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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블랙리스트 대통령 지시인지 증거 토대로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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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블랙리스트 대통령 지시인지 증거 토대로 밝혀야

입력
2017.01.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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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작성ㆍ관리를 주도한 혐의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동시에 구속돼 특검 조사를 받고 있다. 앞서 법원은 “범죄 사실이 소명되고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두 사람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와 국회 위증 혐의로 청구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현직 장관 최초로 구속된 조 전 장관의 사표는 즉각 수리됐다.

김 전 실장은 청와대 정무수석실에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했고, 조 전 장관은 청와대 정무수석 시절 리스트를 확대 작성해 관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약 1만 명에 이르는 이 명단은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을 거쳐 문체부에 전달돼 집행된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특검 조사에서 혐의를 계속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문화예술계 좌파의 책동에 투쟁적으로 대응하라”는 김 전 실장의 발언을 담은 김영한 전 정무수석의 비망록이나 문체부 전ㆍ현직 관계자의 증언을 감안할 때 특검이 사실을 입증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주목할 것은 탄핵심판대에 올라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을 알았거나 지시했을 가능성이다. 특검이 두고 있는 이 같은 혐의는 박 대통령이 ‘좌파’가 문화예술계를 주도한다는 인식 아래 이를 적극적으로 저지하려 든 정황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자신을 풍자한 코미디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노무현 이야기를 다룬 ‘변호인’ 등의 영화를 만든 CJ 회장에게 “CJ 영화ㆍ방송은 좌파 성향”이라는 말을 했고, 이와 관련해 CJ 부회장 퇴진을 요구한 것이 대표적이다.

‘7시간’ 해명 요구 등으로 박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하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정부를 비판한 문화예술인들이 블랙리스트를 통한 지원 배제 명단에 대거 포함된 것도 이런 의혹을 더한다. 세월호 참사 관련 문화예술인들의 활동을 억제하고 반정부 여론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대통령 지시에 따라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졌다고 특검이 보고 있다는 일부 보도도 같은 맥락이다.

탄핵심판 변호인단은 박 대통령의 블랙리스트 개입을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향후 특검 블랙리스트 수사의 핵심은 이 대목일 수밖에 없다. 블랙리스트는 ‘표현의 자유’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에 정면으로 위배한 것으로서, 대통령의 헌법 위반 여부를 심리하는 탄핵심판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특검이 분발, 김기춘ㆍ조윤선의 혐의는 말할 것 없고 박 대통령 관련 여부까지, 엄밀한 증거를 바탕으로 낱낱이 밝힐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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