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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집 시대, 트랜스포머 가구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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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집 시대, 트랜스포머 가구가 뜬다

입력
2016.04.19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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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와 소파가 결합돼 필요에 따라 바꿔 사용할 수 있는 제품 'Tango'. 사진은 침대로 변형된 모습이다. CLEI 제공
침대와 소파가 결합돼 필요에 따라 바꿔 사용할 수 있는 제품 'Tango'. 사진은 침대로 변형된 모습이다. CLEI 제공
침대에서 소파로 용도를 바꿨지만 어색함이 없다. CLEI 제공
침대에서 소파로 용도를 바꿨지만 어색함이 없다. CLEI 제공

“나사를 풀고 조이는 건 ‘구식(Old-fashioned)’이죠. 쉬워야 혁신 아닌가요?”

지난 13일 세계 최대 규모의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가 열리는 이탈리아 피에라 밀라노 전시장. 박람회에 참가한 업체 직원이 간단한 동작 몇 번으로 소파를 침대로 바꿔 버리자 관람객들 사이에서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소파 위에 올려져 있던 쿠션을 치우고 판을 두세 번 정도 들어 올렸다 내리는 것을 반복하자 소파였던 가구가 금세 침대로 변한다. 모든 과정이 채 1분도 걸리지 않는다.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 게다가 소파일 때의 모습도 침대일 때의 모습도 완벽하다. ‘뒤집어 입으면 전혀 다른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고 광고하지만 어딘가 엉성한 투인원(2-in-1) 점퍼 따위와는 비교 불가다.

그래도 가구인데 조교가 숙련된 탓에 쉬운 건가 싶어 “직접 해보겠다”고 나서 봤다. 초보자가 하기에도 끄떡없다. “쉽죠?”라고 물으며 웃는 직원에게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난다. “그래, 이래야 진짜 투인원이지.”

작은집에 안성맞춤 ‘트랜스포머’ 가구

지난 12일부터 일주일간 열린 밀라노 박람회는 독일 쾰른 가구박람회, 프랑스 메종 앤 오브제와 함께 세계 3대 디자인 행사로 꼽힌다. 1961년 이탈리아의 가구ㆍ인테리어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 개최됐으나 오늘날은 세계의 패션, IT, 전자, 자동차 기업들도 함께 전시관을 열고 있다. 올해는 160여 국가의 가구ㆍ디자인 업체가 참여해 2,400개가 넘는 부스를 열었다. 개막 다음날인 13일 오전 9시, 축구장 30개 넓이에 해당하는 전시장 앞은 개장을 기다리는 관람객으로 인산인해였다.

“낮에는 소파(혹은 책상)였다가 밤에는 침대가 되는” 가구는 이탈리아 업체 CLEI가 내놓은 제품이다. 최소한 두 개 이상의 기능을 갖춘 시스템 가구를 주력으로 하는 이 업체의 관계자는 가구를 요리조리 살펴보며 신기해하는 관람객에게 “단순히 가구가 변해서가 아니라 변신하는 가구가 가져오는 결과가 혁신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CLEI의 ‘트랜스포머’ 가구는 좁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공간 절약형’ 가구이면서도 디자인은 옹색하지 않았다. 군더더기 없이 떨어지는 모던한 디자인이다. 이방 저 방을 귀찮게 옮겨 다닐 필요가 없으니 귀차니스트들에게 ‘딱’이라는 농담 섞인 설명도 일리가 있다. 관계자는 “혁신은 곧 품질 향상”이라며 “결국 소비자들의 삶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제품 평가의 기준”이라고 덧붙였다.

이 트랜스포머 가구는 작은집 인기가 점점 더 확산되고 있는 한국에도 어울린다. 치솟는 전셋값 때문에 타의로 좁은 집 열풍에 끼었지만 답답함까지 그 집으로 가져갈 필요는 없다. 감쪽같이 감춰져 있던 주방에서 싱크대, 오븐 심지어 냉장고까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보면서 “디자인은 결국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평소에는 감춰 뒀다가 필요할 때만 펼쳐 사용할 수 있는 부엌가구 Kitchen Box Plus. 사진은 제품을 접어 놓았을 때의 모습이다. CLEI 제공
평소에는 감춰 뒀다가 필요할 때만 펼쳐 사용할 수 있는 부엌가구 Kitchen Box Plus. 사진은 제품을 접어 놓았을 때의 모습이다. CLEI 제공
가구를 열면 냉장고와 각종 조리 기구뿐만 아니라 수납장까지 나타난다. CLEI 제공
가구를 열면 냉장고와 각종 조리 기구뿐만 아니라 수납장까지 나타난다. CLEI 제공

“지금 음식을 뒤집으세요” 똑똑한 주방

밀라노 박람회는 짝수 년도에는 부엌과 욕실, 홀수 년도에는 조명으로 소주제 전시를 진행한다. ‘주방을 위한 기술’이라는 주제로 마련된 유로쿠치나(Eurocucina) 섹션에서는 40여 업체들이 선보인 스마트 가전들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관람객들은 센서가 부착된 제품 앞에서 서성대거나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으로 조작되는 제품을 유심히 신기한 표정으로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독일 그룬딕(Grundig) 부스에는 ‘스마트 주방’을 엿보기 위한 관람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하도 여기저기서 질문이 터져 나오는 바람에 담당 직원이 재차 “누가 질문하셨죠?”라고 묻기 바빴다. 제품의 작동 원리는 이렇다. 식기 세척기 등 주방용 가전에는 센서가 부착돼 있다. 그리고 센서는 사용자의 행동 패턴이나 주변 사물의 움직임을 읽고 저장한다. 이 기억에 기반해 제품은 사용자의 동작이 필요한 시점에 맞춰 신호를 보낸다. 내가 평소 좋아하는 굽기로 빵이 구워졌을 때쯤 이 스마트 가전이 ‘이제 뒤집으세요’라는 명령을 보내기도 하고, 평소 손가락 마디만한 크기로 식재료를 잘라왔다면 그 크기에 맞춰 불빛을 표시해 주기도 한다. “주방은 이제 수동적인 존재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센서로 감지한 사용자 행동을 저장했다가 그에 맞춰 명령을 내보내는 조리 기구. 그룬딕 제공
센서로 감지한 사용자 행동을 저장했다가 그에 맞춰 명령을 내보내는 조리 기구. 그룬딕 제공
센서로 감지한 사용자 행동을 저장했다가 그에 맞춰 명령을 내보내는 조리 기구. 그룬딕 제공
센서로 감지한 사용자 행동을 저장했다가 그에 맞춰 명령을 내보내는 조리 기구. 그룬딕 제공

그룬딕은 기술력을 보여주는 데만 그치지 않고 환경 보호에 대한 관심도 내비쳤다. 두 가지 다른 음식을 한꺼번에 조리할 수 있도록 분리된 오븐은 조리 시간을 줄여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도록 한다. 식기 세척기는 겨우 5.5리터의 물만 가지고도 설거지를 끝낼 수 있다. 업체 관계자는 “지속적인 투자와 개발로 주방 가전의 새 시대를 열 것”이라고 자신했다.

액세서리에서 인테리어로 진화한 자연

모듈로 구성돼 설치가 쉽고 배수도 간단해 실내에서도 손쉽게 식물을 키울 수 있다. 로사나 제공
모듈로 구성돼 설치가 쉽고 배수도 간단해 실내에서도 손쉽게 식물을 키울 수 있다. 로사나 제공

이탈리아 기업인 로사나(Rossana)는 실내에서도 채소 등을 재배할 수 있게 만든 가구를 선보이면서 스스로 ‘혁명’이라고 이름 붙였다. 스타트업 업체와 협업해 만든 이 제품은 모듈 구성이어서 실내 설치도 간단하다. 실내에서 키우는 식물이 상대적으로 햇볕 받기가 어렵다는 점 등을 감안해 제작됐다. 업체 관계자는 “내가 먹고 내 가족에게 해줄 음식이 안전하기를 바라지 않느냐”며 “우리 제품은 안전한 재료를 손쉽게 얻기 위한 확실한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귀농이나 주말농장을 생각해본 사람이라면 로사나의 이 제품에 한 번쯤 눈길을 돌릴 것 같다.

북유럽 이끼로 만들어진 벽. 공기 중 습기로 자란다. 모스월 제공
북유럽 이끼로 만들어진 벽. 공기 중 습기로 자란다. 모스월 제공

정원 가꾸기나 채소 재배에 취미는 없지만 자연을 벗삼아 생활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모스월(Moss Wall)의 에코 인테리어도 눈길 가는 아이템이다. 제품에 사용된 북유럽 이끼는 공기 중의 습도만 가지고도 유지가 돼 관리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역시 모듈로 돼 있어 나사 몇 개로 고정만 하면 손쉽게 자연을 실내에 들일 수 있다. 모스월 관계자는 “누구나 편안하고 자연 친화적인 공간을 선호할 것”이라며 “주거 공간뿐만 아니라 에코 오피스 등을 위한 구매도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쓰레기를 재활용해 만든 오가닉 의자. 카르텔 제공
쓰레기를 재활용해 만든 오가닉 의자. 카르텔 제공

카르텔(Kartell)은 쓰레기를 재활용해 만든 친환경 의자로 눈길을 끌었다. 업체가 내놓은 제품은 언뜻 플라스틱과 매우 유사해 보이나 생물 분해가 가능하다.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는 올해도 이런 친환경 인테리어 제품들이 다양하게 선보였다.

밀라노=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작은 집에 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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