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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견제’ 美 강온전략에 끌려다니는 사드…한국만 낭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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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견제’ 美 강온전략에 끌려다니는 사드…한국만 낭패

입력
2016.06.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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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그릴라 참석 美국방 “한국과 사드 논의”

한민구 “의제 아냐” 선긋기

美, 2월엔 中 협상 위해 사드 속도 조절

美中 다툼에 휘말려 사드 배치 명분 약화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부 장관. AP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부 장관. AP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등 우리 정부의 북핵 대응이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간 패권 다툼에 휘말려 들고 있다. 특히 미국이 사드 배치를 대중국 견제용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뚜렷해, 향후 사드 배치 결정의 명분을 떨어뜨리고 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부 장관은 2일 제15차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 참석차 싱가포르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만나 사드 배치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카터 장관은 “사드 배치 문제는 많이 논의할 필요가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사드의 배치 결정이 임박한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그러나 3일 싱가포르에 도착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번 샹그릴라에서 (사드 문제가) 한미 장관회담의 의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공동실무단이 신중하게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지난 2월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로 우리 정부가 사드 배치 협의를 서두른 반면 미국은 사드 배치 협의를 위한 약정 체결을 연기시켜 실무단 구성을 미뤘던 것과는 정반대의 풍경이다. 당시 미국이 돌연 약정체결을 연기한 시점은 유엔 대북제재 결의 등을 둘러싼 미중 외교장관 회담 직전이었다. 특히 미국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워싱턴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 초청하기 위해 중국에 유화적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있던 때여서, 미국이 사드 문제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카터 장관이 공동실무단 논의도 끝나지 않은 사드 배치 문제를 이번에 불쑥 꺼낸 시점은 3일 싱가포르에서 개막한 아시아안보회의 직전이다. 최근 남중국해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의 대중국 견제와 압박이 강도를 더해 가는 상황이어서 이번 회의에서도 미중 간 격돌이 예상되고 있다. 카터 장관의 사드 언급이 중국 견제용이란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정황 때문이다. 미국이 지난 2월에는 대중국 유화책으로 사드 속도 조절에 나섰다면 이번에는 중국 압박용으로 사드 임박론을 꺼냈다는 얘기다.

사드 배치는 중국과 무관하게 우리 안보를 위해 도입되는 무기라는 게 우리 정부 입장이다. 하지만 동북아 외교 정세에 따라 사드 논의가 춤을 추게 되면서 사드의 외교적 성격만 부각되는 양상이다. 이럴 경우 향후 한미가 사드 배치 결정을 내리더라도 우리 정부에겐 상당한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사드에 반발하는 중국을 설득할 명분 자체가 약해지기 때문이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우리 정부의 부담은 이중 삼중으로 커지고 있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은 이날 남중국해 영유권을 두고 중국과 필리핀 간에 진행 중인 국제재판소 판결을 앞두고 미국이 한국에 판결 지지 입장을 미리 표명해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보도했다. 우리 정부는 판결 전 구체적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아시아안보회의에서 정부는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선 미국과 중국 어느 편도 들지 않는 ‘로키’ 전략을 취하겠다는 구상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서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4일 예정된 한 장관의 기조 연설은 균형적인 스피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중국해 문제는 비켜가되 북핵 공조는 확실히 이끌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중이 갈수록 북핵 문제를 동북아 정세와 맞물려 대응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북핵 공조 분열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싱가포르=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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