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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줄줄 새는 건보료… 외국인 부당수급 年 7500억원

입력
2015.03.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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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인척·지인 명의 등 도용, 중증질환 치료 후 먹튀 출국

수십년전 외국으로 이민을 떠나 한국 국적을 상실한 김모(여ㆍ58)씨는 외국 생활 중 췌장암에 걸렸다. 현지의 비싼 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김씨는 2009년 한국으로 돌아와 여동생(53)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치료를 받았다. 김씨는 그 해 12월부터 2012년까지 51차례 입원 및 외래 진료를 받았고, 건강보험공단은 3,400만원의 부담금을 지급했다. 동생 이름으로 치료를 받던 김씨는 결국 사망했고, 서류상 자신이 사망 처리돼 불이익을 받을까 염려한 여동생이 자진 신고하면서 부당수급 사실이 드러났다.

11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이처럼 외국인과 ‘검은 머리 외국인’으로 불리는 재외국민에게 2012년 한 해 동안 지출된 건강보험 재정이 최대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인과 재외국민에게 지출된 건강보험 재정 규모가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2012년 내국인을 제외한 건보 이용자는 총 152만410명(외국인 144만5,103명, 재외국민 7만5,307명)인데, 이들이 사용한 건보 재정은 최대 1조191억원으로 추산됐다.

외국인과 재외국민에게 지출된 건보 급여 중 정상적으로 사용된 것은 2,696억원이었고, 건강보험증 도용과 대여 등으로 인한 부당수급 액수는 최대 7,495억원에 달할 것으로 건보공단은 추산했다.

정부가 2008년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을 일부 개정하면서 외국인이나 재외국민도 국내에서 3개월 이상 거주하면 건강보험 대상자가 된다. 소액의 건보료만 내면 고액의 암, 심장질환 치료를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받을 수 있는데 이 점을 악용해 건보 혜택만 누리고 떠나는 ‘먹튀족’이 늘어 건보 재정 누수가 생긴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증질환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이 강화되면서 외국인과 재외국민의 부정사용도 급증하고 있다. 건보 부당수급은 무자격 외국인이나 주민등록 말소자, 국적상실자, 신분노출 우려자 등이 친인척이나 지인을 통해 은밀히 이용하기 때문에 실제 누수 규모는 1조원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것이 건보공단의 분석이다.

2008~2013년 외국인 지역가입자 보험료 부과 현황에 따르면 보험료를 6개월간 내지 않은 외국인이 10.2%였고, 1년까지 내지 않은 경우도 20.6%나 됐다.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거주지 불명 등의 이유로 부당수급을 받아도 환수가 안 되는 경우가 많아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보공단은 이름과 주민번호 외에는 사실상 본인임을 확인할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전자건강보험증(IC 카드) 도입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개인정보 보호 등의 이유로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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