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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은 초콜릿을 다시 얼리면 왜 맛없을까”

입력
2016.04.29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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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이지만 절대적인 화학지식 50

헤일리 버치 지음ㆍ임지원 옮김

반니 발행ㆍ260쪽ㆍ1만3,000원

우리가 눈을 떠서 잠들 때까지 단 한 순간이라도 화학제품을 피해서 사는 것은 이제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되어 버렸다. 치약에서 스마트폰 등 일상의 모든 제품 소재는 모두 화학적인 공정을 거쳐서 만들어진다. 이 책은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게 되는 물건에서부터 우주선의 첨단소재까지 우리가 알고 싶고, 알아야 할 화학 지식을 아이템당 대략 5페이지씩 끊어서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충실히 소개하고 있다.

원자, 원소, 동위원소, 화합물 항목에서 시작해서 화학반응, 산화와 환원, 발효, 화학적 합성 등 화학의 기초이론을 거쳐 전기 분해와 반도체의 미세 가공 등 첨단 산업에서의 화학과 단백질, 효소, 당, DNA, 광합성 등 생물체 내에서의 화학 작용을 망라하며 3D 프린팅과 태양전지, 그래핀과 나노기술 등 미래의 화학으로 종횡무진한 후에 끝을 맺는다.

우선 읽는데 전혀 부담이 없다. 이해를 돕는 그림과 재미있는 숨은 얘기들도 그득하다. 이를테면 얼음도 가라앉을 수 있다는 신기한 사실에 대해 알아보자. 모든 수소 원자는 양성자 1개, 전자 1개를 가지는데 수소 핵에 중성자 하나가 추가되면 어떻게 될까? 그래도 그 원자는 수소일까?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수소 원자에 중성자를 하나 추가하면 큰 차이가 생긴다. 라이트플라이급 원자 입장에서 중성자 하나가 들어오는 것은 핵 입자의 수가 두 배가 된다는 의미이다. 그 결과 생긴 무거운 수소를 중수소라고 부르는데 이 원자도 보통 수소와 똑같이 산소 원자와 결합해 물 분자를 만든다.” 중수소로 만든 물인 중수는 인터넷으로도 주문 가능한 상품인데 이 중수를 얼리면 물에 가라앉는 얼음을 만들 수 있다고….

이렇게 원자 속의 아원자 입자에 차이가 있는 걸 동위원소라고 하는데 동위원소는 수소, 탄소, 산소처럼 안정적인 동위원소가 있고, 불안정한 방사성 동위원소가 있다. 방사성을 가진 동위원소는 서서히 붕괴하며 그 속도는 각기 다른데 특정 방사성 원자의 절반이 붕괴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반감기라고 한다.

맛있는 초콜릿을 옷주머니에 넣어 두었는데 갑자기 날이 더워 흐물흐물하게 녹아버려 재빠르게 냉동실에 넣고 얼려본 일이 있는가? 이 경우 원래 초콜릿 맛이 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뭘까? 코코아 분자는 자그마치 여섯 가지 다른 형태로 결정화될 수 있다. 이 각기 다른 형태를 다형체라고 하는데, 이 여섯 가지 다형체는 각기 다른 구조를 가지고 녹는점도 다르다. 초콜릿을 녹였다가 다시 굳힐 경우 처음과 다른 다형체가 형성되고 그 결과 맛이 달라지는 것이다.

물질이 세가지 상태 즉 고체, 액체, 기체로 존재하며 이 상태의 변화를 상전이(혹은 상변화)라 부른다는 것쯤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여기에서 조금 더 나아가 고온 고압에서는 플라스마 TV 속에서처럼 플라스마 상태도 가능하고, LCD TV에서처럼 액정 상태도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체 상태에서조차 여러가지 결정의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른 상태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은 녹은 초콜릿으로 배울 수 있는 몰랐던 과학이다.

이형열 과학책 읽는 보통사람들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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