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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교 공신' 완장이 성범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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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교 공신' 완장이 성범죄 불렀다

입력
2015.08.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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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문 고교 개설요원 4명이 가해자

세금 투입된 공립학교서 족벌 행세

회계부정 등 운영비리 가능성 제기

성추문에 휩싸인 서울 서대문구 A고 개설요원 6명 중 4명이 성범죄 의혹의 가해교사로 확인됐다. 이들은 수년 전 학교 신설 과정에서 자금집행과 교원 인선 등을 좌지우지하며 영향력을 확보, 아무런 제지 없이 성범죄까지 저질렀다는 게 중론이다.

4일 복수의 학교 관계자들에 따르면 성범죄 의혹을 받는 교장과 3명의 교사는 모두 학교 설립에 깊숙이 관여한 개설요원이다. 개설요원은 학교교훈을 비롯한 건학이념을 세우고 교과목 등 운영과정 결정, 기자재 및 시설물 도입 심사, 교원 확보 등 모든 과정을 주도한다. 이 학교의 한 관계자는 “문제를 일으킨 교사들은 교장이 뽑은 개설요원들”이라며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에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학교를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설립과정에 400억원이 넘는 세금이 투입된 이 공립학교가 마치 족벌 사립학교 설립되듯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일부 교사는 이들과의 인연으로 이 학교로 옮겼으며, 이들은 학생들에게도 “내가 이 학교를 세웠다”는 식으로 영향력을 과시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설립 때부터 끼리끼리 모여 운영과정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서로 뒤를 봐주는 관계가 됐다는 얘기다. 그러는 사이 작년 2월 동료 여교사 성추행을 저지른 국어과목 B교사는 1년 동안 휴가, 연가, 병가 등을 쓰면서 징계 없이 다른 학교로 옮겼고, 작년부터 여학생 최소 6명을 성추행한 물리과목 C교사는 직위해제 상태에서도 격리되지 않고 학교를 수시로 드나들었다. 미술담당 D교사는 지속적으로 여학생들을 성추행 했다. 개설요원은 아니지만 여교사 성추행과 학생들에게 “원조교제 할래?” 등의 엽기 발언을 한 E교사는 이 학교의 ‘창의적 체험활동 부’에서 인성교육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설립자금이나 운영자금을 빼돌렸을 가능성이 학교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자재, 설비, 비품 등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많다고 학교 관계자들은 전했다. 한 관계자는 “질도 낮으면서 쓸데 없이 비싼 기자재들이 많다”며 “고가의 물품이 작동이 안 되는 것도 있고 사용하지도 못하고 폐기 처분한 것도 있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문제가 된 교사 한 명이 재무를 거의 전담했다”고 주장했다. 학교기본운영비와 내부비품비 등은 학교장 재량으로 쓸 수 있어 카르텔을 형성한 이들끼리 유용할 여지가 크다는 의혹이다. 때문에 이 학교에 대한 교육당국의 회계감사를 포함한 종합감사가 불가피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전국민을 경악케 한 A고 성추문 사건과 관련해 이달 중 전국 모든 교사를 대상으로 성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김현수기자 ddack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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