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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 변호사 “10억 투자할 테니 9개월 뒤 25억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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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 변호사 “10억 투자할 테니 9개월 뒤 25억 달라”

입력
2017.09.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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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출신 변호사의 ‘황당’ 약정

상가 분양사업에 투자하면서

자신이 낼 세금도 업자에 떠넘겨

5억대 담보도 잡았다 되돌려줘

“이자제한법 적용 회피 꼼수” 비판

변호사 “업자 믿고 선의 투자” 해명

“이쯤 되면 변호사가 아니라 대부업자 아닙니까?”

광주에서 분양시행업체인 S사를 운영하는 A씨. 그는 6월 초 시내에 지하 2층 지상 5층짜리 상가 건물을 준공한 뒤 소유권이전등기를 하기 위해 관련 서류를 준비하던 중 사무실로 전달된 팩스 한 통을 받아 보고 깜짝 놀랐다. 이 팩스는 생면부지의 B변호사가 건물부지(1,393㎡) 등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할 수 없도록 가압류를 걸어 놓았다는 내용의 법원 결정문이었다. 당시 상가 분양을 앞두고 있던 A씨는 다급하게 B변호사 측을 접촉했고, 이 과정에서 어처구니없는 얘기를 들었다. S사의 전 대표 C씨가 지난해 2월 중순 자신과 S사 명의 등으로 B변호사로부터 10억원을 투자 받은 뒤 약속한 날짜에 투자약정금을 반환하지 않았는데, 이런 사실을 숨긴 채 올해 3월 초 A씨에게 S사를 매각했다는 것이다. B변호사가 가압류를 걸어 놓은 것도 C씨에게 돈을 못 받게 된 데 따른 후속 조치였다. 그러면서 B변호사는 “15억원을 주면 가압류를 풀어주겠다”며 채권청구금액으로 15억원을 설정했다.

A씨는 C씨가 B변호사와의 돈 거래 관계를 속이고 자신에게 S사를 팔아 넘긴 게 괘씸했지만 더 기가 막힌 것은 투자약정서 내용이었다. 판사 출신인 B변호사가 C씨와, S사 등 법인 3곳에 토지(사업부지)매수대금 명목으로 10억원을 투자하고 9개월 뒤 투자원금에 정산금(15억원)까지 합해 무려 25억원을 되돌려 받기로 돼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B변호사는 투자수익금인 정산금에 대한 세금(소득세) 문제도 C씨 등이 모두 부담하도록 했다. 또 C씨가 자신에게 투자원금과 투자수익금을 담보하기 위한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B씨는 실제 C씨로부터 5억 원대에 달하는 아파트 분양계약서 2개를 담보로 잡았다가 되돌려 줬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조차 “사실은 돈을 빌려준 것인데, 투자약정 형식을 취해 대부업법(27.9%)이나 이자제한법(25%)의 최고이자율 적용을 피하려고 한 것 같다”는 비판이 나온다.

A씨는 가압류를 풀기 위해 나섰다가 B변호사의 황당한 요구에 또 한 번 놀랐다고 했다. B변호사가 애초 요구했던 채권청구금액(15억원)보다 많은 25억원을 달라는 것이었다. “B변호사와 투자약정을 맺은 연대보증채무자들이 함께 부담해야 할 돈을 나에게 모두 다 내놓으라는 게 말이 됩니까?” 참다 못한 A씨가 “그럼, 공탁금을 걸고 소송하겠다”고 반발하자, B변호사는 6월 말과 8월 말, 9월 말 각각 5억원씩 지급받고, A씨의 또 다른 연립주택 신축공사대금 청구채권 등도 양도받는 조건으로 가압류를 풀어줬다.

“A씨에게 25억원을 요구한 적이 없다”는 B변호사는 “친하게 지내던 후배 C씨에게 투자를 약속했던 데다, C씨가 상가분양사업을 약정기일 내에 끝낼 수 있고 예상수익금 50억원 중 15억원을 주겠다고 장담해 이를 믿고 선의로 투자약정서를 작성했다”며 “그러나 이후 C씨가 아무런 담보도 설정해 주지 않는 등 약정서대로 (의무를)이행하지 않고 S사를 팔았다는 얘기를 듣고 부랴부랴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압류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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