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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조물이 창조주를 이기다니… SNS 타고 ‘AI 공포증’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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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조물이 창조주를 이기다니… SNS 타고 ‘AI 공포증’ 확산

입력
2016.03.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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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체스, 바둑을 넘어 스타크래프트 승리까지 넘보는 인공지능(AI)의 종착지는 어디일까. ‘인류대표 대 인공지능’의 대결로 관심을 모은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국에서 이 9단이 이틀 연속 충격적으로 패하면서 인류의 승리를 점쳤던 이들은 허망함을 넘어 공포마저 느끼고 있다. ‘어떤 피조물이든 창조주를 넘어설 수 없다’는 오랜 통념이 철저히 부서졌기 때문이다. 특히 10일 대국에선 이 9단이 최선의 수를 이어갔음에도 또 패하자 충격은 커졌다. 시민과 네티즌 사이에서는 “언젠가 인공지능에 내 수를 읽힐까 두렵다”는 ‘AI 포비아(공포증)’도 확산되고 있다.

AI 공포 온ㆍ오프 공간에서 확산

로봇, AI, 첨단과학에 대한 두려움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 9단이 ‘불계패(계산이 필요 없는 확실한 패배)’를 당한 순간, AI가 언젠가 인류를 초월할지 모른다는 공포는 현실이 됐다. 회사원 신혜인(28ㆍ여)씨는 10일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인간을 죽음으로 내몬 인공지능 ‘HAL 9000’의 모형을 최근 전시회에서 보고 오싹했던 경험이 있다”며 “이 9단을 누른 알파고에게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 9단의 승리를 점쳤다는 이경희(56ㆍ여)씨 역시 “1970년대 접했던 공상과학 만화 속 세상이 지금은 모두 눈 앞에 펼쳐졌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할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AI의 능력과 미래를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트위터 아이디 @Chuv*****은 “인간과 인공지능 사이에 ‘VS’를 끼워 넣으면 공포가 엄습한다”는 반응을 보였고, @myne***도 “첫 경기 보고 공포감을 느낀 사람은 나뿐이 아닐 거라 생각한다. 어쩌면 인공지능 개발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커질 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한 장면. 인공지능 컴퓨터 HAL 9000이 인간을 바라보고 있다. 영화 스틸컷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한 장면. 인공지능 컴퓨터 HAL 9000이 인간을 바라보고 있다. 영화 스틸컷

‘AI 일자리 위협하나’ 비관적 전망도

AI가 노동의 영역에서는 인간에 ‘완승’을 거둘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대세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근무하는 권지혜(25ㆍ여)씨는 “회사 동료들과 얘기하는데 바둑까지 졌으니 예술가 빼고는 모든 직업이 대체될 거라는 말까지 나왔다”며 “디자이너도 웹툰 작가로 진로를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이 허언으로만 들리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취업준비생 김준병(28)씨는 “금융업계 취업을 희망하고 있지만 금융투자는 벌써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의지하고 있다. 과연 맞는 길을 택한 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AI 포비아는 수치로도 입증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달 시민 1,0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진격하는 로봇: 인간의 일자리를 얼마나 위협할까’ 결과를 보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이라는 응답이 86.6%에 달했다. ‘인간이 보다 창조적인 일을 담당할 것’이라는 전망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대답도 40.7%나 됐다.

기계파괴운동 ‘네오러다이트’도 재조명

이 같은 공포심은 단순한 감정에 머물지 않고 첨단기술을 거부하는 사회운동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이미 18세기 영국 산업혁명에 반대해 일어난 ‘러다이트(기계파괴) 운동’을 본떠 인류의 적이 될지 모르는 AI를 배척하는 ‘네오(신) 러다이트 운동’도 진행 중이다. 영화 ‘아이언맨’의 모델이 된 테슬라모터스 최고경영자(CEO) 엘론 머스크는 지난해 7월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애플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 등과 함께 AI를 탑재한 전쟁 무기에 반대하는 성명을 낸 바 있다. 그만큼 첨단의 미래가 가져올 위험성과 해악을 잘 알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제부터라도 AI에 적용할 윤리와 법 제도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학계에서는 이미 자율주행자동차 등 현실 속으로 파고든 AI의 윤리 문제를 고민하는 연구가 시작된 상태다. ‘로봇 윤리란 무엇인가’의 저자 변순용 서울교대 윤리교육학과 교수는 “인공지능의 발전 수준이 아직 우려할 정도는 아니나 터미네이터처럼 인류에 해를 끼치는 로봇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면서 “산업 현장에라도 적용될 수 있는 법 기틀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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