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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24번째 007… 탄생 53년 영웅의 새 모습은

입력
2015.10.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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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007 시리즈 24탄 ‘스펙터(Spectre)’의 개봉(영국 10월 26일 예정ㆍ사진)을 앞두고 영국 작가 앤서니 호로비츠(Anthony Horowits)는 ‘The Mail’과의 지난 8월 인터뷰에서 007이 너무 약해져 화가 날 지경이라고 불평했다. 특히 다니엘 크레이그가 주연을 맡은 두 번째 작품인 ‘퀀텀 오브 솔러스(2008)’부터 나빠지더니 2012년의 ‘스카이 폴’은 최악이었다고 혹평하며 “나약하고 회의하는 007은 007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신작 ‘스펙터’를 두고도 비슷한 이유로 폄하하며 “나는 단지 007이 활약(act)하고 죽이고(kill) 승리하는(win) 것을 보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 무렵 텔레그래프는 다니엘 크레이그가 ‘에스콰이어’ 인터뷰에서 “(이번에) 내가 연기한 본드는 예전만큼 성차별적인 인물이 아닐 것이다. 이제 세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크레이그가 전한 바에 따르면 샘 멘디스 감독은 모니카 벨루치를 캐스팅하면서 “제임스 본드는 007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성숙한 여인과 관계를 맺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1962년 오늘(10월 5일) 007시리즈 제1탄 ‘살인번호(Dr.No)’가 개봉됐다. 숀 코너리가 주연을 맡은 테런스 영 감독 작품이었다. 이언 플레밍은 53년의 ‘카지노 로얄’을 시작으로 유작을 포함 모두 14편의 007시리즈를 썼다. ‘살인번호’는 그의 6번째 작품. 007은 소설보다 영화를 통해 더 널리 알려졌다. 회를 거듭하면서 작가가 바뀌고 제작사와 감독, 주연배우가 교체됐지만, 007이 화려한 액션과 함께 악당을 무찌르며 본드걸과 사랑을 나누게 된다는 줄거리는 한결같았다. 작품에서 ‘007’의 00은 영국 외무부 정보국인 MI6의 살인면허이고, 7은 일곱 번째 요원이라는 의미로 설정돼 있다. 소설 속 제임스 본드는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1922년 태어났고, 이튼스쿨과 옥스퍼드대를 나왔다. 외국어와 격투술에 능하고 못 다루는 무기와 장비가 없고, 누구나 반할 만한(적어도 본드걸은 그랬다) 외모와 매너를 지녔다.

007시리즈 1탄 '살인번호'의 포스터.
007시리즈 1탄 '살인번호'의 포스터.

그러니까, 호로비츠와 멘데스는 시리즈의 거의 똑 같은 면을 두고 상반된 생각을 했다는 얘기다. 또 거칠게 말해 둘의 입장은 007시리즈에 열광하거나 냉소하던 이들의 관점을 대변하는 것일 테다. 영국적ㆍ 남성적 전통과 냉전적 흑백논리, 영웅주의의 훼손에 대한 호로비츠의 불평에서 엿보이듯, 멘디스(와 시나리오 작가들)는 자신의 두 번째 007 작품인 이번 영화를 통해 007 못지 않은 모험을 감행한 셈이다. ‘스펙터’의 007이 자기부정의 딜레마를 어떻게 감당할지를, 새로운 액션 못지않게 궁금해하는 팬들이 많을 것이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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