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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가 임대료 대폭 올려 권리금 한 푼 못 받고 쫓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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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가 임대료 대폭 올려 권리금 한 푼 못 받고 쫓겨나"

입력
2014.09.24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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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임차인 권리 강화됐지만 임대료 편법 인상 땐 속수무책

뉴시스
뉴시스

40대 김모씨는 서울 지하철 홍대입구역 부근에서 4년째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건물주가 갑자기 임대료를 800만원에서 2,100만원으로 세 배 가까이 인상해달라고 요구했다. 아무리 계산을 해도 답이 안 나와 이사를 하려는데 건물주가 요구하는 월세를 내려는 세입자를 찾기 어려웠다. 계약일이 다 돼서 가게를 비운 김씨는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커피숍 시설이나 상권에 대한 권리금은 한 푼도 챙기지 못했다.

그런데 몇 달 뒤 건물주가 새로운 임차인에게 1,000만원 정도의 임대료와 권리금 2억원까지 받고 가게를 내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씨는 “권리금을 가로채기 위해 건물주가 일부러 임대료를 터무니없이 올린 것이란 확신이 들었지만 하소연할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가 이런 상황에 처한 것은 권리금이 시장에선 인정되지만 법적으론 인정되지 않는 탓. 권리금은 영업이 잘되는 자리에 가게를 열기 위해 먼저 장사하던 임차인에게 내는 돈이다. 쌓아온 고객관계, 신용 등 무형 재산과 시설 입지 등이 포함된다. 3월 서울시의 실태 조사에 따르면 서울 상가의 평균 권리금은 ㎡당 평균 115만8,000원 수준으로 강남대로변 1층 상가의 경우 권리금이 평균 4억250만원에 달했다.

문제는 건물주가 임대료를 올리는 과정에서 권리금이 ‘인질’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권리금은 임차인끼리 주고받는 것인데, 악덕 건물주의 경우 온갖 방법으로 권리금의 고리를 끊으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상가세입자의 권리금을 노리고 기획부동산들이 개입해 건물을 매입, 홍대나 강남 등 주요 상권에서 피해가 속출하기도 했다. 홍대 인근의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재계약 때마다 월세가 오르는 것은 장사가 잘돼서가 아니라 권리금 못 받고 쫓겨나는 게 겁나서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성격의 돈이라 양도인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이번 조치를 통해 임차인의 권리가 강화됐지만 실효성이 떨어지는 단점은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대기간 5년을 보장했지만 임대료를 크게 올리는 등의 편법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건물주가 임대료를 크게 올려 사실상 임차인을 내쫓는 경우에 대한 대책은 빠져 있다는 점에서 형식적인 조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5년 보호기간 중 임차인이 건물에서 나가는 경우 독일 프랑스 일본 등의 국가에서 시행 중인 ‘퇴거료 보상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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