현지시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오찬이 예정돼 있는 미국 LA 시내 중심가의 한 호텔 앞에서 아베 총리의 과거사 사과를 촉구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이날 아베 총리는 시위대를 피해 호텔 후문으로 들어갔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한국과 중국 등 다국적 시민단체 회원들이 1일(현지시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오찬이 예정돼 있는 미국 LA 시내 중심가의 한 호텔 앞에서 아베 총리의 과거사 사과를 촉구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이날 아베 총리는 시위대를 피해 호텔 후문으로 들어갔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박근혜정부 들어 주요 2개국(G2)이라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취해온 이른바 ‘균형외교’가 최근 들어 가장 큰 위기에 봉착했다고 진단했다. 정부의 전략 부재와 소극적 태도로 인해 강대국 틈바구니 사이에 끼인 채 이도 저도 아닌 허수아비 외교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미중과의 기계적 관계 개선에 목을 맬 게 아니라 한국이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이슈를 선점해 중심을 잡아 나가는 진화된 균형외교가 필요한 시점이란 지적이다.

美中 양자 택일 자초하는 전략적 모호성 탈피해야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 사이 균형외교를 펼치는 데 있어 양자택일을 강요 받는 편가르기 구도를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3일 “미국과 중국 어느 한 쪽을 택하기엔 감당해야 할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한미동맹을 강조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도 창조적으로 발전해 나가는 이른바 연미화중(聯美和中) 정책을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 미일 신(新)밀월 시대라는 얘기가 나왔다 해서 한국이 중국을 버리고 미국에게 한 발 더 다가서는 것은 근시안적 처방이란 지적이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 연구위원도 “한미동맹을 유지해야 하지만 한미동맹이 반중(反中)동맹으로 보여선 안 된다”며 “우리는 미국 편이라는 걸 분명히 하면서도 중국과의 우호성을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정부는 양국을 향해 우리의 국익을 적극적으로 어필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도 나온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우리 외교의 문제점은 리드 대신 반응만 있고, 고민은 하는데 액션 플랜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에게 우리 국익에 기초해 할 말을 하는 모습을 먼저 보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한반도 배치 논의, 중국 주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 문제 등에서 보여준 정부의 애매한 태도는 미국과 중국 눈치보기 논란만 심화시켰을 뿐이라는 지적이다.

北核 문제와 중견국 외교로 주도권 넓히는 것도 방법

전문가들은 특히 한국이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를 지렛대 삼아 미중을 끌고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정인 연세대 정외과 교수는 “지금 외교가 남북관계가 안 된다는 것을 전제로 미국과 결속하고 중국과 더욱 관계를 강화하려다 자꾸 헛발질을 하고 있는데, 우선순위를 달리해 남북관계를 개선시키면 외교적으로 우리가 주도할 여력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제시될 수 있는 중국과 러시아의 체제보장 및 북미관계 개선 같은 반대급부 카드를 우리가 먼저 정교하게 다듬어 북한과 주변국들에게 설득하는 식으로 문제를 풀어가면 미중 사이에서도 한국의 전략적 공간이 생긴다는 것이다. 홍현익 수석연구위원은 “6자회담이나 북미관계에만 목을 맬 것이 아니라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주변국들의 협조를 설득하는 제안을 먼저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에 의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정부가 주도적 그룹핑을 통해 목소리를 내는 것도 우리 외교의 영향력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다. 김흥규 교수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는 미국과 중국의 복합적 갈등 구도 속에 생존을 모색해야 하는 호주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우리와 같은 딜레마에 빠져 있는 중견국가들이 많다”며 “이들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미중 갈등 속에서 나름 역할을 할 수 있고, 한반도 문제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등 외교적 공간은 훨씬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정 연세대 정외과 교수는 “균형외교 자체에 위기가 왔지만 지금이야말로 한국 외교가 조금 더 기동력을 갖고 진영화를 사전에 예방하는 외교활동을 벌였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송은미기자 m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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