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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프리우스’에는 있고 ‘아이오닉’에는 없다

입력
2016.01.24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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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하이브리드 대표선수인 아이오닉(왼쪽)과 4세대 프리우스. 현대자동차ㆍ토요타 제공
한일 하이브리드 대표선수인 아이오닉(왼쪽)과 4세대 프리우스. 현대자동차ㆍ토요타 제공

‘하이브리드(Hybrid)’의 사전적 의미는 ‘잡종’이나 ‘이종(異種)간 혼성’입니다. 자동차에서는 엔진에 배터리로 돌리는 모터가 추가된 차를 의미합니다.

국내에서 하이브리드차의 존재감은 미미했지만 올해는 연초부터 분위기가 확 달라졌습니다. 현대자동차가 국산 최초 친환경 전용차로 개발한 ‘아이오닉 하이브리드’가 출시된 영향이 큽니다. 하이브리드의 대명사인 일본 토요타자동차의 ‘프리우스’ 4세대 모델이 3월쯤 국내 시장에 뛰어들면 한일 대표 선수 간 정면승부가 펼쳐집니다.

프리우스와 아이오닉은 둘 다 하이브리드 차지만 똑같지는 않습니다. 프리우스에는 발전과 구동에 관련된 모터가 각각 한 개씩 있고, 아이오닉은 모터 한 개가 두 가지를 다 합니다. 두 차에 적용된 하이브리드 시스템 자체가 달라 이런 차이가 생겼습니다.

하이브리드 차에 적용되는 시스템 개념도. 토요타 제공
하이브리드 차에 적용되는 시스템 개념도. 토요타 제공

하이브리드 차는 크게 직렬형ㆍ병렬형ㆍ직병렬혼합형의 세 가지로 구분됩니다. 직렬형은 모터가 전적으로 구동력을 책임지는 방식입니다. 엔진이 있지만 발전기를 돌려 배터리를 충전하는 역할에 그칩니다. 올해 국내 출시 예정인 제너럴 모터스(GM)의 ‘볼트’가 대표적인 직렬형 하이브리드입니다. 볼트는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라고도 불립니다.

병렬형은 주동력인 엔진과 보조동력인 모터가 바퀴를 같이 굴리고, 변속기가 필요합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 브랜드와 닛산 등이 병렬형을 사용합니다. 현대차도 독자기술로 개발한 병렬형 하드타입 시스템을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에 적용하며 6단 듀얼클러치변속기(DCT)를 붙였죠. 이 변속기에는 동력을 전달하는 토크 컨버터가 없습니다. 대신 엔진과 모터 사이의 ‘엔진 클러치’가 둘을 연결(하이브리드 모드)하거나 해제(전기차 모드)합니다. 하이브리드의 엔진 클러치는 현대차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습니다.

앞(왼쪽)에 엔진과 모터, 6단 DCT를, 뒷좌석 아래에 배터리 팩을 배치한 아이오닉 구조. 현대자동차 제공
앞(왼쪽)에 엔진과 모터, 6단 DCT를, 뒷좌석 아래에 배터리 팩을 배치한 아이오닉 구조. 현대자동차 제공

프리우스는 직병렬 혼합형입니다. 엔진이 모터와 함께 직접 바퀴를 굴리고, 또 다른 모터(발전기)가 배터리를 충전합니다. 모터가 두 개이니 출력이 높고 배터리 충전에도 유리하지만 구조가 복잡해집니다. 최근 미국에서 출시된 4세대 프리우스 모터의 제원상 최대 출력은 53㎾(약 71마력)로, 아이오닉 모터의 출력(32㎾)보다 높습니다.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와 4세대 프리우스의 대결은 병렬형과 직병렬혼합형 시스템의 승부이기도 합니다. 아직 선수들이 모두 입장을 하지 않았는데도 벌써부터 양측의 팽팽한 신경전이 느껴집니다.

현대차는 대놓고 프리우스를 아이오닉의 라이벌로 지목했습니다. 이달 14일 출시행사와 20일 언론 대상 시승회에서 “엔진-모터-변속기가 하나의 축으로 연결된 아이오닉은 에너지원의 변환 과정을 최소화한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모터를 두 개 쓰는 직병렬혼합형보다 에너지 효율성이 뛰어나고, 연비도 높다는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토요타 측은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불편한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현대차가 비교 대상으로 거론한 모터가 특히 그렇습니다. 토요타는 모터 두 개를 사용해 일정 수준의 배터리 충전량을 확보하고, 주행 상황에 맞게 동력을 배분하는 효율성을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장점으로 내세웠으니까요. 토요타 관계자는 “병렬형은 모터 한 개가 구동에 관여할 때는 발전이 되지 않고, 발전을 하면 구동은 엔진에 의존해야 하지만 직병렬혼합형은 둘을 동시에 할 수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아이오닉(왼쪽)과 프리우스 엔진룸. 프리우스는 4세대가 아직 국내 출시가 안 돼 3세대 모델이다.
아이오닉(왼쪽)과 프리우스 엔진룸. 프리우스는 4세대가 아직 국내 출시가 안 돼 3세대 모델이다.

토요타는 하이브리드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자체 생산한다는 점도 강조합니다. 1997년 세계 최초로 등장한 1세대 프리우스 때부터 자회사 PEVE에서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죠. 4세대 프리우스는 기존 니켈-메탈 배터리 이외에 리튬 이온 배터리도 선택할 수 있게 했습니다.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에는 LG화학의 리튬 이온 배터리가 들어갔습니다. 용량은1.56㎾h로, 쏘나타나 K5 하이브리드 배터리 용량(1.62㎾h)보다는 조금 적습니다. 프리우스 배터리 용량은 국내에 출시가 돼야 비교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지난해 12월 9일 일본에서 출시된 4세대 프리우스는 한달 만에 10만대가 계약되는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월 판매 목표인 1만2,000대의 8배에 이르는 양입니다. 저중심 설계 등 주행성능을 높이겠다는 토요타의 전략이 먹힌 듯 합니다.

현대차 역시 운전이 밋밋하지 않은 하이브리드를 만들기 위해 배터리 팩을 뒷좌석 아래로 배치한 저중심 설계와 소재 경량화 등에 공을 들였습니다.

그래서 둘은 제대로 만났습니다. 어떤 방식이 더 경제적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인지, 어떤 차가 제대로 달릴 줄 아는 하이브리드인지 올해 안에 판가름이 납니다. 다만 양쪽의 홈 그라운드가 아닌 북미 등 해외시장 소비자가 선택한 결과라면 보다 신뢰도가 높아질 겁니다.

김창훈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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