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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선장 살인죄"… 선고문 읽다 울먹인 재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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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선장 살인죄"… 선고문 읽다 울먹인 재판장

입력
2015.04.28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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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항소심서 무기징역 선고

1심과 달리 부작위에 의한 살인 인정

퇴선방송 지시도 신빙성 없다 판단

선원들은 감형… 징역1년6월~12월

28일 오전 광주고법 201호 법정에서 열린 세월호 승무원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한 이준석(맨 왼쪽) 선장이 눈을 감은 채 판결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광주=사진공동취재단
28일 오전 광주고법 201호 법정에서 열린 세월호 승무원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한 이준석(맨 왼쪽) 선장이 눈을 감은 채 판결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광주=사진공동취재단

“피고인의 무책임한 행위로….”

28일 오전 10시30분쯤 이준석(70) 선장 등 세월호 선원 15명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이 열린 광주지법 형사대법정 201호. 이 선장에 대한 양형 이유를 담담하게 읽어가던 광주고법 형사5부 서경환 부장판사의 목소리가 갑자기 끊겼다. 잠시 심호흡을 한 뒤 판결 내용을 이어가던 서 판사는 그러나 “생때같은 어린 자식들을 먼저 보내고 아직도 자식의 사진을 가슴에 품고…”라는 대목에선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울먹였다.

이내 평정을 되찾은 서 판사는 “이 선장이 승객에 대한 퇴선방송을 하지 않은 채 탈출한 사정 등을 비춰 볼 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며 원심(징역 36년)을 깨고 이 선장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 선장이 탈출 전 퇴선방송을 지시했다고 판단하고 살인 및 살인미수죄에 대해 무죄로 본 1심을 뒤집은 것이다. 함께 기소된 박씨 등 나머지 선원 14명에 대해서는 이들이 이 선장의 지휘 감독을 받는다는 점 등을 감안해 원심(징역 5~30년)보다 낮은 징역 1년6개월~12년을 선고했다. 핵심 공소사실인 살인죄에 대해 1심과 2심이 다른 판단을 내림에 따라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핵심 쟁점인 이 선장의 ‘부작위(不作爲ㆍ마땅히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은 것)에 의한 살인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인명 구호 조치를 결정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가진 이 선장이 승객 구호 조치를 포기하고 승객을 방치한 채 퇴선한 행위(부작위)는 살인의 실행 행위(작위)와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탈출 당시 이 선장이 400여명의 승객들이 익사할 수 있는 점을 예견하고도 그대로 내버려두기로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미필적 고의)까지 있었다고 본 것이다. 이 선장이 퇴선 후에도 승객 구조에 관심을 보이지 않은 채 해경 경비정으로 피신하고, 사고 현장을 떠나 병원에서 선장임이 밝혀질 때까지 스스로 신분을 밝히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재판부는 이 선장의 퇴선방송 지시도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선원들이 탈출할 순간에도 선내에 승객들에게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이 나왔고 퇴선방송 지시에 뒤따르는 후속조치가 없었던 데다, 퇴선방송 지시를 받았다는 일부 선원들의 진술도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1심 재판부가 사고 당일 오전 9시37분쯤 “지금 탈출할 수 있는 사람들만 일단 탈출을 시도하라고 방송했다”고 2등 항해사 김모(47)씨와 진도VTS가 교신한 내용을 근거로 이 선장의 퇴선방송 지시가 있었다고 본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재판부는 “‘탈출할 수 있는 사람들’만 일단 ‘탈출을 시도하라’는 표현은 승객 전체에 대해 이뤄져야 하는 퇴선명령과 부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사고 당시 당직근무자였던 3등 항해사 박모(26)씨와 조타수 조모(56)씨의 조타 과실에 대한 판단도 달랐다. 1심 재판부는 “세월호가 맹골수도를 통과할 당시 박씨와 조씨가 대각도 조타를 감행했다”며 업무상 과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박씨 등에 대한 혐의가 엄격하게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조타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선원들의 진술이 있고, 엔진 및 프로펠러 오작동 가능성 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사고 원인을 정확히 모른다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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