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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관리자가 아세톤 용기 열고 흡연? 응암동 주택가 ‘한밤의 폭발’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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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관리자가 아세톤 용기 열고 흡연? 응암동 주택가 ‘한밤의 폭발’ 미스터리

입력
2018.06.06 15:2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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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손목 절단되고 화상 입어

집에서 다량의 화학물질도 발견

필로폰 제조 중 사고 의혹 나와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5일 오후 10시34분쯤 서울 은평구 응암동 불광천 인근에서 ‘쾅’ 낯선 굉음이 들렸다. 주택가에 위치한 한 5층짜리 건물 5층에서 일어난 폭발이 원인이었다. 폭발이 어찌나 셌던지 유리창이 깨져 1층까지 떨어졌다. 이로 인해 건물 근처에 주차돼 있던 차량 두 대 일부가 파손될 정도였고, 건물에 있던 주민 7, 8명은 대피했다.

폭발이 발생한 건물 5층에는 양모(53)씨 부부가 살고 있었다. 양씨는 폭발로 왼쪽 손목이 절단되고 배 왼쪽과 허벅지에 2도화상을 입었다. 당시 집에 함께 있던 부인은 다행히 남편과 가까이 있지 않아 다친 곳이 없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양씨를 급히 한 대학병원으로 옮겼다.

병원으로 가는 도중 양씨는 “아세톤 용기를 열어두고 담배를 피우다 폭발이 났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밀폐된 공간에서 아세톤 용기를 열어놨다면 아세톤이 기화해 공기 중에 퍼져 아주 작은 불씨에도 큰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데 폭발 장소에서는 아세톤 외에도 다량의 화학약품이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곧장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주변을 통제하고 경찰특공대와 함께 군 폭발물처리반을 투입해 현장 조사를 벌였다. 국정원 테러정보통합센터 요원들까지 출동한 감식은 밤샘 작업에 6일 오전 8시40분쯤에서야 완료됐다.

이번 폭발은 의문투성이다. 우선 폭발 장소가 공장이나 작업실이 몰려있는 곳이 아닌, ‘주택가’라는 점이 이례적이다. 일반 가정에서 아세톤을 비롯한 다량의 화학약품이 발견되는 건 보기 드물어서다. 특히 양씨가 한 대기업 본사 건물에서 ‘방화(防火)관리자’로 근무하고 있는데, 아세톤 용기를 열어둔 채로 담배를 피우면 폭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아세톤 등이 ‘필로폰’ 제조에 필요한 재료인 점을 들어 마약 제조 공정에서 폭발이 발생한 건 아닌지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경찰은 양씨를 화약류등의안전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수사하는 한편, 현장에서 발견된 화학약품의 성분 분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양씨 가족 등 주변인 조사를 통해 화학약품 소지 이유를 파악 중”이라며 “양씨의 치료 일정에 따라 정확한 폭발 원인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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