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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 없는 서울시향 "최고" 평까지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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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 없는 서울시향 "최고" 평까지 나와

입력
2016.01.10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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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프 에셴바흐가 9일 저녁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향 신년 첫 정기연주회를 지휘하고 있다. 서울시향 제공
크리스토프 에셴바흐가 9일 저녁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향 신년 첫 정기연주회를 지휘하고 있다. 서울시향 제공

정명훈 없는 서울시립교향악단 연주를 믿고 들을 수 있을까. 9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향 첫 신년 정기연주회는 이런 기우를 말끔하게 씻어낼 만한 무대였다. 잔향 없이 소리가 넓게 흩어져 클래식 연주 묘미를 느끼기 어려운 대극장이 역으로 ‘역대 최강’ 연주력을 더 돋보이게 했다는 평까지 나왔다.

정명훈 전 예술감독 사임 이후 처음 열린 이번 연주회는 독일 출신 거장 크리스토프 에셴바흐가 이끌었다. 스베틀린 루세브 악장마저 재계약을 원하지 않는다며 빠지는 바람에 악장도 없었지만 서울시향의 역대 연주회 가운데서도 단연 최상으로 꼽을만큼 연주의 질은 물론 관객과 호흡도 잘 맞았다는 평가다. 2,300여 관객은 객석에 불이 켜질 때까지 박수갈채를 보냈다.

9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향 정기연주회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최예은(앞 줄 왼쪽)이 멘델스존 바이올린협주곡을 열연하고 있다. 서울시향 제공
9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향 정기연주회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최예은(앞 줄 왼쪽)이 멘델스존 바이올린협주곡을 열연하고 있다. 서울시향 제공

바이올리니스트 최예은(28)과 협연한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는 우아했다. 최예은은 매혹적인 멜로디로 대중에게 친숙해 진부할 수 있는 이 곡을 여리면서도 섬세하게 살려냈다. 앙코르에서 들려준 윤이상의 ‘작은 새’는 제목의 이미지처럼 마냥 자유로웠다.

압권은 오케스트라 중에서도 고난도로 꼽는 브루크너 교향곡 9번 연주. 독실한 가톨릭신자였던 작곡가가 “사랑하는 하나님”에게 헌정한 이 작품은 뛰어난 기량뿐 아니라 영적 감흥을 전한다. 독특한 화성인 1악장의 혼란이 광기 어린 2악장으로 이어지고, 곡의 정점인 3악장의 고통스러운 절규와 고행을 거쳐 마침내 신과 하나가 된 듯 벅찬 희열을 담고 있다. 에셴바흐는 현악기군을 브루크너 교향곡 연주에 어울리는 독일식으로 배치해 제1바이올린, 제2바이올린을 마주 보게 했다. 덕분에 3악장에서 제1ㆍ2 바이올린이 선율을 주고받으며 긴장을 쌓아가는 부분의 음향 효과는 극대화됐다.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역시 최예은이 1ㆍ2바이올린과 음을 주고 받는 2악장이 입체적으로 살아났다.

음악칼럼니스트 최은규씨는 “브루크너 음악의 숭고한 면을 고지식하고 단순하게 연주하기 마련인데 상당히 독특하게 해석했다”며 “장대한 건축물 같은 브루크너 음악의 웅장함을 이끌어내며 청중을 사로잡았다”고 평했다. 최씨는 “최근 몇 년 간 서울시향은 안토니 비트, 엘리아후 인발 등 거장과의 협연에서 기존 스타일과는 완전히 다른 연주를 보여줬다”며 “이번 무대 역시 거장의 해석을 짧은 시간 정확히 읽어내고 소화한 역량을 확인한 무대”라고 덧붙였다.

9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향 정기연주회에서 부르크 교향곡 9번 지휘를 끝낸 크리스토프 에셴바흐가 객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서울시향 제공
9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향 정기연주회에서 부르크 교향곡 9번 지휘를 끝낸 크리스토프 에셴바흐가 객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서울시향 제공

정명훈 사임 후 급하게 지휘자를 정하는 바람에 7일 오후 입국한 에셴바흐는 트렁크를 든 채 서울시향 연습실로 직행해 밤 10시까지 리허설을 했다. 8일 역시 내내 연습실에서 살았고, 공연 당일인 9일 낮에도 단원들과 계속 호흡을 맞췄는데, 단원들의 활 사용까지 꼼꼼하게 챙기며 이끌었다는 후문이다. 리허설에 앞서 서울시향 최수열 부지휘자가 이틀간 연습지휘를 통해 기량을 다져 놓는 등 준비도 연주회 성공에 한몫 했다.

서울시향은 조만간 대표이사 자문기구인 ‘지휘자 발굴 위원회’를 구성해 정명훈 후임을 논의할 예정이다. 루세브를 비롯해 정 전 감독과 인연으로 합류한 단원들과도 계속 협의 중이다. 16, 17일 정기공연 지휘자는 11일께 공개한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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