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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 만경봉호로 제재완화 노린다면 북미 대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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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 만경봉호로 제재완화 노린다면 북미 대화 어렵다

입력
2018.02.05 19:2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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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엇갈린 메시지를 보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고위급대표단 단장으로 파견한다는 통보로 북미 접촉의 기대를 부풀리는가 싶더니, 예술단 본진 이동 수단으로 만경봉호를 지목함으로써 우리 정부의 대북제재 의지를 시험에 빠뜨린 것이다. 대북제재 무력화 시도를 노린 꼼수라면 북미 대화도 요원하다는 점을 북한은 명심해야 한다.

김영남 위원장을 대표단 단장으로 파견한다는 4일 심야 통보는 북한 나름의 성의 표시로 보기에 충분했다. 김 위원장은 명목상 북한의 국가수반이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 이은 서열 2위의 최고위급 인사로 사실상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인 셈이다.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회동을 추진하면서 ‘정상급 회담’을 고민한 것도 북한의 성의에 대한 보답 성격이 강하다. 제반 여건이 우호적이지는 않지만 김 위원장이 평창에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접촉 내지 조우라도 한다면 북미 대화의 소중한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은 12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만경봉호 카드’로 이런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예술단이 강릉에서 공연하는 동안 숙식을 해결하기에 대형 크루즈선인 만경봉호가 편리하다는 게 북한의 주장이다. 북한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때도 응원단 이동 수단으로 숙박시설을 갖춘 만경봉호를 띄운 적이 있다. 문제는 만경봉호가 우리 제재 대상이라는 점이다. 유엔이나 미국의 제재 대상은 아니지만 천안함 피격에 따른 ‘5ㆍ24 대북제재 조치’에 따라 국내 입항이 금지돼 있다.

특히 북한이 지난달 15일 실무접촉부터 판문점과 경의선을 거론하다 예술단 방문을 코앞에 두고 만경봉호로 변경했다는 점에서 대북제재 완화를 노린 꼼수라는 합리적 의심이 커진다. 그러나 북한이 평창올림픽을 체제 선전이나 제재 완화의 장으로 이용할 생각이라면 오산이다. 미국은 이미 북한의 ‘올림픽 하이재킹’ 시도를 간파하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건군절 열병식이나 만경봉호로 견제를 자초하기보다 남북 대화를 북미 대화로 연결시키려는 문재인 정부에 힘을 실어 주는 게 오히려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북한에 단호한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 평창의 성공적 개최를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5ㆍ24 조치의 예외 적용을 검토한다지만, 북한을 향해 만경봉호 파견의 분명한 이유를 밝히라고 요구하는 게 먼저다. 금강산 남북합동문화행사를 일방 취소하고 삼지연 관현악단의 사전 점검단 방문 일정을 번복할 때처럼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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