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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지 않은 공포영화 '무서운 집'… 웃기는 흥행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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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지 않은 공포영화 '무서운 집'… 웃기는 흥행 사연

입력
2015.08.24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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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무서운 집'
영화 '무서운 집'

추정 제작비는 수백만원이고 등장인물은 달랑 셋(그나마 감독이 1인2역을 했다)이다. 내용도, 완성도도 허점투성이다. 촬영과 조명은 1970~80년대 조악한 한국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영화 중간에 스마트폰이 나와 요즘 영화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감상평도 있다. 귀신으로 등장하는 마네킹도 무섭기보다 귀엽다. 소리 없이 개봉했다가 소리 없이 사라질 영화인데 올 여름 대형 흥행작 ‘암살’과 ‘베테랑’이 부럽지 않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저예산 공포영화 ‘무서운 집’의 웃기는 흥행 사연이 늦더위를 쫓고 있다.

‘무서운 집’은 지난달 30일 서울의 극장 한 곳에서 형식적으로 개봉을 했다. 그러다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자 배급사(미로비전)와 계약을 맺고 지난 10일 4곳으로 상영관을 확대했다. 그래 봤자 23일까지 관객 수는 641명(영화진흥위원회)이다.

‘무서운 집’의 이야기는 무서울 정도로 단순하다. 사진가 남편이 출장을 가고 새로 장만한 큰 집에 홀로 남겨진 중년 여인(구윤희)이 혼자만의 자유를 만끽하려 집안 스튜디오에 들어갔다가 마네킹이 움직이는 것을 목격한다. 여인은 겁에 질렸지만 부엌칼 등으로 귀신에 맞선다.

이 단조로운 이야기를 롱테이크(카메라를 한번에 오랫동안 작동시키는 촬영기법)로 98분 동안 보여주는 것이 이 영화의 ‘신기’다. 여인이 김치를 담그는 장면을 필요 이상으로 오랜 시간 할애하기도 한다(감독은 적어도 김치 담그는 법이라도 알려주려는 의도라고 한다).

영화는 극장 밖에서 열광적인 환대를 받고 있다. 한 포털사이트에 달린 감상평만 708건이다. 영화평을 담은 블로그도 많다. 칭찬 일색이다. “이 영화를 보고 (많이 웃어서) 암이 나았어요” “옆자리에 앉았던 하반신 마비 장애아저씨는 마네킹이 등장하는 걸 보고 그 자리에서 일어나서 오줌을 지리며 도망치셨습니다” 등 반어적 표현이 넘친다. 대중은 공포영화를 코미디로 받아들이며 유희적인 감상 자체를 즐기고 있다.

양병간(64) 감독의 이색 이력과 튀는 발언도 눈길을 끈다. ‘피조개 뭍에 오르다’(1985)로 데뷔한 양 감독은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1993)로 비디오대여점의 사랑을 받았던 인물이다. 20여년 만에 충무로에 복귀한 그는 “‘무서운 집’은 의도적으로 못 만든 영화”라며 “연극배우 출신 여자 주인공이 연기를 잘하려고 해 촬영 중 갈등이 많았다”고 밝혔다.

김영진 명지대 영화뮤지컬학부 교수는 “처음 볼 땐 괴로울 정도로 지루했으나 어느 순간 웃음이 터져 나왔다”며 “빡빡한 산업적인 논리가 지배하는 요즘 극장가에서 묘한 해방감을 느끼게 하는 영화”라고 평가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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