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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비핵화ㆍ후 관계개선’ 룰 흔든 트럼프 종전선언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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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비핵화ㆍ후 관계개선’ 룰 흔든 트럼프 종전선언 카드

입력
2018.06.03 17:5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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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적대관계 해소부터 착수

‘先 비핵화, 後 관계개선’이 아닌

北이 주장했던 종전선언 수용해

핵포기 결단 이끌겠단 구상인 듯

NYT “실패한 해법 반복” 비판

#사업가적 협상술로 북핵 접근

北 제재 해제 시점 모호하게 언급

신뢰 구축과 압박방식 동시 병행

“전통적 외교 접근법이 풀지 못한

비핵화 해결 새로운 대안 될수도”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협상에서 전례 없는 도전에 나섰다. ‘선(先) 비핵화 후(後) 관계개선’이란 미국의 전통적 입장을 흔들고 사실상 북미 적대관계를 해소하는 일부터 착수할 뜻을 보였기 때문이다. 전격적인 정상회담 수락부터 파격이었던 상황에서 북핵 협상 과정 역시 순서를 완전히 뒤바꾼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6ㆍ12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공식화하면서 ‘시작’과 ‘과정’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하고,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보인 것은 북한의 단계적 해법을 수용한 측면이 강하다. 이 때문에 뉴욕타임스(NYT) 등은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 등을 인용해 과거 실패한 해법을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2005년 9ㆍ19 공동성명에 담겼던 ‘행동 대 행동’ 원칙에 입각한 단계적 방식이란 실패한 협상 방식을 재차 밟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전 종전에 대해 애기했다”며 “회담에서 어떤 것이 나올 수 있다”며 종전 선언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6ㆍ12 정상회담을 “프로세스를 시작하는 것”이라며 비핵화의 출발선으로 보면서도 종전 선언을 통한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앞당겨 배치한 것이다. 2000년대 6자 회담에서는 북한의 동결 및 불능화 조치에 경제 지원 및 제재 해제를 교환하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비핵화 이후 과제로 모호하게 다뤄졌다. 이는 종전 선언이나 평화협정 등이 주한미군 철수를 노리는 북한의 적화 통일 전략의 일환이라는 한미 보수 진영의 강한 우려 탓이었다. 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 협상 과정에서 주한미군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경제 개발 및 북미 관계 개선에 초점을 두면서 이에 대한 거부감도 상당 부분 희석된 상황이다.

특히 ‘선(先) 종전 선언’은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 때문에 핵무기를 개발한 것이란 북한의 주장을 일부 수용한 측면도 강하다. 북한이 주장하는 종전 선언 등을 통한 북미간 적대 관계부터 해소해 핵 포기 결단을 이끌겠다는 구상이 담긴 것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극진히 대우하고 “더 이상 ‘최대 압박’이라는 용어를 쓰고 싶지 않다”는 등 북미간 신뢰 구축에 먼저 착수한 모습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지난달 31일 김 위원장의 비핵화 결단을 촉구하면서 “정상회담은 미국과 북한이 평화와 번영, 안전의 새로운 시대로 이끄는 역사적 입구를 제공한다”며 북미간 신뢰 구축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북미간 외교 정상화 등 전면적 북미 관계 개선은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의미가 담겨 있어, 비핵화 과정과 맞물려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 제재 해제에는 선을 그은 대목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제재 해제 시점에 대해 모호하게 언급하고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의 이전 발언을 미뤄보면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원칙에 동의하고 상당한 수준의 비핵화 행동 조치를 취한 뒤에 제재 해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단계별 동결 및 불능화 조치를 취할 때마다 제재 해제 및 경제 지원을 해주던 이전 방식과는 다른 것이다. 북한의 체제 보장에 대한 우려는 해소시키되, 여전히 제재의 키를 쥐고 비핵화를 압박하는 방식을 병행하겠다는 것이다.

일단 신뢰 관계부터 먼저 쌓겠다는 이 같은 트럼프식 접근은 부동산 사업가적 협상술에서 비롯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나 러시아 문제에서도 압박과 별도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는 좋은 관계를 먼저 맺겠다는 자세를 취해 끊임없이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동북아 정책을 책임졌던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워싱턴포스트(WP)에 “트럼프식 국제외교는, 거래 상대와 친밀한 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1순위 조치로 취하는 뉴욕 부동산 거래술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인 외교 관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한 언급이지만, 이 방식이 미국 외교관들이 전통적 외교 접근법으로 풀지 못했던 북핵 문제 해결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적지 않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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