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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병원 거리감 좁히는 사람 중심 디자인이 화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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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병원 거리감 좁히는 사람 중심 디자인이 화두죠"

입력
2014.09.14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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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장비에서 인테리어까지 환자 눈높이 솔루션 제공

전 세계 500여 병원에서 도입, 환자와 직원들 만족도 높아져

첨단 장비 개발 단계서부터 심리ㆍ문화인류학자 참여시켜

민경선 필립스코리아 헬스케어 부문 전략마케팅 총괄이사는 "최근 들어 의료분야가 질병 치료에서 관리로 무게중심이 달라지면서 환자 중심의 의료환경 구축이 화두다"라고 했다. 필립스코리아 제공
민경선 필립스코리아 헬스케어 부문 전략마케팅 총괄이사는 "최근 들어 의료분야가 질병 치료에서 관리로 무게중심이 달라지면서 환자 중심의 의료환경 구축이 화두다"라고 했다. 필립스코리아 제공

병원을 찾는 일은 누구에게나 조금은 겁나고 긴장되는 경험이다. 내 몸에 생겨난 아픔을 없애준다지만, 친근감이 드는 구석이라곤 찾을 수 없는 각종 의료장비들과 마주하는 것은 뜨악한 일이다. 하지만 사람과 생명을 다루는 헬스케어 영역에 사람(환자)를 중심에 놓는 디자인이 속속 도입되면서 환자와 병원 간의 거리감을 조금씩 좁혀 놓고 있다. 놀이터를 떠올리는 인테리어의 어린이병원, 방사선 노출량을 확 줄인 영상촬영 기기, 절개나 마취의 고통을 없애주는 치료시스템 등의 등장이 그런 것들이다. 민경선 필립스코리아 헬스케어 부문 전략마케팅 총괄이사는 “최근 들어 의료 서비스의 무게중심이 질병 치료에서 예방과 삶의 질 향상 등 관리로 이동하면서 환자 중심의 의료환경 구축이 화두가 되고 있다”고 전한다.

미국 시카고의 ‘루터란 종합 어린이 병원(Advocate Lutheran General Children's Hospital)’. 이 병원은 2004년 어린이들이 방사선실에서 CT촬영 시 느끼는 두려움을 줄여 주기 위해 대기실에 미니 스캐너를 설치, 환자들이 이를 갖고 놀 수 있도록 했다. 어린이가 이 스캐너에 장난감을 넣으면 스크린에 애니메이션 영상이 나타나고 특정 캐릭터가 등장해 영상촬영을 미리 체험토록 한다.

호주 남부에 자리한 ‘애들레이드 여성 & 어린이 전문 병원(the Women's and

Children's Hospital, Adelaide)’의 MRI검사실을 찾는 환자들은 터치 스크린으로 실내 조명과 음향, 벽에 쏘아지는 프로젝션 화면 등을 입맛대로 고를 수 있다. 프로젝션 영상들은 만화, 스포츠, 바닷속, 파도가 잔잔한 해변가 등 다양한 테마로, 재생되는 영상과 음성에 따라 LED조명이 시시각각 색깔을 바꿔 검사에 따른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누그러뜨린다.

이들 병원의 공통점은 필립스의 ‘앰비언트 익스피리언스(Ambient Experience)’ 솔루션이 적용됐다는 것. 사람들이 진단과 치료를 받을 때 가장 편안해 하는 상황에 맞춘 환자 눈높이 솔루션이다. 민 이사는 이에 대해 “병원 복도나 대기실, 영상진단 검사실, 소아과 응급실 등 적용 장소에 따라 솔루션 구성이 조금씩 다르다”면서 “기존의 딱딱하고 불편하고 위압적이었던 헬스케어 환경을 환자가 좀더 편안하고 안정된 상태에서 검사와 시술을 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개선하고, 이를 통해 임상적으로 보다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솔루션의 궁극적 목표”라고 설명한다. 의료 장비는 물론, 인테리어, 조명, 사운드를 아우르는 이 솔루션은 현재 세계적으로 500곳이 넘는 병원에 도입됐다.

솔루션 도입은 실제 치료율과 환자 만족도 향상으로 이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2011년 이 솔루션을 도입한 27개국 병원의 의료진과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응답자의 76%가 솔루션 도입 이후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답했다. 솔루션 도입에 따라 환자 진료 시간이 평균 3분 가량 줄어들고 병원을 찾는 환자 수가 6% 정도 증가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의료계에 '환자 중심' 디자인 바람이 분다. 산뜻한 디스플레이와 애니메이션 프로젝션을 갖춘 병원의 내부 모습.
의료계에 '환자 중심' 디자인 바람이 분다. 산뜻한 디스플레이와 애니메이션 프로젝션을 갖춘 병원의 내부 모습.

의료서비스 영역에서 환자와 환자의 경험을 중심에 놓는 ‘사람 중심 디자인’은 갈수록 힘을 받을 것으로 민 이사는 내다본다. 필립스의 경우에도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강조하기 보다는 혁신 노력을 통해 더 빠르고 더 정확한 진단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환자들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데 힘을 쏟는다. 필립스는 환자들 경험이 제품에 고스란히 녹아들도록 제품 개발 과정에 심리학자, 문화인류학자 등 다양한 전문가들을 참여시키는 것으로 잘 알려졌다. 이 회사가 현재 가장 공들여 개발 중인 제품군은 고품질 영상의 진단 장비로 3D초음파 시스템 에픽(EPIQ)과 디지털 MR 인제니아(Ingenia), 디지털 PET/CT 베레오스(Vereos) 등이 대표적이다.

필립스는 헬스케어 시장의 성장성을 일찌감치 내다보고 가전과 반도체 중심의 사업 구조를 헬스케어 위주로 재편함으로써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 거듭났다. 2005년 60%에 이르던 가전ㆍ반도체 비중을 2012년 25% 선으로 크게 줄인 반면 같은 기간 25% 선에 머물던 헬스케어 비중을 40%로 끌어 올렸다. 필립스 헬스케어는 글로벌 매출이 15조 원 규모로, 8% 가량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송강섭 기자 eric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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