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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의 기적' 쌍둥이 입양아 "25년 만의 꿈같은 만남 영화로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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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의 기적' 쌍둥이 입양아 "25년 만의 꿈같은 만남 영화로 만들었어요"

입력
2016.02.25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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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자매 서맨사 푸터먼(왼쪽)과 아나이스 보르디에는 3년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기적처럼 만났다. 이정현 인턴기자
쌍둥이 자매 서맨사 푸터먼(왼쪽)과 아나이스 보르디에는 3년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기적처럼 만났다. 이정현 인턴기자

25년 간 서로의 존재조차 몰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극적으로 재회했다. 쌍둥이 자매 서맨사 푸터먼(28)과 아나이스 보르디에의 영화 같은 이야기다. 미국과 프랑스에서 각각 떨어져 살던 두 사람은 3년 전에 서로를 알게 됐고, 둘의 사연은 미국의 유명 방송 CNN과 ABC 등에서 비중 있게 다뤄졌다. 국내에서도 신문과 방송 등을 통해 감동 실화가 전해지면서 쌍둥이는 순식간에 유명 인사가 됐다. 3년 전 지구촌의 화제였던 서맨사와 아나이스가 별스럽고 눈물겨운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트윈스터즈’(3월 3일 개봉)로 한국을 찾았다.

25일 오후 서울 동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두 사람은 “한국 관객에게 영화를 소개하고 많은 분들과 공유할 수 있어서 좋다”며 활짝 웃어 보였다. 일란성 쌍둥이인 두 사람은 생김새뿐만 아니라 목소리, 웃음 소리, 표정이 매우 똑같았다. 서맨사는 영화배우, 아나이스는 패션디자이너로 예술적 감각이 필요한 직업을 지닌 점도 닮았다. 사고마저 비슷했다.

“전에는 내게도 이복형제 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곤 했어요. 한국은 가족을 중시하니까 어딘가에 형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서맨사). “항상 어딘가에 형제나 자매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어요”(아나이스).

영화 ‘게이샤의 추억’(2005)과 ‘21 앤드 오버’(2013) 등에 출연했던 서맨사가 2013년 짤막한 코미디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자매 아닌 자매로 살던 두 사람의 운명은 바뀌었다. 아나이스의 친구가 우연히 서맨사의 영상을 본 뒤 아나이스에게 “너와 똑같은 여자가 나온다”는 말을 SNS로 전했다. 아나이스는 영상 속 서맨사를 보자마자 직감했다. “자매일지도 모른다”고. 그리고선 서맨사의 SNS 계정에 친구신청을 하고 글도 남겼다.

“SNS로 매일 글이나 사진도 즉각적으로 나누며 소통했어요. 서맨사의 예전 사진이나 글을 보면서 과거에 어떻게 살았는지 살짝 엿볼 수도 있었고요. SNS가 서로를 아는데 큰 도움이 됐죠”(아나이스).

쌍둥이 자매 서맨사 푸터먼(왼쪽)과 아나이스 보르디에는 어깨동무를 하며 우애를 과시했다. 이정현 인턴기자
쌍둥이 자매 서맨사 푸터먼(왼쪽)과 아나이스 보르디에는 어깨동무를 하며 우애를 과시했다. 이정현 인턴기자

두 사람은 SNS를 통해 자신들이 한국 출신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았다. 부산에서 출생했고 생일이 같다는 것까지 확인했다. 쌍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서맨사는 서로의 존재를 안 지 2주 만에 아나이스에게 “우리의 이야기를 영화로 남기는 게 어떠하겠느냐”고 제안했다. 영화배우다운 발상이었다. 영상 관련 일을 하는 친구가 많은 아나이스는 “영화로 촬영한다고 해도 낯설거나 두렵지 않았다”고 했다.

정작 제작비가 없었다. SNS가 이들에게는 또 한 번 은인이 됐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전 세계 3,000여명을 통해 16만달러(약 2억원)를 모았고 영화 제작에 들어갈 수 있었다. 서맨사는 공동 연출을 맡은 라이언 미야모토 감독과 촬영 중에 연인이 되는 인연도 맺었다. ‘트윈스터즈’는 두 사람이 처음 SNS로 대화를 주고 받은 내용과 영국에서의 첫 만남, 한국 동반 방문 등 세세한 기록을 담고 있다. 전혀 모르고 살 뻔 했던 두 사람이 자연스럽게 서로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담담하게 펼쳐진다.

SNS에서 유명인이 됐으나 두 사람은 아직까지 생모의 연락을 받지 못했다. 그렇다고 생모를 원망하거나 서운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나이스는 “어떤 사연 때문에 우리를 입양 보냈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그걸 받아들였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쓰레기에 버려지는 아이들도 있는데 더 나은 삶을 살라고 입양 보내신 거”라며 “어머니도 우리의 모습을 보고 행복해지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서맨사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어머니는 우리가 살아있고 행복하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꼭 핏줄이 아니어도 인생에서 누군가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사람들이 모두 가족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도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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