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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ㆍ중독도 가상현실로 극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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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ㆍ중독도 가상현실로 극복한다

입력
2016.03.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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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앞에서 발표하는 데 두려움을 갖고 있는 여성이 삼성전자 '기어 VR'을 착용하고 가상현실 속에서 무대에 올라(작은 사진) 발표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대중 앞에서 발표하는 데 두려움을 갖고 있는 여성이 삼성전자 '기어 VR'을 착용하고 가상현실 속에서 무대에 올라(작은 사진) 발표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발표ㆍ고소 공포 상황 구현해 훈련

임상시험 참가자 90% 증상 완화

“놀이처럼 치료하는 시대 곧 올 것”

‘신상품 마케팅 전략을 발표하기 위해 오른 회사 강당 무대. 200여명의 청중이 박수를 친다. 떨리는 목소리로 발표를 시작하지만 10분쯤 지나자 사람들이 잡담을 한다. 갑자기 식은땀이 흐르고 머리 속이 하얘진다.’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접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는 실제가 아니다. 삼성전자의 휴대용 가상현실(VR) 기기 ‘기어 VR’을 착용하고 만난 발표 공포증 극복 훈련 VR 콘텐츠의 한 장면이다.

지난해부터 이 같은 VR 콘텐츠를 통해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갖는 두려움을 극복하자는 뜻의 캠페인 ‘비피어리스’를 진행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최근 특별한 실험에 나섰다. 과연 VR이 실제로 공포를 이겨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김재진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의학과 교수와 손잡고 임상 시험을 진행한 것이다.

남녀노소 82명의 임상 시험 참가자는 발표 공포와 고소 공포를 느낄 만한 상황을 마치 실제처럼 구현한 VR 영상을 통해 경험했다. 발표 공포 VR의 경우 상사들과의 식사, 3대1 면접, 프로젝트 발표 등 가상의 상황을 제시했다. 고소 공포 VR은 사방이 탁 트인 엘리베이터를 타고 20층, 40층, 60층을 차례로 올라가거나 초고층 건물 옥상으로 데려갔다. 의료진은 이 같은 영상을 2주 동안 8차례 보여주고 삼성전자 스마트워치 기어 S2를 통해 맥박을 측정, 두려움이 실제로 얼마나 완화됐는지 살폈다.

그 결과 참가자 대다수에게 긍정적 변화가 나타났다. 고소 공포 완화 훈련 대상자는 87.5%(35명)가 불안감을 덜었고, 발표 공포 훈련 역시 88.1%(37명)가 효과를 봤다. 김 교수는 “공포는 훈련으로 극복하기 가장 쉬운 감정”이라며 “가상현실은 게임, 영화 같은 오락 분야뿐 아니라 공포 같은 정신의학 치료에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진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17일 "공포는 훈련으로 극복하기 가장 쉬운 감정"이라며 "VR 기기 보편화로 누구나 스스로 공포 극복 훈련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제공
김재진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17일 "공포는 훈련으로 극복하기 가장 쉬운 감정"이라며 "VR 기기 보편화로 누구나 스스로 공포 극복 훈련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제공

김 교수에 따르면 대인 공포, 전쟁 공포 등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3~4% 정도다. 병으로 볼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문제를 갖고 있는 사람은 30%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대부분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병원 문 두드리기를 꺼린다. 김 교수는 “VR을 통한 훈련의 가장 큰 장점은 병원에 가지 않고도 스스로 공포를 완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라며 “VR 기기 보편화로 누구나 이 같은 기회를 쉽게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공포 완화 훈련에서 가능성을 본 김 교수는 술이나 담배, 마약, 게임 등 각종 중독 극복에도 VR을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가령 담배중독자라면 VR로 친구들이 ‘담배 피우러 가자’고 꼬시는 장면을 보여주고 이러한 유혹을 참도록 훈련하도록 하는 식이다. 김 교수는 “머지 않아 VR을 통해 마치 놀 듯이 스스로 각종 정신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고소공포증을 갖고 있는 여성이 삼성전자 '기어 VR'을 착용하고 가상현실 속에서 높은 빌딩에 올라(작은 사진) 이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고소공포증을 갖고 있는 여성이 삼성전자 '기어 VR'을 착용하고 가상현실 속에서 높은 빌딩에 올라(작은 사진) 이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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