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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다이지에서 어미와 생이별한 새끼 돌고래… 한국이 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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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다이지에서 어미와 생이별한 새끼 돌고래… 한국이 수입

입력
2017.01.3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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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다이지 잠수부들이 돌고래를 포획하고 있다. 리즈 카터 영상 캡처
일본 다이지 잠수부들이 돌고래를 포획하고 있다. 리즈 카터 영상 캡처

일본 와카야마(和歌山)현 다이지(太地)에 올해도 악명 높은 돌고래 사냥을 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9월부터 2월까지 수 만 마리의 돌고래 떼가 살해당하고, 일본 국내외의 수족관이나 군사용으로 수출하기 위해 포획됩니다.

지난 주말 현지에서 돌고래 사냥을 기록하고 있던 자원 활동가 리즈 카터 (Liz Carter) 씨가 공개한 동영상에는 어미돌고래에게서 아기돌고래를 납치하는 잠수부들의 모습이 촬영되어 있습니다. 이 잔인하고 비극적인 동영상은 보는 사람의 가슴을 찢어 놓습니다.

이번 동영상 속 돌고래사냥은 어린 돌고래들을 산채로 포획해서 수족관이나 해양공원에 판매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사냥을 하는 배들이 약 300 여 마리의 돌고래 떼를 만(cove)에 몰아넣고 며칠 동안 가둬 놓은 상태에서 해양공원에 판매할 어리고 예쁜 돌고래를 선별합니다. 선별한 아기돌고래는 여러 명의 잠수부들이 포위해서 어미 돌고래로부터 떼어 놓습니다. 아기 돌고래는 어미에게로 돌아가려 몸부림을 치지만, 어부들의 힘을 당해낼 수 없습니다.

당황한 어미 돌고래와 가족으로 이뤄진 다른 돌고래들이 필사적으로 잠수부 주변을 맴돌며 아기돌고래를 구하려 애쓰지만, 결국 아기돌고래는 그물에 담겨 보트 위로 옮겨져 어미와 영원한 이별을 합니다.

배로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상처가 생긴 아기돌고래는 다시 바다로 던져 버립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들은 고기로 도살당하고 타이지 만은 핏빛으로 물듭니다.

잠수부들이 어린 돌고래를 선별하고 포획하는 며칠 동안 만에 갇혀 있는 돌고래 떼는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극도의 공포와 혼란 속에서 몸부림을 치며 울부짖습니다.

이번 사냥에서 100 마리의 아기돌고래가 포획되었고 그 중 일부는 그 과정에서 사망했습니다. 포획한 아기돌고래는 수족관으로 이송되어 돌고래 쇼에 이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정부는 돌고래 사냥이 전통이라고 주장하지만, 최근의 돌고래 사냥은 이 지역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의 돈벌이를 위해 고안된 방법입니다.

어미 돌고래가 새끼 돌고래를 배에서 도망치도록 유도하고 있다. 시 셰퍼드(Sea Shepherd)
어미 돌고래가 새끼 돌고래를 배에서 도망치도록 유도하고 있다. 시 셰퍼드(Sea Shepherd)

대규모 돌고래 사냥은 현대적인 파워 보트가 등장하기 전에는 불가능했습니다. 그리고 돌고래사냥에는 다이지 시의 후원이 있습니다. 인근에 있는 다이지 고래박물관은 시가 소유하고 있으며, 포획한 돌고래의 일부를 구입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은 외부인이 개입할 수 없도록 치안이 강화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카터 씨와 같은 활동가들은 고래 학살의 잔혹함을 알리고, 전 세계 사람들의 도움으로 다이지 돌고래 사냥을 중지시키기 위해 다이지로 향하고 있습니다.

돌고래들은 사냥 과정에서 죽임을 당해 식용으로 팔려가거나, 가족을 빼앗긴 트라우마를 안은 채, 평생 좁은 수족관에 갇혀서 곡예를 해야만 합니다.

한국이나 일본에서 인기 있는 돌고래 쇼의 배경에는 이토록 슬프고 잔인한 현실이 있습니다.

이렇게 포획한 돌고래들은 일본 국내외의 수족관과 해양공원으로 팔려갑니다. 훈련된 돌고래는 미화 10만 달러 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러시아에는 군사용으로 매각되고 있다고 합니다.

반면 세계 13 개국에서는 돌고래 전시가 금지되어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70 개 이상의 수족관이 돌고래 등 고래류의 전시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씨월드가 인기를 끌고 있던 범고래 쇼와 번식을 폐지했습니다. 지난 해 가을에는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캘리포니아 주에서 곡예 목적의 범고래 사육을 금지하는 법안이 가결되었습니다.

유럽에서는 범고래나 돌고래 같은 해양포유류를 인간이 사육하는 것은 학대라며 반대하는 풍조가 강해지고 있으며, 인도와 유럽 중남미 등에서 적어도 14 개 국가가 범고래 사육을 금지하는 법안을 가결했습니다.

독일에서는 돌고래 쇼가 급감하고, 사육 그 자체를 규제하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스위스에서는 수입을 금지하는 법개정이 이뤄지는 등 유럽 각국에서 규제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인도에서는 돌고래를 ‘일정한 권리를 갖은 인류가 아닌 사람’으로 정의하고 보호하고 있으며 사육과 쇼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2005 년 울산에 있는 장생포 고래 생태체험관이 개관한 이래 과거 돌고래 5 마리가 폐사했고, 그 중 일부 사안은 사실을 은폐한 것이 드러나 비판 받았습니다. 그런데도 울산 남구청은 다이지에서 큰돌고래 두 마리를 구입한다고 최근 발표했습니다.

비인도적인 돌고래 사냥 자체의 잔인함과 더불어 이와 같은 사정도 있어, 동물보호단체에서는 수입을 허가한 환경부와 울산 남구청, 그리고 장생포 고래박물관을 규탄하고 있습니다.

돌고래 쇼를 관람하지 말아주세요. 인간의 오락을 위해 어미와 영원한 이별을 한 어린 돌고래가 좁은 수조에 갇혀 곡예를 하며 고통 받는 현실을 기억해 주세요. 그리고 일본 큰돌고래를 수입을 허가한 환경부와 울산시, 그리고 장생포 고래박물관에 항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희숙 번역가 pullkot@naver.com

▶돌고래 포획 유튜브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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