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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풍선 받으려 180㎞ 폭주 생중계… 돈벌이 눈먼 인터넷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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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풍선 받으려 180㎞ 폭주 생중계… 돈벌이 눈먼 인터넷방송

입력
2016.03.2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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짭짤한 수익에 더욱 대담해져

한 개당 100원… 모일수록 대박

칼치기ㆍ난폭운전 자극적 화면 연출

음란방송 폐해 이미 심각한 수준

성행위 방송한 20대 구속되기도

네티즌 다중 시청에 죄의식 줄어

간접체험 따른 모방범죄 위험도

불법 레이싱 피의자 엄모씨가 지난해 12월 중고차 온라인 쇼핑몰 보배드림에 올린 레이싱 생중계 동영상의 한 장면. 서울 마포경찰서 제공.
불법 레이싱 피의자 엄모씨가 지난해 12월 중고차 온라인 쇼핑몰 보배드림에 올린 레이싱 생중계 동영상의 한 장면. 서울 마포경찰서 제공.

낮에는 평범한 회사원이지만 어둠만 깔리면 외제차 폭주족 BJ(Broadcasting Jockeyㆍ방송 진행자)로 돌변하는 엄모(30)씨. 그는 인터넷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에 심야 시간을 이용해 불법 레이스를 생중계하면서 시청자들이 주는 ‘별풍선’으로 용돈벌이를 해왔다. 지난해 11월 29일 오전 1시 여느 때처럼 서울 강변북로로 차를 몰고 나간 엄씨는 지인 이모(37)씨와 이모(33)씨가 벌이는 아찔한 경주를 중계했다. 세 차량은 서울 상암동에서 자양동 영동대교 북단까지 20㎞를 시속 180㎞로 내달려 7분만에 주파했다. 단속 카메라를 피하기 위해 차량 번호판을 비닐봉투로 가리는 치밀함도 보였다.

엄씨는 생중계로 얻은 별풍선을 환전해 4개월간 월 평균 30만~50만원의 수익을 거두자 더욱 대담해졌다. 더 많은 시청자를 모으기 위해 이날 촬영한 영상을 자동차 관련 인터넷사이트 보배드림에 게시했다. 하지만 영상을 본 한 네티즌의 신고로 세 사람은 결국 서울 마포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에 검거됐다. 경찰 관계자는 23일 “더 많은 별풍선을 받으려면 자극적 화면이 필요해 칼치기 등 위험천만한 난폭운전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별풍선에 눈이 먼 유사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별풍선은 BJ에게 지급하는 일종의 시청료. 별풍선 1개 가격은 100원으로, 별풍선을 구입한 시청자가 BJ에게 쏘아면 BJ는 나중에 별풍선을 환전해 원래 금액의 60~70%를 가져가는 식이다.

최근 1인 미디어,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등을 표방한 실시간 인터넷 방송 플랫폼이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으면서 온라인에는 거대한 ‘별풍선 시장’이 형성된 지 오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이른바 ‘라이크 이코노미(페이스북 ‘좋아요’ 숫자의 경제적 파급력)’가 만들어진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돈이 모이는 곳이면 어김없이 범죄가 따라붙듯, 별풍선으로 인한 부작용은 신종 경제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음란방송 등 별풍선의 폐해는 이미 심각한 수위에 이르렀다. 시청률 경쟁이 심화하고 BJ들이 점점 더 자극적 방송을 추구하면서 범죄 행위가 여과 없이 공개되는 실정이다. 특히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모방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월에는 별풍선 대박을 노리고 10대 청소년과의 성관계 장면을 방송한 20대 남성들이 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오모(25)씨 등 2명은 미리 음란방송을 예고한 뒤 서울 강남의 한 원룸에서 채팅으로 섭외한 A(18)양과 성행위 하는 장면을 20여분간 방송해 700여만원을 벌었다.

더 큰 문제는 BJ뿐 아니라 네티즌이 별풍선을 보내는 것 역시 범죄에 동조하는 행위임을 모른다는 데 있다. 인터넷 방송 속성상 다중이 영상을 시청하면 죄의식이 줄어든다. 간접 체험으로 범죄를 접할 경우 심각성을 체감하기도 어렵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온라인을 통해 범죄를 익힐 경우 상대적으로 도덕성과 윤리의식이 옅어질 수밖에 없다”며 “불법 음란사이트 소라넷에서 성매매 정보가 대수롭지 않게 공유되거나 성폭행 모의까지 이뤄졌던 것도 이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최근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인기를 얻는 등 인터넷 개인방송이 주류 문화로 각광받는 만큼 방송플랫폼 제공 업체와 수사당국 등이 범죄 근절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프리카 TV 관계자는 “불법 방송을 뿌리뽑기 위해 모니터링 운영 원칙을 보다 세분화하는 등 감시망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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