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관 중 소장 임명… 논란 재워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진보 성향의 김이수(64ㆍ사법연수원 9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소장으로 지명하면서 헌법재판소 구성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헌재 소장 임명권을 행사해 그 동안 보수 색채가 강했던 헌재에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김 권한대행의 소장 지명을 두고 문 대통령이 진보적 성향에 힘을 실어주려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문 대통령이 첫 사법부 인사권 행사를 볼 때 향후 인사에서 진보적인 성향의 인물을 기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김 지명자는 2014년 옛 통합진보당(통진당) 해산심판 사건에서는 재판관 9명 가운데 유일하게 해산 반대 의견을 내는 등 정치적 사건에서 소신 의견을 드러내왔기 때문이다. 한 원로 법조인은 “사법부를 이끌어 갈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으로 누구를 임명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사법부를 어떻게 구성할지 청사진을 그려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9월 퇴임하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후임도 진보적 성향이 임명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임기 중 8명의 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다.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이 각 3명을 선출하거나 지명하도록 한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대통령이 직접 임명할 수 있는 재판관은 3명이다. 당장 내년 9월 19일 5명의 재판관을 임명하게 돼 헌재 구성에 크게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김 지명자를 포함해 이진성ㆍ김창종ㆍ안창호ㆍ강일원 재판관이 내년 9월 19일 임기를 마친다. 이후 2019년 4월 14일 임기를 마치는 서기석ㆍ조용호 재판관 후임자도 이번 정부에서 임명된다.
문 대통령이 현직 재판관 중에서 소장을 임명해 헌재 구성에 안정을 되찾았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재판관 중에서 소장을 임명하도록 정한 헌법재판소법 제12조 2항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소장임명을 둘러싼 논란을 잠재웠다는 지적이다. 한 전직 헌법재판관은 “대통령이 새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동시에 그를 헌법재판소장으로 임명할 경우 선택의 폭이 무한정 넓어지는 반면, 재판관 8명 중에서 소장을 임명할 경우에는 대통령의 권한이 대폭 줄어 헌법재판소의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지명자가 인사청문회를 거쳐 소장으로 임명되면 1년 4개월의 남은 임기 동안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중 소장을 최소 한 차례 더 임명하게 됐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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