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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임이던 농촌 죽어 가는데 훈수만 둘 수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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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임이던 농촌 죽어 가는데 훈수만 둘 수 없었죠”

입력
2019.01.22 17:29
수정
2019.01.22 22:55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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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인 이동필 경북도 농촌살리기정책자문관이 22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지방소멸 위기 극복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류수현기자 suhyeonryu@hankookilbo.com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인 이동필 경북도 농촌살리기정책자문관이 22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지방소멸 위기 극복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류수현기자 suhyeonryu@hankookilbo.com

“지방소멸 위기입니다. 모두 위기의식을 갖고 머리를 맞대야죠.”

22일 오전 10시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 안민관 다목적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서 이달 초 경북도 5급 공무원으로 변신한 이동필(63) 농촌살리기정책자문관이 “지방소멸 위기를 헤쳐가야 한다”는 말로 출근 후 첫 특강의 운을 뗐다. ‘지방소멸,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특강에는 윤종진 경북도 행정부지사와 김종수 농수산유통국장 등 공무원 180여 명이 경청했다.

장관 직을 마치고 2년여 동안 고향인 경북 의성군으로 낙향해 농사를 짓던 그가 다시 공직에 들어와 하는 강연이라 공무원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지방소멸이 코 앞에 닥쳤는데, 앉아서 훈수만 두고 있을 수 없었다”는 그는 지난해 10월 경북도의 시간제공무원 채용공고를 보고 이력서를 넣었다. 필기시험과 면접 등 2대 1의 경쟁을 뚫은 그는 이달 4일부터 근무하고 있다.

이 자문관은 “경북 23개 시군 중 안동과 구미 등 6곳을 제외한 모든 지자체가 쇠퇴지역”이라며 “적자를 빚고 있는 공공기관을 관행적으로 운영하고 자극적으로 도시를 개발한 게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개발이라는 미명으로 농촌이 콘크리트로 바뀌고 있지만 정작 서낭당과 숲은 제대로 보전되지 않고 있었다”며 “지금 살고 있는 고향집 바로 왼쪽에도 폐가가 3채나 되고 오른쪽으로는 독거노인이 사는 집이 2채여서 마을이 사라지는 것을 실감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3기 신도시 개발을 두고도 따끔하게 지적했다. “인구와 돈은 물과 같아 어느 한 곳을 깊게 파면 모두 쓸려간다”는 이 자문관은 “구미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등 지방에 있던 대기업이 수도권으로 몰리면 지방은 있던 것 마저 잃게 된다”고 꼬집었다. 수도권 개발은 무엇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인 이동필 경북도 농촌살리기정책자문관이 22일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 안민관 다목적홀에서 '지방소멸,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류수현기자 suhyeonryu@hankookilbo.com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인 이동필 경북도 농촌살리기정책자문관이 22일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 안민관 다목적홀에서 '지방소멸,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류수현기자 suhyeonryu@hankookilbo.com

그는 지방에서 유출된 인구가 수도권으로 가더라도 결혼 비용 부담 등으로 출산율이 높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지방은 인구가 없어서 출산율이 낮고, 도시에서는 바빠서 연애할 시간도 없다”는 그는 “수도권 인구집중은 한쪽만 망하는 게 아니라 나라 전체가 망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할 대안으로는 ‘인구댐 구축’과 ‘스마트 축소’ 등을 제시했다. 인구댐 구축은 지방의 인구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게 젊은 세대를 위한 문화생활과 공간 등을 창조해야 한다는 게 골자고, 스마트 축소는 작은 인구 규모에 걸맞은 개발을 통해 삶의 질을 높여 인구유출을 막자는 것이다.

이 자문관은 “선심성 정책이 표를 얻기는 쉽겠지만 한계가 있다”며 “반드시 필요엔 곳에만 인력과 자원 등을 결집해 무분별한 개발을 막아야 미래가 보장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경과 안동 의성이 각각 사과를 생산하지만 모두 제 각각이어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기초단체와 농협 등이 역량과 지혜를 한 데 모아 썬키스트처럼 세계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지역이 주도하고 주민이 함께하는 농촌살리기에 공직자들이 제대로 된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며 지방소멸 위기 해소를 위한 공무원의 노력을 주문했다.

이 자문관은 2016년 9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서 물러나 의성군 단촌면으로 돌아온 후 9,240㎡ 규모의 논과 밭에 벼와 마늘, 콩 농사를 짓고 있다. 첫해는 농사지은 양파를 들고 중국음식집에 찾아가기도 했지만 뚜렷한 판로가 없어서 실패했다.

이 자문관은 “몇 번이나 콩을 잘못 심고 나서야 ‘농촌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했다”며 지원동기를 밝혔다. 2년제 계약직 공무원으로 임용된 그는 매주 월, 화, 금요일 7시간씩 주 21시간 일하고 있다.

안동=글ㆍ사진 류수현기자 suhyeonryu@hankookilbo.com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인 이동필 경북도 농촌살리기정책자문관이 22일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 안민관 다목적홀에서 '지방소멸,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류수현기자 suhyeonryu@hankookilbo.com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인 이동필 경북도 농촌살리기정책자문관이 22일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 안민관 다목적홀에서 '지방소멸,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류수현기자 suhyeonry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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