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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핵심 거점 잃어가지만 평화는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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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핵심 거점 잃어가지만 평화는 멀다”

입력
2017.07.1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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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거점 락까도 함락 눈앞

1년 반 새 勢 급속히 위축됐지만

국경지대로 이동해 점조직화

IS의 힘은 영토 아닌 이념

‘지하드 전사’ 자생적 테러 우려

또 다른 종파 대립 부를 수도

9일 이슬람국가(IS)로부터 해방이 공식 선언된 모술 구시가지에서 이라크 경찰과 주민이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모술=AFP 연합뉴스
9일 이슬람국가(IS)로부터 해방이 공식 선언된 모술 구시가지에서 이라크 경찰과 주민이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모술=AFP 연합뉴스

2014년 이라크와 시리아의 정치적 혼란을 틈타 공백지를 점거, ‘칼리프(이슬람 공동체의 최고 권위자) 국가’를 선포하고 전 세계를 테러 공포로 몰아넣은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3년 만에 이라크 내 핵심 거점인 모술에서 완전히 쫓겨났다. 시리아 거점인 락까 역시 대(對)IS 동맹군의 손에 넘어가는 것은 시간문제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외신들은 두 거점의 수복을 계기로 IS의 영토가 줄어들더라도 평화가 찾아오리라 기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세계를 테러 공포로 몰아넣은 IS의 힘은 영토가 아니라 종교를 맹신하는 이념에 있기에 테러 위협은 끝나지 않았고, 중동에서도 IS와 맞서 단결해 온 동맹들 사이에서 발생할 새로운 균열이 더 큰 전쟁을 부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영토만 놓고 보면 지난 1년 반 동안 IS의 세력은 급격히 축소됐다. 이라크 정부군, 미군 주도 국제동맹군, 시아파ㆍ쿠르드 민병대, 러시아 공군과 터키군이 각지에서 IS의 영향력을 줄여나갔다. 석유 밀매를 중심으로 한 수익도 2015년 2분기 8,100만달러에 이르던 것이 2017년 같은 분기에는 1,600만달러로 약 80% 감소했다.

그러나 핵심 거점을 잃었다고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IS의 세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시리아 락까에서 이탈한 IS 부대가 동부 데이르에조르 근처 IS 요새로 향하는 모습이 보고됐다며 주 전장이 시리아 동부 국경지대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라크에서도 모술 근처에 위치한 거점 탈아파르와 서쪽 사막지대에 IS 세력이 건재하다. 점조직화한 IS 부대는 이미 수도 바그다드 등 도시에 침투해 민간인을 상대로 테러를 저지르기 시작했다. 지난달 9일에는 바그다드에서 남서쪽으로 약 120㎞ 떨어진 도시 카르발라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30명이 숨졌다. IS가 배후를 자처했거나 배후로 추정되는 해외 테러도 더 극심해졌다.

포린어페어스는 IS의 영토가 아닌 극단주의 이념과 사이버여론전이 ‘IS 동조자’를 길러내고 대테러전쟁을 장기화하는 주범이라고 지적한다. IS는 왓츠앱, 트위터, 텔레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한 선전활동으로 전 세계 젊은 무슬림의 불만을 자극, 중동으로 불러들여 ‘지하드(성전) 전사’로 내세우거나 현지에서 ‘자생적 테러’를 저지르도록 유도해 왔다. IS 본거지에서 동쪽으로 약 9,000㎞ 떨어진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의 반군 마우테가 IS 깃발을 내걸 정도로 이들의 극단주의는 확산력이 강하다.

IS의 영토가 축소될수록 전선에 참여한 국가를 상대로 한 공격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전 세계에서 몰려든 IS 전투요원이 본국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질 드 케르쇼브 유럽연합(EU) 대테러조정관은 지난해 12월 EU 내무장관 회의에서 EU출신 IS 가담자 최소 1,750명이 귀국해 공격을 저질렀거나 당국의 감시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IS가 완전히 몰락해도 오랜 전쟁으로 피폐해진 이라크 북부와 시리아 전역을 안정화하는 작업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IS전선에 합류한 집단들의 이해관계가 갈리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모술 해방은 이라크 내 잠재된 수니파-시아파, 아랍-쿠르드 대립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이라크 IS 전선에 기여한 쿠르드 지방정부는 독립 민족국가 수립을 꿈꾸고 있지만 역내 반응은 부정적이다. 시리아에서도 미군 주도 국제동맹군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민주군(SDF) 내부에서 시리아계, 쿠르드계, 아랍계 사이 알력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올해 들어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는 미국측과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는 러시아ㆍ이란측 사이 크고 작은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미ㆍ러ㆍ요르단 3개국은 지난 9일부터 휴전에 합의했지만, IS가 무력화되고 종파 대결의 성격을 지닌 시리아 내전이 다시 격화할 경우 IS와의 전쟁에선 표면상 협력 관계를 유지했던 양측이 대결 구도에 돌입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백악관 일각에서조차 이미 IS 격퇴 후 미군이 시리아 정부군 및 이란측 민병대와 맞서는 ‘시리아 전쟁의 다음 단계’를 구상하는 움직임이 있다며 “IS 등장의 근본 원인이었던 정치적 혼란은 IS가 쓰러진 후에도 근절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축출된 탈레반이 여전히 국경지대를 장악하고 있듯이 IS가 정치적 혼란을 틈타 세력을 유지할 가능성도 우려된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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