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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품은 ‘제주 횟감’ 얼마나 알고 있니?

입력
2016.07.22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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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맛이 한 가득 차려진 싱싱한 모둠회. 게티이미지
바다의 맛이 한 가득 차려진 싱싱한 모둠회. 게티이미지

처음 제주도 여행을 왔을 때 횟집 메뉴판을 보고 적잖게 당황한 경험이 있다. 서울은 우럭, 광어, 숭어 정도에 고급 어종이라 해봐야 도미, 농어인데 제주에선 이름도 낯선 다양한 종류들의 생선들이 나열되어 있다. 제주에서는 일반적으로 많이 판매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생선들에 대해 소개해 보고자 한다.

제주 횟집의 메뉴.
제주 횟집의 메뉴.

제주도에서 가장 친숙한 횟감은 ‘돔’이라고 불리는 도미이다. ‘돔’이란 가시 지느러미를 뜻하며 도미를 대표하는 참돔은 몸이 전체적으로 담홍빛을 띠고 모양새가 아름다워 이름에 ‘참’자가 붙어 도미 중 최고를 의미하며 낚시꾼들 사이에선 ‘바다의 미스코리아’라고 불린다. 다만 양식의 경우 색상이 어둡고 운동량이 적어서인지 지느러미 등이 다소 퇴화하여 미스코리아로 불리기는 어정쩡하다.

꼬리지느러미에 V자가 확실한 자연산 도미.
꼬리지느러미에 V자가 확실한 자연산 도미.
양식도미.
양식도미.

일전에 지인이 자연산 참돔을 낚시로 잡았다며 사진을 보내왔는데 자연산이 아니라고 답변을 해주자 매우 어처구니 없어 했다. 가끔 양어장을 탈출하는 생선들이 있는데 바다에서 잡았기 때문에 자연산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고객들은 자연산과 양식을 구분하기 어렵고 일본산 양식 도미의 경우 자연산 도미와 매우 흡사하다.

제주에서 도미는 수명이 길어 무병장수를 비는 회갑연에 자주 올라오는 생선이다.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많아 노인이나 환자에게 좋고 아미노산의 일종인 글루탐산과 핵산의 상승 효과에 의한 감칠맛이 뛰어나며 성인병이나 호흡기, 간장을 건강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도미는 머리 부분, 특히 눈 주위의 맛이 좋아 조림이나 탕으로 제격이며 무코다량류가 들어 있어 뼈와 관절에 좋다고 한다. 껍질이 부드러워 회를 뜰 때 껍질만 데치거나 익혀 제공하는 ‘마츠가와’라는 방식으로 제공되곤 한다. 자연산일 경우 2~3kg 정도의 씨알이 지방이 적당한 최고의 횟감이 된다.

다금바리.
다금바리.

제주도 여행 여비가 여유가 있는 경우 욕심을 내게 되는 횟감은 다금바리이다. 1kg에 20만원을 훌쩍 넘는 이 생선은 패각이나 모래가 섞인 암초 지대의 수심 100~140m 에 주로 서식하여 낚시로 잡기가 무척 어려우며 희소성으로 인해 속여 파는 경우도 있다. 지방이 적어 다이어트 식품으로 좋고 고단백 생선으로 입맛을 돋우어 떨어진 입맛을 살리는데 좋다. 토박이들은 회보다도 2~3시간 푹 고아서 사골 육수처럼 뽀얗게 우려낸 탕을 더 선호한다. 회는 적어도 4시간 이상의 숙성을 거쳐야 특유의 향을 느낄 수 있다. 가격이 워낙 비싸서 다금바리는 버리는 부위가 거의 없는데 회를 주문하면 입술, 위, 간, 뽈살, 가마살, 지느러미살, 배꼽살 등 부속 부위는 물론이고 껍질은 데쳐서 양념에 버무려 무침으로 제공되고 쓸개는 소주에 타서 마시기도 한다. 회는 2~3kg 사이에서 좋은 육질을 맛 볼 수 있으며 양식은 물론 중국산도 유통되어 요즘에는 어렵지 않게 횟집 수족관에서 볼 수 있다. 대부분의 횟집에서 팔리는 다금바리는 사실 ‘자바리’이지만 고급 횟감의 대중화에 일조한 부분은 받아드려야 할 것 같다.

자연산 구문쟁이. 줄무늬가 선명하다.
자연산 구문쟁이. 줄무늬가 선명하다.

겉 모양이 비슷하여 다금바리의 짝퉁으로 속여서 판다는 능성어인 구문쟁이는 사실 가격이 비싼 고급어종이다. 몸통의 무늬가 다금바리에 비해 뚜렷하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양새에 큰 차이가 없다. 요새는 많이 사라졌지만 횟집에서 머리와 꼬리는 접시에 그대로 올리고 껍질을 제거하여 회를 뜬 뒤 머리와 꼬리 사이에 장식을 하면 많은 고객들이 속아넘어가곤 했다. 속여 파는 상인도 문제지만 사실 다금바리와 구문쟁이는 회로 썰었을 때 완전히 다르다. 다금바리는 껍질을 제거하면 농어처럼 하얀 살이 껍질을 제거한 면에 보이는데 비해 구문쟁이는 도미나 점성어처럼 빨간색을 띠므로 속여 팔 수가 없는 어종이다. 예약을 하지 않으면 숙성할 시간이 부족해 다금바리 고유의 향도 느끼기 어렵다. 만약에 회를 초고추장 맛으로 먹는다면 굳이 비싼 회를 주문할 필요는 없다.

토박이들 중 회 마니아 층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생선은 ‘독가시치’라고 불리는 따치이다. 객주리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옆 지느러미 부분이 가시처럼 날카롭게 발달하여 잘못 찔리면 마비가 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해조류가 무성한 암반 지대에 무리를 지어 서식하며 주로 해조류를 먹고 사는 생선이라 손질 시 내장을 잘못 건드리면 악취가 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이는 마치 풀만 뜯어먹고 사육된 소가 사료를 먹고 자란 소에 비해 냄새가 나는 것과 같은 이치 인 것 같다. 구이나 조림으로도 조리되기는 하지만 따치는 역시 회로 먹었을 때 단단한 식감이 가장 좋다. 또한, 열량이 낮고 단백질 함유량이 많아 담백하다. 회를 먹은 후 탕으로 끓일 때는 미나리를 넣어야 독가시치의 비린 냄새를 잡을 수 있다.

제주도 낚시꾼들에게 최고의 횟감으로 벵에돔을 빼놓을 수 없다. 장마철 전후에 많이 잡히지만 겨울 벵에돔일수록 기름기가 많고 살점이 쫀득해 감칠맛이 난다. 같은 씨알이라도 벵에돔보다 긴꼬리벵에돔 회맛을 더 우위로 꼽는 이들이 많고 특히 조류가 거센 모슬포의 긴꼬리벵에돔은 운동량이 많아서인지 보다 단단한 식감이 좋다. 두 어종 모두 어떤 요리 방식으로도 잘 어울리지만 35cm 이상이면 회가 좋고 30cm 이하라면 튀김이나 조림이 더 좋을 것 같다. 횟집에서 판매되는 벵에돔은 대부분 500g 남짓인데 작년 여름 위미의 한 횟집을 들렸을 때 동네 낚시꾼이 1.5kg 정도의 벵에돔을 잡아와 사먹은 회의 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벵에돔 전문 낚시꾼도 1.5kg의 월척은 일년에 한 두 마리도 잡기 어려운 대어로 가끔씩 바닷가 횟집에 잡은 생선을 파는 낚시꾼들이 있어 운이 좋으면 싱싱한 자연산 횟감을 저렴한 가격에 맛 볼 수 있다.

다금바리, 자바리와 함께 제주도의 3대 바리로 불리는 붉바리와 쏠치는 양식이 않되 아쉽게도 거의 볼 수 없게 됐다. 반면 유럽에서 ‘Turbot’ 라고 불리는 돌광어는 제주에서 양식에 성공하며 복어와 같이 단단한 맛으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활고등어는 실파, 간장, 양파, 고추와 섞은 간장 소스에 찍어 먹으면 일품이고 갈치회는 선어로만 유통이 되어 주로 서비스 메뉴로 몇 점씩 제공되지만 나름 별미이다.

육지에서는 주로 건옥돔으로 많이 팔리는데 포구 근처의 횟집에 미리 연락을 하면 신선한 옥돔회의 독특한 맛을 즐길 수 있으니 한 번쯤 시도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대부분의 횟집에서는 회를 제공하기 전에 제주 해산물을 먼저 맛 볼 수 있게 한다. 값 비싼 홍삼부터 거센 조류를 이겨낸 뿔소라, 일반 멍게와는 또 다른 맛의 돌멍게, 해녀들의 식사인 군소에 꼬마 게인 깅이, 군벗, 거북손, 배말, 황게에 딱새우장, 전복장 등 절임 음식까지, 여기에 지난 봄 저장해둔 톳과 물미역까지 한 상 차리면 서귀포의 푸짐한 바다 한 상이 차려진다. 이번 여름은 서귀포의 바다가 풍성하게 차려진 횟감 여행을 추천 드리고 싶다.

자연산 VS 양식산, 어떤 게 좋다고만 할 수 없다

제주도에서 1년 내내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횟감이라면 양식 생선일 가능성이 높다. 무작위 포획과 환경 오염으로 과거에 비해 어획량이 급격하게 줄어 자연적인 생산으로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게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활어의 경우 대략 90% 이상은 양식 어종으로 보면 될 것 같다.

물론 모든 양식 생선이 자연산보다 품질이 떨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즉살’과 같은 활어 처리 기술이나 유통 과정에서 얼마나 생선이 스트레스를 덜 받았는지가 더 중요하지 않나 싶다. 자연산은 양식산에 비해 넓은 바닷속을 이동하다 보니 체내에 축적된 지방이 적고 육질이 단단하다. 반면 양식산은 정해진 좁은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 운동량이 적고 인위적인 사료 공급으로 지방 함량이 높고 살도 연하다. 양어장에서 출하하기 전 일정 기간은 사료를 주지 않아 배설물을 모두 배출하고 횟집으로 팔려 나가기 때문에 횟집을 운영하는 점주들은 수족관 관리 차원에서 양식 생선을 더 선호한다.

그에 비해 넓은 바다에서 자란 자연산 물고기는 좁은 수족관에 적응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며 지속적으로 배설물을 배출하여 수족관을 오염시킨다. 점주들이 관리나 보관이 어려운 자연산을 선호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다. 게다가 비싼 돈을 내고 구입한 자연산 물고기가 폐사하면 손해는 모두 점주의 몫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양식은 좁은 공간에서 대량 생산을 위주로 사육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스트레스로 인해 저항력이 떨어져 항생제를 투여해야 한다. 이런 물고기를 섭취할 경우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재천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 총주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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