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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부패, 경제민주화 원칙 지킨 문재인 정부 첫 ‘민생 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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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부패, 경제민주화 원칙 지킨 문재인 정부 첫 ‘민생 사면’

입력
2017.12.29 19:0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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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정봉주 전 의원과 용산참사 관련자를 포함한 6,444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실시했다. 정부 출범 7개월반 만의 첫 사면이다. 이번 특사는 민생 사범이 99%를 차지하는 등 생계에 애로를 겪는 서민 부담을 더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반부패 범죄와 논란이 되는 공안ㆍ노동사범을 배제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뇌물과 알선수재, 알선수뢰, 배임, 횡령 등 5대 중대 부패범죄와 반시장범죄에 대해서는 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공약했다. 경제인은 물론 이번 사면의 최대 관심사였던 한명숙 전 총리와 이광재 전 강원지사가 포함되지 않은 것은 이런 이유다. 두 사람에게 적용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5대 범죄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돈과 관련된 범죄라는 점에서 제외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문 대통령 스스로 제시한 원칙을 지키려 한 의지가 엿보인다.

정치인으로서는 유일하게 복권된 정 전 의원에 대해 일부 야당에서는 ‘법치 파괴’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타당성이 충분하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실소유주 의혹을 제기했다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1년의 실형을 산 그는 다른 17대 대선사범이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사면을 받은 것에 비하면 형평성 차원에서 불이익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그 사이 그는 여섯 번의 선거에서 공민권을 제한받았다. 지난달 여야 의원 125명이 정 전 의원의 사면복권 탄원서를 낸 데서도 그 필요성이 엿보인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될 만한 이들이 사면 대상에서 빠진 것도 두드러진다. 노동계 등에서 강력히 요구해 온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과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제외는 사면을 둘러싼 소모적 논쟁으로 사면 취지가 퇴색하는 상황을 막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사면을 공약한 제주 해군기지 반대 강정마을 주민들이 재판이 계류 중이라는 이유로 제외된 것도 사면의 기준과 원칙을 지키려는 뜻으로 읽힌다. 공안 사건 중 사회적 치유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가장 높았던 용산참사 사건 관련자 25명의 사면은 재판이 종료돼 특별한 시비가 따르기 어렵다.

대통령의 사면권은 국민의 뜻에 어긋나지 않게 행사하는 게 바람직하다.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의 대원칙인 적폐청산과 경제민주화 취지에 맞게 경제사범과 공직자 부패 범죄에 대해서는 사면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그동안 요식 행위에 그쳤던 사면심사위원회가 이번에 실질적 기능을 한 것처럼 제도적 개선도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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