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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 꿈꾸던 유병언 가문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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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 꿈꾸던 유병언 가문의 몰락

입력
2014.07.2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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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사망, 부인 구속…자녀·친인척도 줄줄이 구속

오대양사건 파고 넘어 재기 성공…세월호 참사에 '좌초'

끝내 변사체(오른쪽 사진)로 발견된 故 유병언(왼쪽사진 위) 전 세모그룹 회장과 지난 25일 검거된 장남 유대균(왼쪽사진 아래)씨.
끝내 변사체(오른쪽 사진)로 발견된 故 유병언(왼쪽사진 위) 전 세모그룹 회장과 지난 25일 검거된 장남 유대균(왼쪽사진 아래)씨.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가 수십 년간 영욕의 세월을 뒤로하고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세월호 실소유주이자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의 실질적 교주인 그는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의 매실밭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유씨의 부인 권윤자(71)씨는 지난달 21일 배임 혐의로 구속됐다.

유씨의 2남2녀 자녀는 횡령·배임 혐의로 이미 검거됐거나 검·경의 추적을 받고 있다.

장남 대균(44)씨는 석 달여의 도피생활 끝에 지난 25일 경기도 용인의 한 오피스텔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장녀 섬나(48)씨도 프랑스 파리 고급아파트에 머무르다가 지난 5월 27일 프랑스 경찰에 체포됐다. 오는 9월 파리 항소법원에서 열리는 범죄인 인도 재판에서 인도 결정이 내려지면 국내로 송환될 예정이다.

미국 영주권자인 차남 혁기(42)씨는 검찰 요청을 받은 인터폴로부터 적색수배령을 받고 있다. 그의 정확한 소재는 파악되지 않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멕시코 등으로 밀항을 시도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차녀 상나(46)씨는 해외 체류 중으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이밖에 유씨의 형 병일(75)씨, 동생 병호(61)씨, 처남 권오균(64)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모두 배임 혐의로 구속됐다.

남부럽지 않은 재력가로서 부와 명예를 모두 누리던 유씨 일가가 비참한 말로를 맞고 있는 것이다.

1941년 일본에서 태어난 유씨는 1961년 장인인 권신찬 목사와 함께 대구에서 종교활동을 시작해 1981년 구원파를 설립했다.

신자들이 낸 헌금을 바탕으로 1976년 삼우트레이딩이라는 회사를 인수한 유씨는 이를 기반으로 세모그룹을 설립, 건강식품과 유람선 등에 손을 뻗으면서 사세를 키워나갔다.

업계에서 승승장구하던 유씨는 1987년 오대양 집단자살 사건에 연루되면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그는 집단자살사건 배후라는 혐의는 벗었지만 종교적 지위를 이용해 신도의 돈을 끌어다 쓴 사기 혐의로 1992년 징역 4년을 선고받고 결국 구속됐다.

유씨가 구속된 이후 세모그룹의 경영도 악화해 1997년 최종 부도 처리됐다.

그러나 그는 세모그룹 법정관리로 거액의 채무를 탕감받고 측근들을 내세워 청해진해운을 설립하며 '세모 왕국' 재건에 나섰다.

그의 자녀들까지 경영 전면에 나서며 '2세 경영' 체제를 확고히 구축, 유씨 일가는 화려하게 부활했다.

장남 대균씨, 차남 혁기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아이원홀딩스는 청해진해운을 비롯해 50여 개 계열사를 소유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유씨는 '아해'라는 이름의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대균씨는 조각가로 개인전도 수차례 여는 등 사업 외적으로도 외연을 넓혔다.

유씨 일가는 고급주택, 외제차, 해외 부동산 등 일반인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사치스런 생활을 누렸다.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세무당국에 신고된 유씨 일가 4명의 소득은 576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유씨 일가가 부를 축적하는 데는 각종 불법과 탈법행위가 동원됐다.

유씨 일가는 서류상 회사(페이퍼컴퍼니)를 설립, 수년간 계열사 30여 곳으로부터 컨설팅비와 상표권 수수료, 고문료 등의 명목으로 수백억원 가량을 챙긴 것으로 알려다.

유씨가 찍은 사진 작품도 계열사에 고가에 강매, 비자금을 조성하고 해외에 재산을 빼돌린 정황도 포착됐다.

유씨는 청해진해운에서도 내부 조직도에 회장으로 명시하고 월 1천5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아왔다.

검찰이 밝혀낸 유씨 일가의 횡령·배임 범죄 혐의 규모는 현재까지 드러난 것만 2천400억원이다.

자신들이 운영하는 기업에서 절대 권력을 휘두르며 화려한 나날을 영위한 유씨 일가였지만 이제는 아버지의 장례조차 함께 치를 수 없는 처지로 전락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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