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성환 기자

등록 : 2016.04.07 04:40

도어락까지 보안망 다 뚫려… 내부공모 있나

정부청사 보안 총체적 부실

등록 : 2016.04.07 04:40

공시생, 5차례 이상 들락날락

사무실에 총 8시간30분 머물러

방호원 제대로 점검 않은 듯

공무원증 분실해도 나몰라라

게이트에선 얼굴 대조 안 해

공무원 시험 준비생 송모(26)씨가 정부서울청사 인사혁신처 사무실을 마음대로 드나든 사실이 확인되면서 허술한 정부의 보안 방호망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특히 2월부터 대북 경계태세 강화 지시가 내려진 상태에서 5차례 이상 청사가 뚫렸는데도 알지 못했고 신분증을 분실하고 신고도 않는 등 허술한 보안의식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범행 과정에 내부 공모자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점심시간 뻥 뚫린 청사 출입구

송씨가 지난 2월 공무원 출입증 3개를 훔쳤다는 청사 1층 체력단련실 출입을 제지하지 못한 것부터 문제다. 일반인의 경우 청사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청사 후문 방문객센터를 거쳐야 한다. 청사 입주 부처에서 방문자의 신원을 확인해줘야 본인 신분증을 맡기고 방문증을 받아 관계자 동행 하에 청사 본건물에 출입할 수 있다. 1층 체력단련실까지 들어가기 위해서도 이 과정은 필수적이다.

이에 대해 송씨는 경찰 조사에서 “점심시간 단체로 이동하는 공무원들 틈에 섞여 들어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실에 들어가려면 후문을 거쳐 청사건물 1층에서 출입증을 대야 열리는 게이트를 통과해야 하지만, 체력단련실은 건물 1층 로비에 있어 게이트를 통과할 필요가 없다. 인파에 휩쓸려 요행히 후문만 통과한다면 충분히 출입증을 손에 넣을 수 있었던 셈이다.

사무실 도어락 어떻게 풀었나

송씨는 지난달 24일과 26일 청사 16층 인사혁신처 시험출제과 사무실에 들어가 합격자 조작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26일 밤부터 27일 새벽까지 송씨는 8시간 30분이나 사무실에 머물렀다. 하지만 심야시간 청사 방호원의 사무실 점검은 제대로 안 됐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청사 내 모든 사무실에는 전자도어록이 장착돼 있고, 비밀번호도 설정돼 있는데 송씨가 이를 어떻게 풀었는지가 의문이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지난달 26일은 토요일 휴무라 직원도 없었고 문도 잠겨 있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전자도어록 관련 전문지식이 있어 스스로 비밀번호를 풀었거나 내부의 누군가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은 이상 설명이 안 되는 지점이다.

신분증 분실 신고, 얼굴 확인도 안 해

공무원들이 초기에 공무원증 분실 상황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 바람에 사건이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무원 신분증에는 소지자의 사진과 이름이 담긴 전자칩이 내장돼 있어 게이트 접촉 시 신분증에 내장된 얼굴이 게이트 모니터에 뜨게 돼 있다. 분실 신고만 제대로 됐다면 신분증으로 게이트 출입이 불가능했다. 또 방호원들이 모니터 속 사진과 송씨 얼굴만 제대로 대조했어도 송씨가 훔친 공무원증으로 청사를 출입할 때 적발이 가능했다. 심지어 방호원들은 허위 신분증을 갖고 있던 송씨에게 열쇠를 넘겨주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무실에 들어가는데 열쇠가 이용된 것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허술한 보안의식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2012년 청사 교육부 사무실 무단침입 방화사건으로 한 차례 보안이 강화됐는데도 또 다시 무너졌다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청사 방호관은 95명이고, 24시간 방호체계가 가동되고 있지만 평범한 공무원 시험 준비생에게 뚫린 것이다.

단독 범행 아닌 내부 공모자 있었나?

범행 과정에서 제기된 여러 의문 때문에 내부 공모자가 존재했던 것 아니냐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처음부터 송씨에게 도움을 준 내부자가 있었다면 그의 첫 체력단련실 출입과 전자도어록 비밀번호 입력에 대한 의문이 풀린다. 경찰도 이 가능성에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폐쇄회로(CC)TV 영상 검증과 통신수사 등을 통해 송씨와 접촉한 사람이 있었는지 여부를 수사 중”이라고 전했다. 경찰은 또 송씨가 훔친 공무원 신분증 소유자와 청사 방호 및 관리직원 등도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황서종 인사혁신처 차장은 “내부조력자가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송씨는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구속됐다.

김성환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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