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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 성적표 냉정히 돌아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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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 성적표 냉정히 돌아봐야

입력
2017.12.15 19:4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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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 일정이 채 끝나기도 전에 ‘빈손 굴욕 외교’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우리가 중시했던 주문은 거의 반영되지 않은 반면 중국의 요구사항은 대부분 수용해 ‘무엇을 위한 정상회담인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국 취재진 폭행 사태까지 겹치면서 한중수교 25년 사상 최악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가장 중요한 북핵 문제에서 우리측은 구체적 대북제재 조치를 거론하지 못했다. 우리측 회담 결과 발표문에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도하는 데 계속 협력하기로 했다”고 했을 뿐이다. 북한의 ‘화성-15형 발사 이후 국제사회에서 분출하고 있는 중국의 대북 원유공급 중단 요구는 말도 꺼내지 못했다. 중국의 적극적인 제재 동참 없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낼 수 없음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성과로 내세우는 한반도에서의 전쟁불가, 한반도 비핵화,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 남북관계 개선 등 4대 원칙도 중국이 늘 내세우는 ‘한반도 3대 원칙’과 다를 게 없다. 전쟁 불가 명시는 군사적 옵션을 배제하지 않는 미국과의 공조에서는 부담 요인이다.

사드 문제에서 정부가 바랐던 ‘봉인’은 이번에도 이뤄지지 못했다. 시 주석은 “한국측이 이를 적절히 처리하기 바란다”며 ‘3불(不)’후속조치를 거듭 압박했다. 다만“책임 있는 태도”운운했던 과거 발언보다 수위가 낮아진 것은 진전이고, 15일 리커창 총리가 문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양국 경제ㆍ무역부처 간 채널 재가동과 소통 강화를 언급한 건 사드 보복 철회 공식화로도 볼 여지가 있다.

시 주석의 평창올림픽 참가 문제도 그렇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시 주석을 평창에 초청했다”고 밝혔으나, 중국측 발표문에는 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 정상회담장에서 시 주석이 “진지하게 검토할 것이며 참석할 수 없는 경우 반드시 고위급 대표단 파견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이는 지난달 베트남에서 가진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이 했던 말 그대로다.

이런 결과는 국빈방문에 앞서 공동성명 발표나 공동기자회견을 하지 않고, 언론발표문도 각자 내기로 한 초유의 회담형식에 합의했을 때부터 예견됐다. 우리 정부는 나름의 노력을 다했다. 문 대통령 공항 영접을 해야 할 주중대사를 중국의 난징 대학살 기념행사에 보내고, 김정숙 여사는 중국 전통악기를 직접 체험하는 성의를 보였다. 중국측이 공항 영접에 차관보급을 보내고 문 대통령을 첫날부터 ‘외교 혼밥’을 먹도록 하는 등의 결례를 거듭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국 취재진 폭행사건에 대해서도 중국 당국은 위로의 뜻을 밝혔을 뿐 유감표명은 하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는 사태를 축소하는 데만 급급한 인상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분위기 조성과 북핵 대응 등을 위한 중국과의 협조 체제 구축에 마음이 급한 나머지 무리하게 일정을 짠 정부가 자초한 결과다. 우리 대중외교의 가치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깊이 돌아보는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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