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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구태를 거듭하는 여당의 총선후보 공천 잡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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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구태를 거듭하는 여당의 총선후보 공천 잡음

입력
2016.03.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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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4.13 총선 공천심사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실시한 예비후보 사전 여론조사 결과가 외부로 유출되는 전대미문의 사고가 일어났다. 새누리당 부속기관인 여의도연구원이 만들어 당의 공천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에 보고한 내용이다. SNS 등을 통해 외부에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 가운데 일부는 원본과 일치하나 이름이나 지역, 숫자 등이 다른 경우도 있다고 한다. 누군가 여론조사 결과 원본을 입수한 뒤 일부 내용을 조작해 시중에 퍼뜨렸다는 얘기다. 공당(公黨)에서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사고로서 공천의 공정성을 크게 해쳤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조사에 나섰지만 사안의 성격에 비추어 검찰이 곧바로 수사에 착수해도 될 범죄행위다. 선거법 위반이나 업무방해 여부 등을 엄밀히 가려야 한다. 나아가 공천에 영향을 미치거나 특정 예비후보들을 겨냥한 정치공작인지 여부도 밝혀내야 한다. 여론조사 유출 및 조작, 유포 경위와 배후 등에 대한 진상규명이 조속하고도 철저하게 이뤄져 구시대적 권모술수에 기대려는 시대착오적 작태에 경종을 울릴 수 있기를 바란다.

이번 사고뿐만 아니라 최근 여당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란과 신경전을 보면 민주적 정당이 맞는지가 의심스럽다. 과거와 변한 게 없다. 친박 실세 인사가 사석에서 “누구누구는 반드시 죽인다(공천 탈락을 의미)”는 등의 험한 말을 했다는 얘기가 보도되고, 진박ㆍ친박ㆍ비박이니 패를 나누어 원수처럼 공천 다툼에 나서 있는 작태가 한심하다. 4일 전에 있었던 살생부 파문도 따지고 보면 개중 하나일 뿐이다. 독재정치나 3김 시대가 저문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여전히 과거 행태를 답습하고 있는 게 지금의 새누리당이다. 그러면서도 당내 민주주의와 탈 권위주의를 내세워 당 대표도 공천심사 예외일 수 없다고 공선위 면접이라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그저 국민의 눈을 현혹시키려는 연극이라면, “180석 획득으로 국회선진화법을 뜯어 고치자”는 다짐은 허세나 오만일 뿐이다.

여당은 이번 여론조사 유출사고를 당내의 사소한 사고로 치부하며 얼버무리려 할 게 아니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 분위기를 어지럽힌 중대 사건으로 인식하고 선관위 조사나 당국의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공천 결과에 대한 예비후보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가운데 향후 당내 경선이나 공천을 원만하게 끝내기 위해서라도 그래야 한다. 아울러 여당 내의 잇따르는 잡음이 선거를 코앞에 두고도 아직 후보자를 정하지 못한 직접적 결과라는 점에서 공선위가 공천작업 속도를 바짝 끌어올려야 한다. 한 점 의혹 없는 공명정대한 절차라면서 왜 이리 뜸을 들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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