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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흘려 일해도…한국인의 주거는 왜 암울한 걸까

입력
2014.07.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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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의 집 이야기](1)연재를 시작하며

허름한 집이든 번듯한 집이든 내 집 한 칸 어디 없을까.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면 불안하게 집을 찾아 늘 옮겨 다니지 않아도 살 수 있어야 사회 전체가 편안하고 건강해진다. 배우한 기자 bwh3140@hk.co.kr
허름한 집이든 번듯한 집이든 내 집 한 칸 어디 없을까.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면 불안하게 집을 찾아 늘 옮겨 다니지 않아도 살 수 있어야 사회 전체가 편안하고 건강해진다. 배우한 기자 bwh3140@hk.co.kr

평균 주택가격 2억 3200만원 근로자 10년 저축해도 내집 마련 요원… 보유율 54%로 뚝

전세도 값 치솟아 맘 놓고 못 구해 현실 도외시한 정책에 소박한 보금자리 꿈은 더 멀어져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자살률이 가장 높고 출산율이 가장 낮다. 한국인 자살자는 2012년 기준 10만명당 29.1명으로 OECD 1위이자 평균(12.1명)보다 17명이나 많다. 합계출산율은 1.25명으로 OECD국가에서 꼴찌인 것은 물론이고 미국 중앙정보국(CIA)가 집계한 224개국 가운데서도 219위를 차지한다. 현재가 매우 불행하고 미래에 대한 전망도 어둡다는 뜻이다.

한국인의 삶은 왜 이처럼 암울한 것일까. 그 중에는 주거가 불안정하다는 것이 큰 몫을 차지한다. 사람이 사는 데 기본이 되는 의식주에서 한국사회에 유독 두드러지게 불안정한 요소가 주생활이다.

집값이 너무 비싸서 땀 흘려 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근로소득만으로는 도저히 집을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국감정평가원에 따르면 2014년 6월 기준 한국의 평균주택가격은 2억3,200만원. 반면 국세청이 최근 내놓은 근로소득을 보면 근로자 1,926만명 가운데 90%가 1년에 겨우 2,244만원을 번다.(2012년 기준) 한국감정평가원의 자료에 따라 2012년 주택가격으로 비교해본다면 2억3,100만원 선. 근로소득자 대부분이 1년 내내 힘들게 번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0년 넘게 저축해도 집 한 채를 사기 힘들다는 뜻이다. 근로소득은 2009년에 2,061만원에서 8.9%가 늘어난 것이지만 이 기간 동안 물가는 9.42%나 올랐으니 실질적인 소득은 줄어든 셈. 이 기간에 집값은 6.5% 정도가 올랐다. 2,244만원은 그나마 90%까지 합쳐서 해당되는 금액이고 근로소득자 중 딱 절반에 자리잡은 사람의 연소득은 1,892만원이니 봉급생활자 963만명이 한 달에 155만원도 못 번다는 뜻이다.

집을 못 사면 전세라도 맘 놓고 들 수 있어야 하는데 전세가 역시 2013년 7월에 1억3,200만원이던 평균가격이 2014년 6월에는 1억4,000만원으로 1년 사이에만 800만원이 올랐다. 특히 우리나라 주택에서 가장 흔한 형태인 아파트 전세는 1억5,500만원에서 1억6,900만원으로 1년 사이에 1,400만원이, 전국 인구의 절반쯤이 몰려 사는 수도권 아파트는 1억9,500만원에서 2억 1,500만원으로 2,000만원이 1년 동안 올랐다. 대출이 아니라면 근로소득자 대부분이 아파트 전세를 유지하는 것조차 힘겹게 되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자가주택 보유율은 1980년 58.6%에서 2010년 54.2%로 오히려 떨어진 상태이다.

집값이 대부분의 근로소득자에게 턱없이 비싼 것도 문제지만 한국의 주택 구성이 실질적인 소득 수준이나 가구 구성과 차이가 있고 점점 더 나빠져가고 있다.

한국의 가구수는 인구증가에 비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인구센서스상 2005년 4,727만명이던 인구는 2010년에는 4,858만명으로 2.8%가 늘어난 반면 가구수는 2005년 1,598만 가구에서 2010년 1,758만 가구로 9.9%나 늘었다. 특히 1인 가구가 급증해서 2005년에는 319만 가구이던 것이 2010년에는 414만가구에 이른다. 5년 사이에 23.9%가 늘어났다. 1인 가구는 30대 이하의 남성과 60대 이상의 여성으로 대다수가 넉넉한 계층은 아니다. 2010년 평균 가구원수는 2.69인으로 이들에게 맞는 집은 방 2개거나 3개인 곳이다.

그런데 한국 주거형태에서 중대형 아파트나 월세 임대가 가능한 원룸은 늘어나는 반면 단독주택은 계속 줄고 있다. 2010년 기준 아파트는 818만채로 모든 주택의 59%를 차지하는 대신 단독주택은 379만채로 27.3%에 불과하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가구는 딱 한 가구, 1.0인 반면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가구수는 1.8로 모든 주거형태 가운데 가장 많다. 심지어 6가구 이상이 사는 단독주택도 4.7%(2010년)나 된다.

태백 인제 완주 등과 서울에서 주민들에게 맞는 지역재생사업을 계속해온 건축가 주대관(엑토건축 대표) 문화도시연구소 대표는 “땀 흘려 일하면서 가족을 먹여 살리는 이들이 집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주거정책이 나와야 하는데 서울만 봐도 2000년에서 10년 사이에 원룸은 11.5%, 방 4개짜리 주택은 44.4%가 늘어난 반면 방 2개짜리는 10.7%가, 방 3개짜리는 19.2%가 줄었다. 서민가구가 원하는 주택이 사라져간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괴리 때문에 빈 집이 아파트를 중심으로 늘어가고 있으며 그와 비례해서 ‘서민임대’아파트를 짓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도시개발공사(SH)의 적자가 늘고 있다. 결국 이 적자를 떠받치는 것은 세금이니 현실을 도외시한 정책이 다시 서민부담으로 돌아오는 셈이다.

그나마 주택가격이 최근 몇 년 동안 크게 오르지 않으면서 단독주택 중심의 마을을 허물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짓는 재개발이 주춤해진 것은 다행이지만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올리려는 방침을 세우고 있어서 주거불안이 악화될 소지는 여전히 크다. 더구나 현실을 도외시한 서민주택 정책이 실질적인 근로자 가구주들에게는 편안한 주거지를 더욱 멀어지게 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집 이야기’는 현실을 바탕으로, 어떻게 해야 땀 흘리고 일하면서 가족을 먹여 살리는 성실한 노동계층이 주거불안을 덜 수 있는지 대안과 정책비판 중심으로 다뤄나가겠다.

선임기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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