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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홍보 외교관이 체제 부정… 엘리트층 탈북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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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홍보 외교관이 체제 부정… 엘리트층 탈북 이어질까

입력
2016.08.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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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 대북제재 이후 실적 압박

“해외 외교관들 어려움 가중” 분석

태영호, 10년간 가족과 英 거주

올 여름 평양으로 복귀 예정

아들이 北 사회에 적응 못할라

“父情도 작용했을 것” 관측

국내 귀순한 태영호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가 거주하던 집. BBC 캡처.
국내 귀순한 태영호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가 거주하던 집. BBC 캡처.

주영 북한 대사관의 태영호 공사의 국내 귀순으로 북한 엘리트층의 도미노 탈북이 본격화할지 주목된다. 고위급 외교관에 해당하는 태 공사의 귀순은 최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압박 등으로 북한의 내부 결속력이 약화하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일부가 17일 태 공사의 국내 입국 사실을 공개하면서 밝힌 그의 탈북 동기는 크게 3가지다. 김정은 체제에 대한 염증, 대한민국 사회와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동경, 자녀와 장래 문제다.

무엇보다 북한에서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한 고위급 외교관이 탈북을 감행한 데는 자녀 문제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태 공사는 가족과 함께 10년 동안 영국에 거주해왔으며 올 여름 평양에 복귀할 예정이었다. 그의 아들은 영국 현지의 한 대학에서 공중보건경제학 학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주재국의 국제학교 등에서 교육 받은 자녀들이 북한에 돌아가 김일성주의 교육을 다시 받고, 북한 사회에 적응해 살아 남기란 상상하기 힘들다”며 “이 대목이 부정(父情)을 움직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태 공사의 이번 귀순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국면에서 불거졌다는 점에서 본국의 실적 압박도 탈북을 결행케 한 동기로 분석된다.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전례 없이 강력한 대북제재를 시행하면서 해외 근무 북한 엘리트층이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인권 실태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비판이 이어졌다는 점에서 태 공사도 평양으로부터 대책 마련 압박을 적지 않게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는 17일 오후 긴급브리핑을 통해 태영호 영국주재 북한공사의 망명 및 국내 입국사실을 확인했다. 사진은 태 공사가 2014년 영국에서 강연하는 모습. 유튜브 캡처
통일부는 17일 오후 긴급브리핑을 통해 태영호 영국주재 북한공사의 망명 및 국내 입국사실을 확인했다. 사진은 태 공사가 2014년 영국에서 강연하는 모습. 유튜브 캡처

태 공사의 탈북은 이 같은 압박 등으로 인해 북한 엘리트층이 동요하고 있는 징후로 볼 수 있다. 대북 제재 여파로 북한 해외식당 여종업원들이 집단 탈북한 데 이어 지난달 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자금을 관리하던 장성급 인사와 외교관의 탈북설도 제기됐다. 지난달 말에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 대회 참가 차 홍콩을 찾은 18세의 수학 영재가 홍콩 주재 한국총영사관에 망명을 요청하기도 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태 공사의 귀순은 북한의 핵심계층 사이에서 김정은 체제에 대해서 더 이상 희망이 없다, 그리고 또 북한 체제가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지배계층의 내부결속 약화 (현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의 대외 활로를 책임진 외교관의 탈북은 북한의 체제 위기를 대외적으로 드러내는 것이어서 북한의 타격은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외교관 탈북이 집단 탈북 사태로 이어질 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외교관 탈북은 외교관 신분이 반영된 특수한 사례일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교관은 해외에서 장기간 근무하기 때문에 북한 체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또 자녀 등 가족과 함께 해외에 나와 있다는 점에서 탈북 동기가 더 크고 실제 탈북을 감행하기도 쉽다. 다자 회의 등 각종 모임에서 익힌 타국 외교관들의 도움을 쉽게 받을 수 있어 마음만 먹으면 탈북 루트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북한 외교관의 탈북은 다른 고위층 직군에 비해 높은 편이었다. 1997년 장승길 주이집트 대사 탈북 이후 태 공사는 북한 탈북 외교관 중 최고위급에 속하지만 이전에도 적지 않은 외교관들이 탈북을 감행했다. 지난 2009년에는 주에티오피아 북한대사관 직원이 현지 한국 대사관으로 망명했고, 같은 해 동북아 지역 공관장급 외교관도 탈북했다. 지난해에는 아프리카 모 국가 주재 외교관이 탈북해 가족과 함께 국내 입국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장래가 보장된 이들의 잇단 탈북은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의 단면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유엔 제재 국면에서 더 많은 성과 압박을 받고 있는 해외 근로자, 공관의 불만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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