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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만큼 살았다는 말씀 자주...” 70대 암환자의 가족들 존엄사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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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만큼 살았다는 말씀 자주...” 70대 암환자의 가족들 존엄사 선택

입력
2017.11.29 04:4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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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사업 시행 후 7명이 존엄사

5명은 본인이 아닌 가족이 선택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접수 증가

작성자는 여성이 남성의 ‘2배’

갑작스런 체중 감소로 지난 9월 한 대학병원을 찾은 70대 남성 A씨는 암 진단을 받았다. 폐렴과 패혈증 증세가 동반했던 A씨는 체력이 받쳐주지 않아 적극적인 항암 치료가 어려웠다. 중환자실과 일반 병동을 오가던 A씨는 급기야 다발성 장기 부전 증세가 왔고 의식이 없는 상태로 지난달 29일 임종 단계에 접어 들었다는 의료진의 판단을 받았다. 주치의는 A씨 자녀들에게 “준비가 필요할 것 같다”며 연명의료결정법의 취지에 대해 어렵게 말문을 뗐다. 가족 2명은 “아버지가 평소에 ‘연명의료를 원치 않는다, 살 만큼 살았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고 말했다. 의료진의 확인을 거쳐 가족들은 연명의료의 하나인 심폐소생술을 받지 않겠다는 서류를 작성했다. 사흘 후인 11월 1일 A씨는 혈압이 점차 내려가며 눈을 감았다. 인공호흡기는 착용한 상태였지만 심폐소생술은 시행하지 않았다. A씨는 연명의료결정법 제정 이후 합법적 절차에 따라 사망한 첫 환자로 기록됐다.

지난 달 16일 연명의료결정법 시범사업이 시행된 이후 7명이 연명의료를 중단(이미 받고 있는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것)하거나 유보(연명의료를 시작하지 않는 것)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보건복지부와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은 28일 이런 내용을 담은 연명의료 시범사업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복지부는 내년 2월 4일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을 앞두고 10개 병원에서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및 이행 시범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중간 점검 결과, 10월 16일부터 11월 24일(오후 6시)까지 40일간 연명의료 중단ㆍ유보 결정으로 사망한 사람은 A씨를 비롯해 총 7명이었다. 남성 4명, 여성 3명이었고 연령대는 80대 2명, 70대 1명, 60대 1명, 50대 2명, 40대 1명이었다. 4명은 환자가족 2인의 진술로, 2명은 연명의료계획서 제출로, 1명은 환자가족 전원 합의로 존엄사를 선택했다. 의식이 있을 때 본인이 직접 연명의료 중단ㆍ유보 의사를 밝힌 사람은 2명이고, 나머지 5명은 가족을 통해 환자 뜻을 간접적으로 확인하거나(환자 가족 2인 진술),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존엄사(가족 전원 합의)한 것이다.

연명의료를 중단ㆍ유보 하려면 ▦건강할 때 본인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써 두거나 ▦말기 판정 이후 환자 본인이 담당 의사와 상의해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거나 ▦가족 2명이 환자의 과거 뜻을 진술하거나(환자 의식이 없을 때) ▦가족 전원이 연명의료 유보ㆍ중단을 원해야(환자 의식이 없을 때) 한다.

말기 환자가 의식이 있을 때 담당 의사와 함께 앞으로 연명의료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을 기록하는 문서인 연명의료계획서는 총 11건 작성됐다. 계획서 작성자는 남성 7명, 여성 4명이었다. 10명이 말기 암 환자였고, 1명은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COPD) 환자였다.

‘임종기에 접어들면 연명의료를 하지 말아 달라’는 입장을 건강할 때 미리 밝혀두는 문서로 성인이면 누구나 쓸 수 있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24일까지 총 2,197건 작성됐다. 작성자는 여성(1,515명)이 남성(682명) 보다 2배 이상 많았다. 1주차에 203건만 접수됐지만 매주 접수 건수가 증가해 5주차에는 685건에 달했다.

복지부는 시범사업이 끝나는 내년 1월 15일 이후부터 법 시행일인 내년 2월 4일 전까지 19일 동안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ㆍ연명의료계획서 작성과 연명의료 중단ㆍ유보 이행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앞서 연명의료계획서 등을 쓴 사람은 이 기간에도 연명의료 유보ㆍ중단이 가능하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주별 접수 건수. 보건복지부 제공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주별 접수 건수. 보건복지부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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