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사권 숙박업소 존폐위기, 리모델링·안전설비 투자 허사
국내 수학여행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경기도교육청이 앞으로 수학여행을 전면 폐지키로 하자 경주지역 숙박업소들이 공황상태에 빠졌다. 주로 수학여행단을 대상으로 영업해 온 불국사지역 여관과 유스호스텔 등 30여개 업소는 존폐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불국사지역 숙박업소 대표들로 구성된 불국사 숙박협회는 이달 초 경기도교육청의 수학여행 폐지 발표에 대해 “수학여행단을 대상으로 하는 숙박업소 등은 죽으란 소리나 마찬가지”라며 정부ㆍ지자체 등에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박시정(50) 협회장은 “세월호 참사 후 수학여행이 중단됐다가 안전요원 확보와 80% 부모의 동의 등으로 할 수 있다는 말에 실낱 같은 희망을 가졌는데 모든 게 물거품이 됐다”며 “경기도는 국내 수학여행 수요의 30% 이상을 차지하는데, 이를 폐지하면 부도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30여 불국사권 숙박업소 관계자들은 최근 국회를 방문해 어려움을 호소한 데 이어 조만간 청와대와 교육부 등을 찾아가 수학여행이 재개될 수 있도록 요구할 방침이지만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지 미지수다.
불국사 아래 숙박단지에는 한때 100개가 넘는 단체여행객 대상 숙박업소가 성업했지만, 1990년대부터 경주지역에도 콘도미니엄이 잇따라 들어서고 1998년 금강산 관광이 시작하면서 내리막을 걷고 있다. 협회에 따르면 불국사 숙박촌에서 명맥을 유지하는 업소는 32개소에 불과하다.
세월호 참사로 중단된 수학여행이 2학기 들어 재개됐지만, 안전요원 확보 등의 문제로 상당수 학교가 이를 포기했고, 경기도교육청은 아예 수학여행 자체를 폐지하면서 재기불능에 빠지고 있다.
지난 16일 경주시 불국사 숙박단지의 P유스호스텔에는 700여명이나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확보했음에도 인적조차 없었고, 인근 기념품가게도 녹슨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게다가 지난 2월 7억원이나 들여 리모델링을 했다가 세월호참사가 터져 개점휴업에 들어갔다.
또 다른 업주는 퇴직금으로 시작한 숙박업소를 지난 2월 5,000만원을 대출받아 리모델링 했지만, 경영난으로 최근 유서까지 써 놓은 사실이 가족들에게 발견되기도 했다.
특히 수학여행 재개를 위해 각종 보험에 새로 들고 소방차 등 진입로 확보, 화재경보 및 대피시설 정비 등에 상당한 투자를 했던 터라 더 큰 타격이 예상된다. 경주시도 교육비 일부를 지원해 문화유산해설사 등 300여명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했지만 허사가 될 형편이다.
윤선길(58) 협회 고문은 “올해 불국사 숙박단지 매출은 지난해 20%도 되지 않는다”며 “안전이 최우선이지만, 필요한 안전대책을 마련했음에도 수학여행을 폐지한다는 것은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은 태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김성웅기자 ks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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