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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경 기자

등록 : 2018.02.27 17:03
수정 : 2018.02.27 17:12

북극곰 수난시대, 배고픔에 쓰레기까지 뒤져

등록 : 2018.02.27 17:03
수정 : 2018.02.27 17:12

북극곰 인터내셔널 홈페이지 캡처

지구촌의 최대 육상 포식자로 알려진 북극곰은 북극에선 최고 실세다. 영하 40도 혹한과 시속 120㎞ 강풍도 견딜 수 있는 육중한 덩치 앞에 야생동물들은 꼬리를 내린다.그랬던 북극곰이 생존 위기에 직면했다. 지구 온난화 탓에 먹잇감을 구하지 못한 탓이다. 세계 북극곰 보호단체인 북극곰인터내셔널이 북극곰 보호의 날로 정한 27일 이런 징후는 이미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가 미국 글로벌예보시스템을 인용, 지난 25일 북극 기온이 영상 2도까지 치솟았다고 보도했다. 이는 평년 보다 무려 30도 이상 높은 수준이다. 매년 이 맘 때 북극은 24시간 해가 들지 않으면서 가장 혹독했던 추위를 기록했던 점에 비춰보면 매우 이례적인 현상으로 분석된다. 잭 레이브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어바인 분교 기상과학자는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북극에 기상 관측 시설이 없지만 여러 분석 결과, 빙점에 매우 가까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학계에선 이에 대해 폭풍이 그린란드해를 통해 강한 열기를 북극에 유입시키면서 기온 상승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극곰 인터내셔널 홈페이지 캡처

문제는 이런 현상이 갈수록 빈번해지고 기간 또한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로버트 그래이엄 노르웨이 극지연구소 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이런 현상은) 1980~2010년 사이엔 4년 마다 나타났지만 지난 5번의 겨울 시즌 동안 4번이나 발생했다”며 북극 얼음 감소를 주된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지난 1월 북극 얼음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기후 변화의 직격탄은 북극 터줏대감인 북극곰에게 떨어지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상승, 빙산이 녹으면서 북극곰의 사냥 환경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이달 초 미국 지질조사국(USGS)과 산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이 밝힌 북극곰 생태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지난 2014~16년 사이 알래스카 앞바다에서 서식 중인 암컷 북극곰 9마리(평균 몸무게 175㎏)에 위성항법장치(GPS)를 부착시켜 행동 관찰에 나선 결과, 체중 유지에 필요한 먹잇감 찾기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확인했다.

북극곰 인터내셔널 홈페이지 캡처

연구팀에 따르면 북극곰은 생존을 위해 10일마다 성숙한 얼룩큰점박이 바다표범 1마리나 어린 바다표범 3마리를 먹어야 하지만 관찰 대상인 9마리의 북극곰 가운데 5마리는 먹잇감을 찾지 못하면서 10일 동안 20㎏의 몸무게가 빠졌다. 얼음 위를 걷기 보단 녹은 빙하가 만들어 낸 얼음덩어리 사이를 뛰거나 물속에서 헤엄치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북극곰들은 먹잇감을 찾아서 필사적으로 육지로 올라가거나 서식지에서 멀리 떨어진 민간 마을의 쓰레기 더미까지 뒤지고 있는 실정이다.

알래스카에서만 30년 넘게 북극곰을 연구해 온 스티븐 앰스트럽 미국 북극곰 인터내셔널 수석 과학자는 “무척 야윈 북극곰들의 비디오를 많은 사람들이 봤다”면서 “더 많은 북극곰들이 굶주림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고 이들이 자주 육지에 올라오는 모습도 접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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