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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러시아의 시리아 반군 공습, 멀어지는 내전 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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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러시아의 시리아 반군 공습, 멀어지는 내전 종식

입력
2015.10.02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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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지난달 30일 시리아 공습을 전격 감행하면서 중동 정세가 극도로 혼미해지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달 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뉴욕에서 회담한 직후 파병 승인을 의회에서 일사천리로 통과시킨 뒤 시리아 북서부 지역을 연일 폭격하고 있다. 러시아는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군사개입 요청을 공습의 명분으로 내세우며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의 전투기지를 폭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공습이 이뤄진 것은 IS 거점이 아닌, 미국과 서방이 지원하는 온건 반정부군 주둔지인 것으로 드러나 러시아 공습 의도를 놓고 파문이 일고 있다.

시리아 반정부단체와 미국 정보당국에 따르면 러시아가 공습한 홈스와 하마, 라타키아 등은 IS 거점과는 거리가 먼 지역이다. 특히 홈스는 2011년 아사드 정권에 대항해 민주화 시위가 시작된 혁명 성지와 같은 곳이다. 미국을 포함한 국제연합군은 1970년 이후 45년째 세습 폭압통치를 이어가고 있는 아사드 정권을 종식시키기 위해 반군을 앞세워 아사드 정권 축출을 시도하고 있으나 아직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상황이다.

러시아가 미군이 지원하는 반군을 공습하는 이유는 전통적 우호관계에 있는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아사드 대통령의 아버지인 하페즈 알 아사드 정권 때부터 시리아와 러시아는 군사ㆍ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시리아 타르투스항의 해군기지는 구소련 연방을 제외하면 러시아 유일의 해외 군사기지다. 시리아는 또 무기수입의 절반 이상을 러시아에서 공급받고 있고, 에너지 개발에서도 러시아 기업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무엇보다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이 서방 공습에 무너지는 등 중동 내 러시아 세력권이 위축되는 것에 대한 러시아의 위기감이 이번 반군 공습으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러시아의 공습이 아사드 정권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물론, 러시아와 미국이 내전 종식을 명분으로 시리아에서 군사적으로 충돌하는 양상으로 번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냉전 종식 이후 러시아의 첫 번째 해외 군사개입인 이번 공습은 중동의 세력판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으로서는 큰 도전이다.

내전 4년 7개월 동안 무려 25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시리아 사태가 해결은커녕 더 혼미한 양상으로 번지는 것은 아사드 정권 축출에 소극적으로 일관한 미국의 태도에도 책임이 크다. 아사드 정권의 수명을 놓고 다툴 게 아니라 내전을 끝낼 궁극적인 처방을 도출해 내는 것이 국제사회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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