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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피살 사진 게재' 美 신문에 비난 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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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피살 사진 게재' 美 신문에 비난 쇄도

입력
2015.08.28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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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지역방송국인 WDBJ의 앨리슨 파커 기자와 카메라기자 애덤 워드가 생방송 인터뷰 중 해고된 전직 동료기자 베스터 리 플래내건의 총격으로 피살된 가운데 조사관들이 애덤 워드의 시신을 조사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지역방송국인 WDBJ의 앨리슨 파커 기자와 카메라기자 애덤 워드가 생방송 인터뷰 중 해고된 전직 동료기자 베스터 리 플래내건의 총격으로 피살된 가운데 조사관들이 애덤 워드의 시신을 조사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생방송 중 두 기자가 피격 살해된 사건으로 미국이 충격에 빠진 가운데 이 장면 사진을 여과 없이 내보낸 미국 신문이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27일 미국 언론에 따르면, 뉴욕 지역 일간지인 뉴욕 데일리 뉴스는 이날 1면에 인터뷰 중 정신 질환 증세를 보인 전 직장 동료 베스터 리 플래내건(41)의 총격에 전날 오전 숨진 WDBJ 방송의 앨리슨 파커(24·여) 기자의 동영상 스틸 사진 3장을 실었다.

문제의 동영상은 용의자인 플래내건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 소셜 미디어에 올린 것으로, 파커 기자가 권총을 겨눈 플래내건을 보지 못하고 지역 상공회의소 대표인 비키 가드너와 인터뷰 중인 장면을 담았다. 인터뷰 장면을 찍던 카메라 기자 애덤 워드(27)도 플래내건의 총격에 희생됐다.

희생자들과 더불어 언론에 종사하는 현직 기자와 앵커들이 뉴욕 데일리 뉴스의 1면 편집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미 언론 보도로 알려진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충격적인 상황에서 구태여 독자의 말초신경을 자극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이유에서다. 평소 뉴욕 데일리 뉴스의 1면이 선정적인 사진으로 유명하지만, 이번에는 해도 너무했다는 비판이 주를 이룬다. 트위터에서는 뉴욕 데일리 뉴스를 절독하자는 운동마저 일고 있다.

파커의 남자 친구로 그와 결혼할 예정이던 WDBJ 방송의 앵커 크리스 허스트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시내를 돌아다니기가 매우 불편할 것 같다”며 “되도록 그 신문의 1면을 피하겠다”며 슬픔과 분노를 동시에 표출했다.

WNYT 방송의 기자이자 앵커인 제시카 레이턴은 “희생된 아름다운 영혼들은 1면에 나온 사진보다 훨씬 나은 대우를 받았어야 했다”며 사망 직전의 사진을 게재한 뉴욕 데일리 뉴스의 결정을 정면으로 비난했다. WSVN 방송의 앵커 알렉스 디프라토도 트위터에 “역겹다”며 끓어오르는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일간지 댈러스 모닝 뉴스의 논설실장인 마이크 드라고는 희생자의 죽음을 이용한 “사망자 포르노”라고 뉴욕 데일리 뉴스를 강력하게 규탄하면서 “살인자의 시각에서 희생자의 사진을 보여주는 것은 악용의 도를 넘어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송사마다 동영상 방영 원칙도 달랐다. 미국 공영라디오 방송 NPR에 따르면, 뉴스 전문 채널인 CNN은 1시간마다 문제의 동영상을 튼 데 반해 MSNBC 방송과 폭스뉴스는 이를 내보내지 않았다. CNN은 지적을 받고 나서야 동영상 방영을 보류했다.

파커 기자의 아버지인 앤디 파커는 딸의 죽음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이 수니파 급진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참수 영상과 같다고 했다. 그는 워싱턴포스트에 “뉴스를 보지도 않을 것이고 볼 수도 없다”면서 “모든 뉴스가 내 마음만 아프게 할 뿐”이라며 언론의 보도 행태를 싸잡아 비난했다.

뉴욕 데일리 뉴스뿐만 아니라 영국의 타블로이드 신문 대다수가 파커의 사망 직전 사진을 게재했고, 공영방송인 BBC와 가디언은 이를 싣지 않았다고 미국 일간지 USA 투데이는 소개했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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